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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소식

“빵꾸똥꾸 영진위, 심사를 발로 했니?”

[스케치]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철회 요구 기자회견
2010년 01월 29일 (금) 14:41:32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나의 꿈을 실현시켜 준 소중한 미디액트를 이대로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2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앞. 영상미디어센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모임 회원들이 ‘심사를 발로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빵꾸똥꾸’ ‘영상미디어센터 정상화대책 마련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섰다.

미디액트 회원 및 미디어교육참여자, 교사, 독립영화인으로 구성된 비상대책모임 회원들은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이하 영진위)가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의 사업 운영자를 ‘(사)시민영상문화기구’로 선정한 것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 2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앞, 영상미디어센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모임 회원들이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앞서 영진위는 지난해 11월27일부터 12월4일까지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1차 공모를 진행했으며, ‘해당자 없음’을 이유로 재공모를 실시했다. 이후 영진위는 재공모 끝에 영상미디어센터 운영권을 지난 6일 설립된 (사)시민영상문화기구에게 주었으며, 이에 지난 2002년부터 8년동안 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했던 미디액트는 문을 닫게 됐다. 미디액트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해주고, 편집 등의 제작 기술 뿐 아니라 미디어 교육 등을 담당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에 대해 가장 크게 분노하며 눈물을 보인 이들은 미디액트 관계자들이 아닌, 미디액트를 통해 그들의 꿈을 이른 시민들이었다. 이들에게 미디액트는 단순한 영상미디어센트 운영자의 의미가 아닌, 꿈을 실현시켜준 소중하고도 고마운 존재였다. 

“미디액트를 통해 꿈을 이뤘다”는 수강생 최용철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만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10여 년간 했었는데, 미디액트는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곳이다. 눈에 뻔히 보이는 정치적 모략과 음해로 소중한 미디액트 스태프들을 내리치려는 모습이 가증스럽게 보여 분노할 수밖에 없다. 너무 소중한 미디액트를 이대로 잃어버릴 수는 없다.”

희끗희끗 흰 머리가 보이는 어르신 분들도, 미디액트의 미디어 교육을 통해 새 인생을 살게 됐노라고 고백했다.

최금철씨는 “미디액트를 통해 3년 동안 배우던 교육을 하루 아침에 못 받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나 원통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미디액트가 이사를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글퍼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 미디액트 회원들이 문화부 규탄 항의 퍼포먼스 '심사를 발로 했습니다'를 하고 있다. ⓒ송선영  
 
미디액트를 통해 꿈을 이룬 다큐멘터리 감독, 주현숙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꿈을 지키자고 했다. 그에게 있어 꿈은 곧 미디액트를 의미하기도 했다.

“처음 2003년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들려 할 때 미디액트를 통한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큐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미디액트가 실현시켜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꿈을 지킵시다.”

독립영화제작 과정을 수료한 황슬기씨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미디액트가 없어지게 된다는 게 서글펐는지 말을 하기도 전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미디액트를 “큰 용기를 준 곳”이라고 표현한 뒤, 말을 이어갔다.

“저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는 등 가장 큰 힘을 준 곳이다.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공모 과정은 너무나 졸속이었기에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영진위는 정말이지 빵꾸똥꾸 같다.”

   
  ▲ 한 회원이 들고 있던 손팻말 ⓒ송선영  
 
미디액트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미디액트는 5천명의 정회원과, 2만명의 일반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8년간 수많은 사람들은 미디액트를 통해 꿈을 꾸었고, 꿈을 이뤘다. 많은 이들에게 미디액트는 영상미디어센터 그 이상의 존재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영진위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미디어를 향한 꿈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한 순간에 무너트릴 만큼, 미디액트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에는 미디액트 회원 103명이 참여했다. 전문은 미디액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가 뭔지 모릅니다. (진)짜 아무 것도 모릅니다. (위)대한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칼날을 휘두를 뿐” - 미디어 활동가, 고수정

“알고 있니? 미디어가 뭔지. 알기나 하는 거니? 소통이 뭔지, 퍼블릭 액세스가 뭔지. 정말 알면서 그런 거니? 그 따위 심사. 진짜 알고 있는 거니? 미디액트에 고마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니들, 이제 알게 될꼬야! 미디액트를 돌려주지 않으면 어케 되는지.” - 늘봄

“(미디액트 4행시) 미: 칠 노릇이네요. 디: 지고 싶으십니까. 액: 땜이라 생각하면 되는 겁니까. 트: 집 잡으려는 게 아니라, 이번 공모선정은 유치하고 몰상식적입니다. 미: 안합니다. 디: 게 미안합니다. 액: 트여, 미디액트여, 정말 미안합니다. 트: 악!! 퉷퉷!! 이렇게 공모심사가 더러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양심적인 미디어 세상을 꿈꾸는 청년, 영준


[출처] 미디어스 2010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