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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2016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이모저모

2016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이모저모





낙원동을 떠나 서울극장에서 처음 맞는 “11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식이 21일(목) 저녁 7시 30분에 열렸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분들과 관객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축사를 해주신 배창호, 장건재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민규동 감독님,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님, 부산국제영화제 이수원 프로그래머님,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의 니콜라 피카토님,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님, 아트하우스 모모 최낙용 부사장님,  장서희 변호사님, 서울극장 관계자분들을 비롯해 참석해주신 모든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매년 흔쾌히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아주시는 권해효 배우님도 고맙습니다.


개막작으로는 올해로 공개 70주년을 맞은 프랭크 카프라의 <멋진 인생>의 디지털 복원판을 상영했고, 짧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던 따뜻한 분위기의 개막식 현장을 간략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권해효 

좀 낯설죠? (웃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사회를 맡은 권해효입니다. 왜 낯설다고 말한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제가 올해로 11회 째를 맞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낙원에서 십 년을 보냈고, 1회 때부터 빠짐없이 사회를 봤었는데 오늘은 서울극장에서 처음으로 하는 것이라 더욱 특별합니다. 

순대 국밥 냄새가 좀 그립기는 하지만 이제 팝콘 냄새에도 익숙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앞으로 5주 동안 이어지는 영화제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이제 친구로 참여해주신 배창호 감독님을 모시고 참여하신 소감과 추천하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배창호

여러분을 친구들 영화제에서 만나 정말 반갑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찍어서 영화가 많이 쏟아져나옵니다. TV를 틀면 곳곳에서 영화를 동시 상영해줍니다. IPTV를 보면 세상에 영화가 이렇게 많구나, 실감이 납니다. 영화가 귀한 시대가 아니라 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좀 아쉬운 건, 명작을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다섯 살 때였나, 펠리니의 <길>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영화의 파편이 계속 남아 있었고 성인이 되어 그 영화를 다시 본 뒤로 마지막 장면이 늘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탈리아 시골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차력사 잠파노가 시골 처녀 젤소미나를 조수로 데리고 다닙니다. 그러면서 잠파노는 그녀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추운 들판에 버립니다. 시간이 흘러 잠파노가 해변 마을에 들렀다가 젤소미나가 그곳에서 쓸쓸히 죽어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날 밤 잠파노는 술을 굉장히 마시고 바닷가 모래사장에 무릎을 꿇고 흐느낍니다. 그리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뭔가 두려움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순간 영화가 끝나는데, 이는 정말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서울극장에 오니 옛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1990년, ‘추석 영화’로 제가 찍은 <꿈>이 이곳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첫날 첫회에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예고편이 나오는데,  ‘첩혈’로 시작하는 홍콩 영화였습니다. 예고편이 아주 요란했습니다. 사운드도 요란하고, 액션은 화려하고. 예고편이 끝나자마자 <꿈>의 타이틀이 피리 소리와 함께 나오는데 머리에서 식은땀이 나면서 실감이 났습니다. ‘아 이 영화는 흥행이 안 되겠구나.’ 이 영화는 예상대로 흥행이 안 됐습니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  <꿈>의 생명력은 살아 있어서 최근 파리의 한 박물관에서 상영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먹방’이라고 해서 먹는 방송이 많고 스타 요리사도 많아서 온갖 레시피가 나옵니다. 식당에는 퓨전 요리도 있고 부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역시 그리운건 부모님이 해주신 정성과 사랑이 담긴 따뜻한 밥 한 끼입니다. 저는 영화가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또한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아트시네마에서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는 명작들을 발견할 수 있기를 늘 기대합니다. 한결같이 시네마테크를 응원하는 관객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해 여러분들의 ‘멋진 인생’을 기원합니다.


권해효

제가 대학생때 과제로 <꿈>의 콘티를 600장 그린 적이 있습니다(웃음). <멋진 인생>이 70년 전 영화인데 이런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시네마테크의 멋진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 모실 분은 지난해 가장 인상적인 한국영화 중 한 편인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만든 장건재 감독님입니다.


장건재

친구들 영화제에 처음으로 친구로 호명된 장건재 입니다. 그 전부터 친구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같이 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저는 지난 낙원상가 때도 좋았고, 아트선재 시절도 좋았고, 아트시네마가 ‘사당동’에 있던 시절에도 관객이었습니다. 그때도 항상 영화가 끝나면 집에 가기 아쉬워서 로비에 앉아 있거나 문을 연 술집을 찾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시네마테크 때문에 좋은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곳은 나에게 학교이자 놀이터 같은 곳입니다.

이번에 영화를 선정했는데,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정하고 극장에서 관객들과 같이 본다는게 너무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1995년 영화인 마티유 카소비츠의 <증오>를 선정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문화학교 서울’에서 봤던 작품입니다. 굉장히 안 좋은 화질의 비디오를 누군가 번역한 버전으로 봤는데, 그때 같이 본 형, 누나들이 다들 충격적인 엔딩에 기분이 먹먹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지금 보아도 우리에게 유효한 화두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이번주 토요일 오후 3시 40분에 상영이 있으니 꼭 와주세요(웃음).

아무쪼록 서울아트시네마에 전용관이 빨리 마련이 되어 이사 다니지 않고 관객분들과 꾸준히 만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게 딸이 하나 있는데, 빨리 커서 저랑 같이 이곳에 오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권해효

아이들은 크면 아빠랑 같이 안 다닙니다. 그런 기대를 접으세요(웃음). 

앞으로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관련한 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여기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산영화제 뿐 아니라 한국 독립영화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왜곡된 형태의 영화 상영 문제 등 일련의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놓아 버리는 순간 시네마테크에서 좋은 영화를 만날 기회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2016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을 마치고 영화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정리ㅣ 김보년 프로그램팀

사진ㅣ주민규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