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네바캉스 서울]



낯선 만큼 신선하다. 야쿠티아 영화에 주목!

- <신의 말> 잔나 스크랴비나 PD와의 시네토크


이번 “시네바캉스 서울”의 주요 섹션 중 하나는 “야쿠티아에서 온 영화들”이었다. 최근 만들어진 야쿠티아 공화국의 영화 다섯 편을 상영하는 섹션이었는데, 특별히 야쿠티아에서 온 네 명의 손님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 세 번의 시네토크를 진행하였다. 그중 야쿠티아 영화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던 잔나 스크랴비나 PD와의 대화를 일부 옮긴다.





이지연(교수) 많은 분들이 이름도 모르는 야쿠티아 공화국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라 얼마나 많은 분이 올지 걱정했다. 그런데 이렇게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자리는 홍상우 교수가 야쿠티아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으며 시작됐다.

홍상우(교수) 지금 사하 공화국, 또는 야쿠티아의 영화는 ‘붐’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와 함께 도브젠코나 소쿠로프 감독의 영화제도 했지만 매번 잘 알려진 영화들만 상영할 수는 없다. ‘발견’에 의미를 둔 영화제도 필요하다. 특별히 오늘은 야쿠티아에서 많은 손님들이 직접 자비를 들여서 오셨다. 야쿠티아영화제의 사르다나 프로그래머와 알렉세이 암브로시에프 감독, 스테판 부르나세프 감독이 이 자리에 함께 있다. 먼저 영화의 제작 과정과 연출 의도를 들으면서 시작하고 싶다.

잔나 스크랴비나(프로듀서) <신의 말>에 나온 축제 풍경은 실제 축제 현장에서 찍은 것이다. 그런데 영화 스탭들이 다 꾸려진 건 축제가 시작되기 이틀 전이었다. 그리고 촬영 하루 전에 남자 주인공을 캐스팅했다(웃음). 남자 주인공이 이 영화에서 유일한 전문 배우이고, 나머지는 실제 축제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즉석에서 섭외하여 찍었다.

<신의 말>의 연출 의도는 감독의 말을 인용하겠다. 사람들이 지상 세계에 살면서 누구든 자신의 신을 찾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신을 찾는 순간부터 신을 죽이게 된다. 감독은 우리 삶의 이러한 과정을 영화로 찍고 싶어했다.

관객 1 영화를 흑백으로 찍은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자연의 소리와 같은 배경음에 신경을 쓴 걸 느낄 수 있다.

잔나 스크랴비나 흑백으로 찍은 이유는 시간을 넘어선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촬영은 사실 이틀밖에 안 걸렸다. 그런데 나중에 사운드를 포함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3년이 걸렸다(웃음). 음향 감독이 후반 작업에서 굉장히 많은 고생을 했다. 야쿠티아의 신화에  따르면 세상은 세 개의 세계로 나뉘어져 있다. 맨 위의 세계는 신이 사는 천상의 세계다. 그리고 중간 세계는 우리 사람들이 살고 있고, 지하는 악의 세계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지하의 힘에 의해 죽게 된다. 이 세 가지 세계가 영화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데 그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음악에 맡기려 했다. 음악은 각 세계를 매개하고 있다.

배창호(감독) 촬영 일화가 놀랍다. 전문 배우가 없다고 했지만 할머니들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웠다.

잔나 스크랴비나 지금 이야기한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장면이다. 할머니들이 그냥 길에서 쉬고 계시길래 촬영 제안을 드렸다. 비전문배우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이유는, 저 축제에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촬영팀도 그중 하나였기 때문에 사람들도 별 신경을 안 쓴 것 같다.




관객 2 관련 주제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속에 등장한 축제에 실제로 두 번 가보기도 했었다. 야쿠티아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야쿠트어로 영화를 만드는 데 러시아 정부의 통제는 없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야쿠티아 자치 정부와 야쿠티아 영화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르디나(야쿠티아영화제 프로그래머) 야쿠티아 영화는 최근 급속히 발전 중이다. 소비에트 시기 이후 중앙 정부로부터 일정한 주권을 보장받은 자치공화국들이 있다. 그리고 사하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사하 필름’이라는 영화사를 만들어 자국 영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 노력해 왔다. 야쿠티아만의 언어와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키는 수단 중 하나로 영화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소비에트 시절에는 러시아어가 표준이었지만, 약 1990년대부터 자치 공화국의 지역 언어와 문화를 부흥시키는 것이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그래서 야쿠트어를 사용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중앙 지역에서 영화 공부를 한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이때쯤 디지털 기술도 크게 발전하면서 영화 제작 편수가 많이 늘어났다. 현재는 야쿠트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매년 1년에 10~15편 정도 만들어진다. 이는 러시아 전체에서도 드문 현상이다. 게다가 이 영화들이 전부 흥행이 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현상이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는 야쿠트어 영화가 언어적인 한계를 동시에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야쿠티아의 영화들이 최근에는 외국의 영화제에서도 많이 소개되고 상을 받고 있다.

이처럼 지역 영화가 발전하다 보니 영화제를 만들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명실상부 국제영화제의 모습을 갖춰서 올해로 4회째를 맞았고, 영화제가 조금 알려지다 보니 참여하려는 분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영화 감독들뿐 아니라 영화평론가, 프로그래머들이 먼저 참가하고 싶다고 연락을 준다.

관객 3화 전반에 걸쳐 금속성의 독특한 소리가 계속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소리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리고 오늘 상영한 <하얀 날>과 <신의 말> 두 영화가 모두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최신 야쿠티아 영화의 경향이 궁금하다.

잔나 스크랴비냐 그 소리는 야쿠티아의 민속 악기 ‘코무스’ 소리다(웃음). 다른 나라의 분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다. 참고로 두 영화 모두 음향 감독이 같다.

많은 야쿠티아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건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이다. 그 두 존재가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 관심을 두고 있다. 질문하신 분이 이 영화들에서 영적이고 정신적인 면을 보셨다면 그런 측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시 l 8월 5일(금) <신의 말> 상영 후

정리 l 김보년 프로그램팀

사진 l 최재협 자원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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