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의 천국>(1991)은 <제 8요일>의 자크 반 도마엘 감독이 만든 첫 장편 영화로 원제는 ‘영웅 토토 Toto, Le Heros’이다. 비록 단편적이고 다소 주관적인 기억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전 생애를 담고 있다. 한 개인의 삶은 외부에서 볼 때는 물리적으로 균질한 순간들이 쌓인 적층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관적 시선에서 삶은 직물에 비유된다. 영화 <토토의 천국>에서 한 생애를 구성하는 것은 이러한 직물과도 같은 회상들이다. 과거의 기억은 특정한 시기, 어린 시절이나 사랑을 했던 때에만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그 외의 일상적이고 지루한 생활의 시간들은 회상의 대상에서 아예 배제된다.

이러한 회상 장면들은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선별된 것이지만, 한 개인의 생애를 주관적 차원에서 다루려는 영화 자체의 형식에서 기인한다. 영화는 시간적 흐름에 따라 배열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상상의 장면들이 뒤섞여 있다. 상상의 장면은 스파이가 된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으로 살아가는 세계로 원제가 ‘Toto, Le Heros’인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스파이 영웅의 환상은 주인공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이상과도 같다. 그러나 현실의 삶에서 다소 무력하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던 날 병원에 불이 나서 같은 날 태어난 이웃의 아이와 자신이 뒤바뀌었다는 생각에 평생 사로잡힌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영화 속 토토의 삶은 비극적이다. 그런데 이 비극적인 삶에는 비장미가 없다. 비극이 매력적인 환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 영웅, 비행기 조종사, 장난감 자동차, 첫사랑과 같은 소년들의 환상과 금기시된 환상인 불륜, 방황, 근친상간적 욕망이 있다. 그리고 죽은 첫사랑이 눈앞에 나타나는 기괴하면서도 황홀한 환상도 있다. 죽은 첫사랑이 부활하고, 그녀가 실제로는 죽은 첫 사랑이 아니라 생면부지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수치와 과오를 모른다는 사실은 부분적으로나마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그녀와의 만남은 그에게 뒤바뀐 운명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것마저 뒤바뀐 운명 속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음을 알게 될 때, 그의 모든 시도가 좌절되리라는 것은 필연적이다. (손소담: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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