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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

“반복되는 경험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네토크] 김기훈 감독의 ‘이파네마 소년’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 기획전이 한창인 지난 27일 오후 김기훈 감독의 첫 장편데뷔작 <이파네마 소년> 상영 후 김기훈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있었다. 청춘의 사랑을 이야기한 이 영화에 대하여 꽤나 진지하고 진솔한 대화, 그리고 영화란 매체를 통해 관객과의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가 오갔던 자리다. 그 시간의 일부의 지면에 옮겨본다.


허남웅(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방금 보신 영화를 연출하신 김기훈 감독님을 모셨다. 먼저 어떻게 이파네마라는 제목에 착안했고, 이파네마를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듣고 싶다. 
김기훈(영화감독): 평소에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걸 프롬 이파네마’라는 곡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파네마는 남반구에 위치한 해변으로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이다. 그래서 여름에 살고 있지만 겨울의 기억에 사로잡힌 소년의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디든지 떠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파네마 소년>이라고 타이틀을 붙였다.

허남웅: 청춘의 사랑을 얘기하는 영화다. 이런 류의 영화는 이야기보다는 청춘이 갖는 이미지가 무언가를 전달하는 경우가 크다. 달리는 장면이라든지, 들뜬 장면이라든지.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이 관찰되어 지지 않는다. 일종의 모험적인 시도이었는지? 
김기훈: 자기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대사를 쓰고 해파리와의 대화 내레이션 부분을 쓸 때, 손발이 오글거림과 동시에 즐거움을 느꼈다. 내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영화를 볼 때 ‘와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보고 싶은 멜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표현하게 된 것 같다.

허남웅:
감독이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요즘 굉장히 어렵다. 이번 아트시네마 특별전 제목도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 전략‘이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나?

김기훈: 내 영화에서 소통의 문제도 있고, 수용해야할 부분들이 있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부분에 있어서 명확하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내 소신도 있었지만 조언도 많이 들었다. 나중에 나오는 내레이션 씬은 조언을 듣고 보충한 부분도 있다. 나는 이 영화에서는 반복되는 경험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경험을 계속 한다는 것인데,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 느끼는 반복된 감정, 지금 하고 있는 경험과 예전에 했던 경험들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허남웅: 영화의 주연인 이수혁 군과 김민지 양, 그리고 감독님도 첫 번째 장편영화였다. 영화라는 것이 현장에서 변수가 많은데 경험 부족이 연출한 상황 같은 것이 있나? 
김기훈: 너무 무모했었던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배우들, 영화의 사이즈를 고려해서 진행해야했었는데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한 면이 있었다. 단편작업보다 작업시간이 길어졌던 게 당연한데 무리하게 스케줄을 짜서 애로사항이 조금 발생했다. 신인 배우들을 기용한 까닭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기성배우보다 덜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좋았다. 첫 미팅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배우들의 모습이 좋았다. 청춘의 사랑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허남웅: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기훈: 어차피 영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되었고 삶과 세계에 대해서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멘토로 삼는 스승님이 뉴욕에서 공부를 하시고 계시기도 했다. 현실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참여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앞으로 하게 될 작업에 좋은 자극이 되었고 되고 있는 것 같다. 왜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지 끊임없이 고민하는데, 뉴욕에서의 경험은 좋은 자극이 된다.

관객1: 영화의 장면들이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 보였다.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는 느낌이 비슷했다. 여기서 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나?
김기훈: 그런 질문을 받을 것 같아서 일부러 그 영화를 안 보았다. (웃음) 비슷한 느낌이 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거장의 영화를 많이 보면 비슷한 장면이나 소재를 많이 참고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노래 ‘걸 프롬 이파네마’가 내가 유일하게 참고한 무언가다. 에릭 로메르의 <해변의 폴린느>는 스태프, 배우들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여 공유의 목적으로 보았다.

관객2: 개인적으로 해파리와 소년의 대화가 굉장히 좋았다 어디에서 착안해서 만든 것인가? 그리고 해파리가 담배를 권한다든지, 티팬티 입은 이파네마 여인들을 보러 가겠다든지 하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김기훈: 내가 유치함과 오글거리는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별 고민 없이 쓰게 된 것이다. 해파리와 관련된 질문은 늘 나오더라. 어떤 관객이 어린왕자의 여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 말을 써먹어야 하나? (웃음) 배우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어보곤 해파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해파리의 존재가 뭔가 투명한 것이 존재감이 없는 것 같고 조류에 따라서 떠다니는 행태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심장박동과 유사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관상용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하는데, 나는 해파리의 그런 존재감이 영화에서 묘하게 잘 표현 될 것 같아서 쓰게 되었다.
 

허남웅: 준비하고 계신 차기작 등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고픈 얘기가 있으면 한말씀 부탁한다.   
김기훈: 차기작의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것이 없다. 문안한 것을 해야 할까, 내 취향이 많이 가미된 영화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화가 종합예술이라는 특성 때문에 매료되었는데 영화라는 것이 장르라는 특성도 있고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니 내가 고민하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스릴러를 해보고 싶다. <이파네마 소년>은 첫 장편 작품이라 설렘도 있었고 두려움도 있었고 아쉬운감도 있다. 많은 감독들이 그러하듯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법을 많이 고민한다. 12월에 극장상영이 끝난 이 영화를 3월에 다시 극장에서 보고 관객과의 대화까지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감사할 뿐이다.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정리: 배준영 시네마테크 관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