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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

[특집] 코로나 이후의 독립예술영화관은? 예술영화전용관, 비영리 극장 관계자 인터뷰

코로나 19 감염 확산으로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조정한 것이 지난 1월 27일이었다. 2월부터 극장의 영화 관객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2월 20일 대구의 오오극장(독립영화전용관)이, 대전에서는 대전아트시네마(예술영화전용관)가 휴관에 들어갔다. 2월 23일, 정부가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해 다중 밀집 시설의 이용 제한과 집단행사 자제를 권고했다. 2월 25일, 한국영상자료원이 휴관을 시작했다. 서울아트시네마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잠시 멈추고 2월 26일부터 2주간 휴관을 했다. 대부분 극장들은 휴관 대신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상영을 계속했지만, 극장이 처한 상황은 다들 비슷하다. 관객 수는 전년 대비 60~80% 이상 감소했다. 극장들은 상영 회차를 줄이고, 사회적 거리 유지를 위해 객석 판매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3월 11일, 팬데믹이 선언된 후에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의 대부분 영화관이 문을 닫았다.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공공장소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촉구했고, 이어 대부분의 영화관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 했을 뿐, 법적으로 영화관의 폐쇄를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장들은 스스로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의 영화관 관계자는 이럴 경우 ‘권고’보다는 다른 유럽 국가처럼 폐쇄를 ‘지시’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일이라 말한다. 물론 그럴 경우 국가는 강력한 지시에 따른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만 한다.

극장이 문을 닫았다고, 영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는 것이 가능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은 전보다 늘고 있다. 극장의 불이 꺼지고, 객석이 비어 가고, 극장 관객이 줄고 있을 뿐이다. 유니버설픽쳐스는 재빨리 극장 대신 가정에서 유료로 시청할 수 있는 VOD 시스템으로 개봉 영화를 공개하기로 했다. 팬데믹 속에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약 1600만 명 늘었다고 한다.

지금의 상황이 영화관에 미칠 영향은 쉽게 추산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게다가 팬데믹의 피해는 민간 독립예술영화관에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대형 극장 체인이나 공공기관의 상영관과 달리 민간 독립영화관은 위기를 극복할 자본력이 부족하다. 시간을 버틸 힘이 없다. 다른 플랫폼과 재원 없이, 티켓 수입과 일부 지원금, 그리고 회원제 요금으로 극장 운영 비용과 극장 노동자의 임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극장 문을 열고 있다고 해도 티켓 판매는 이미 줄어들었고, 극장 관리를 위해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에 운영도 쉽지 않다. 앞으로 좋은 작품들을 상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비영리 민간 영화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아트시네마와 같은 비영리 극장의 경우 지원금의 대다수는 임대료로 들어가고 있고, 일부의 프로그램 비용을 제하고 나면 나머지 운영 비용과 임금 등 모두를 운영 수익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이미 2월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감염 확산의 여파로 수익이 줄면서 간신히 프로그램을 유지할 뿐, 현재 임금 지불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비영리 극장은 적극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고(그런 활동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소상공인 은행 대출도 쉽지 않다. 환율도 올라서 해외 프로그램의 경우 지불할 돈은 더 늘어날 것이기에 기획전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상황이 앞으로 한두 달 더 지속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부분의 영화관은 고용과 프로그램 운영에 드는 지출은 줄이고 대출을 늘려야만 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 메르켈 총리가 국가개발은행을 통해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지만 독일 영화관 관계자들은 더 많은 빚을 질 여유가 없다고 한다. 대출을 받더라도 언제 이를 갚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다. 프랑스의 경우처럼 직접 지원이 증대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고 금방 실현되기도 어렵다.

파산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도 있다. 뉴욕의 경우는 기프트 카드나 티켓 선구매하기, 직접적인 후원금 모금, 온라인 매체와 연계한 지원을 시도하고 있고, 비정규직 영화관 노동자들의 실직을 막기 위한 ‘연대 기금’도 마련하고 있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6일 만에 후원금이 이미 6만 달러를 넘겼다. 일본에서는 4월 초부터 시작한 ‘미니시어터 에이드’ 펀딩이 시작됐는데, 개시 후 3일 만에 목표액인 10억을 넘었다. 

이럴 때 공적 지원은 영화 예술을 지속시키기 위한 확신을 주어야만 한다. 왜 예술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인지 새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령, 프랑스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공식화된 3월 11일, 곧바로 CNC(프랑스 국립영화센터) 주최로 영화관, 배급사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개최해 코로나 예방 규칙을 준수하면서 극장 관객 수용력의 50%를 유지하는 해결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세금 환급 문제, 예술영화관 보조금 지급의 가속화, 배급사 선별지원 가속화 등을 포함한 네 가지 긴급 지원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3월 13일에는 “위기가 계속되는 한 CNC는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것이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전체 영화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CNC의 시작부터의 본질”이라 재천명했다. 이 모든 일이 극장이 문을 닫기 전에 이뤄진 조치들이다. 

독일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는 코로나 시대에 예술을 지원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우리 민주주의 사회는 최근까지 상상도 못 했던 역사적 상황 속에서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와 미디어의 풍경이 있어야 한다. 창조적인 사람들의 창조적 용기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좋은 것을 창조할 모든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예술가들은 필수일 뿐 아니라, 특히 지금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코로나 19 방역은 세계적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영화 예술에 대한 지원도 좋은 사례로 남을지는 의문스럽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는 독립예술영화관의 상황을 알리고, 지원을 역설하는 언론의 움직임이 있었다. 영국의 ‘엠파이어’ 잡지는 이미 3월부터 ‘Celebrate Our Cinemas’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지역 영화관을 후원할 방법들을 소개했다. 다른 나라보다 한 달 앞서 코로나 19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한국에서 대책은 게다가 뒤늦었다. 개별 극장이 단독으로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독립예술영화관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전국 20여 개의 독립예술영화관에 현재 상황이 어떤지 질문했고, 먼저 다섯 곳의 독립예술영화관이 답을 보내왔다. 이후에도 다른 극장들의 상황을 업데이트할 생각이다. (김성욱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 격월간 「시네마테크」 제 171호(통권 제 172호)

 

 예술/독립영화 전용관에게 물었습니다.
1. 코로나 19 이후 현재 극장의 상황은 어떤가요?
2.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떤 대책을 준비 중이며,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 생각하나요? 
3. 이번 사태가 향후 예술독립영화관의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나요?
*인터뷰 답변 - 
주희 이사(아트나인) / 원승환 관장(인디스페이스) / 강민구 대표(대전아트시네마) / 박광수 프로그래머(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 김상민 대표(에무시네마) / 한종해 사무극장(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김창완 프로그래머(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 김보년 프로그래머(서울아트시네마)

 

1. 코로나 19 이후 현재 극장의 상황은 어떤가요?

아트나인

코로나 19의 공포는 극장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이라는 인식은 관객들로 하여금 극장에 발길을 끊게 했다(사실 극장은 환기와 공기 질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따르고 있다). 무인 상영이 속출하고 매출은 곤두박질치지만 이런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관객들에게 극장에 오라는 이야기를 입 밖에도 못 꺼낸다. 그저 방역 기기를 구매해 열심히 극장 곳곳을 소독하고, 매 회차마다 상영관을 열심히 방역하고 있다는 이야기밖에… 

3월 기준으로 60% 이상, 4월은 70% 이상 관객이 감소했다. 10명이었던 아르바이트생들을 모두 힘들게 퇴사시켰다. 3월에는 일일 2회 차 단축 상영을 했고, 4월 초에는 일일 4회 차 단축 상영을 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예술영화관의 경우 당월과 다음 달의 수익으로 이전 달의 부금을 해결하며 자금을 순환시키는데, 현재 1, 2월 부금이 밀린 상황이다. 휴관을 하는 게 오히려 극장의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진심 어린 조언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상영관을 열심히 소독하는 극장 직원을 보며 때론 정부가 모든 극장에 휴관 요청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든 극장을 지키고 싶은 마음뿐이다.

 

인디스페이스 

코로나 19 이후 휴관 없이 계속 운영을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개봉을 강행한 독립영화 - <하트>, <기억의 전쟁> 등- 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독립, 예술영화관이 휴관을 결정하는 바람에 2월 이후 개봉한 영화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인디스페이스의 설립 목적이 한국 독립영화의 어려운 상영 환경을 돕는 것이기에 목적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개봉 독립영화를 꾸준히 편성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정상 운영은 불가능하기에 상영은 하루 3~4회로 단축하였고,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하여 총 210석 중 63석만 판매하고 있다. 관람 중에도 마스크 착용하기 등의 운영 지침을 별도로 마련했고, 자체 방역을 실행하고 있다. 휴관 없이 운영했지만 3월, 4월로 접어들수록 관객의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예년 대비 80~90% 이상 관객이 감소한 상황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움이 커지리라 예상한다. 

 

대전아트시네마

코로나 19가 확산되었던 시점을 전후해 2주 정도 휴관했다.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바뀌었지만 휴관을 더 이상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상영회차를 하루 3회로 줄였다가 최근 4회차로 늘렸다. 관객들이 입-퇴장하며 서로 마주치지 않게 매 상영시간의 간격을 확보하려 했다. 

전통적 성수기인 2월~3월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관객 수와 상영 수입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줄었다. 여러 상황으로 계속 휴관할 수 없어서 재개관 시에는 방역 작업을 전체적으로 실시했고, 특히 문 손잡이와 관객 이동 동선을 집중적으로 방역했다. 또한 관객들에게 개별 연락처를 받아 이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빠르게 공지할 수 있게 했다. 개봉을 연기할 수 없었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상영 요청이 있었던지라 상영작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2월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 관객과 매출이 공히 80%가량 감소했지만 극장 운영은 오픈 시간을 30분 늦춘 것 외에는 평소와 다름없다. 개봉작 편수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는 여러 가지 사정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개봉하는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제일 안전한 공간은 극장이다”라는 말이 자학에 가까운 농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거짓말은 아니다. 매일 극장 소독을 하고,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관객들에게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고 있다. 물론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고 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스태프들은 어제와 같이 오늘도 정시에 출근해서 상영 준비를 하고, 관객과 만나고 있다. 비록 줄어든 관객 숫자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에무시네마

복합문화공간에무는 2월 28일부터 3월 9일까지 휴업을 했다. 이후로는 휴업 후 다시 오픈했을 때의 피해가 너무 커서 지속적으로 정상 영업을 해오고 있다. 관객 수는 80~90% 이상 줄었는데, 최근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서 점점 나아지고는 있다. 방역은 꾸준히 상영 전후로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방역으로 나가는 비용도 월 100만원 이상이라 이 부분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복합문화공간에무 특성상 공연장, 갤러리도 함께 있어서 영화관보다 피해가 더 큰 곳은 공연장이다. 대관 및 모든 공연이 취소되어 공연팀은 일시적인 휴업을 진행하였다. 월 적자는 최고 수준 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완화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지원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사업은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오극장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은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 19, 31번 확진자가 나온 다음 날인 2월 19일에 대구에서만 확진자가 10명으로 확산한 사실을 접하자마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즉시 긴급 사무국회의를 통해 2월 20일부터 임시 휴관을 결정했다. 당시 대구의 폭발적인 감염 확산을 돌이켜보면,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매우 적절한 것이었지만, 이후 휴관이 두 달 동안 진행되어 극장의 주 수입원인 상영 수익이나 대관수익, 카페 매출이 두 달 동안 0원이 될 것이라곤, 당시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비록 4월 20일부터 재개관을 시작하긴 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인해 그러잖아도 55석 단관이라는 한계를 가진 극장의 좌석이 14석으로 제한되고, 상영관 소독을 위해 하루 상영을 5회로 줄인 데다가, 카페 영업도 할 수 없어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두 차례 전문 방역업체로부터 방역을 시행했지만, 매일 방역이 필요한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자체적으로 방역 약품과 물품을 구입/제조해 매일 매회 상영 종료 후 자체 소독을 하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 

먼저 2월 26일부터 3월 9일까지 약 2주간 휴관을 했다. 휴관 후에는 티켓 판매를 전체 200석에서 100석으로 줄였고, 평소 운영하던 프로그램과 행사도 대폭 축소했다. 시네토크 횟수를 줄였으며, 평일 낮 프로그램인 “굿애프터눈 시네마테크”는 일단 5월까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를 함께 보고 책을 읽던 관객 소모임도 기약 없이 쉬고 있다. 여기에 극장을 찾지 않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결과적으로 관객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

눈에 보이는 수치도 문제지만 분위기도 걱정이다. 극장, 특히 시네마테크에 영화를 보러 가는 건 어떤 친밀함을 전제로 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그 편안한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 단적으로 관객 라운지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영관 안에서도 다들 거리를 두고 앉아야 한다. 영화를 볼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때로는 상영관 입구에서 이름을 적고 체온을 재는 과정이 (물론 이런 행위는 꼭 필요하지만) 영화 관람에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질문 2: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떤 대책을 준비 중이며,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 생각하나요? 

 

아트나인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3월 한 달은 그야말로 패닉 그 자체였다. 커다란 파도를 정면에서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느낌이었다.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이 상황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다. 직원들의 급여는 삭감되었고 극장은 매일 마이너스 운영이다. 정부의 지원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언제까지 버티고 견딜 수 있을까 불안하다. 고용 유지 지원이나 사업 유지 지원(휴관을 해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관리 비용) 같은 극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또 하나의 고민은 코로나 사태 이후 예술영화관의 붕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부재다. 언제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예술영화관의 운영은 직원들의 결연한 각오가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예술영화관은 이윤이 목적이라기보다 지속 가능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최소한의 수익만으로 이어져왔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희생을 감내하며 극장을 지켜왔지만 이번 사태는 극장을 한순간에 무너뜨렸고 당분간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슴 설레는 여운을 주었던 한 편의 영화, 개성 있는 극장마다의 분위기, 직원들의 손때 묻은 영화 홍보 문구, 눈인사로도 알 수 있는 단골 관객과의 만남… 영화 다양성의 토양을 일궈 온 곳. 우리에게 풍요로운 문화와 삶의 질을 느끼게 해 준 예술영화관이 위기에 처했다. 이것은 다양성의 위기이기도 하다. 관심과 응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인디스페이스

인디스페이스는 공공 지원과 후원, 그리고 입장 수익으로 운영된다. 올해는 입장 수익이 예년보다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예년과 같은 지원과 후원을 받아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올해는 개봉 영화 외의 프로그램은 최대한 줄여 긴축 재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티켓 선판매’ 등 자구책도 검토하고 있지만 사회의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나빠져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재정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보다 당분간 코로나 19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조건에서 ‘안전한 영화 관람 경험’을 관객에게 신뢰 있게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전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관객이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정부는 큰 극장을 대상으로 영화발전기금 감면이라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용관을 위한 별도의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예술영화전용관은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원래 징수하지 않으므로 부과금 감면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용관의 피해에 대한 긴급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대전아트시네마

극장 운영의 경제적 어려움은 언제나 있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현재의 어려움은 운영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현재 개인 부채가 더욱 커진 상태이고 상환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기에 극장의 지속성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크다. 또한 기존의 소방 및 공기 질 같은 관리 항목에 더해 극장 방역 문제가 추가되었고, 이로 인해 업무의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고용 유지에 대한 경제적 부담 외에도 고용 인력의 업무 부담도 늘어난 편이다. 여기에 관객 감소는 전반적인 일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심리적 부담이기도 하다.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라고 한다면 모든 극장이 그러하듯 관객 급감으로 인한 매출 규모의 폭락이다. 이건 비단 극장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70% 이상이 극장 매출에서 나오는 한국 영화산업의 특성상, 극장 매출의 폭락은 개별 영화의 수입이 폭락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극장의 위기는 영화를 만드는 모두의 위기이기도 하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계 지원대책이라고 내놓은 170억 원의 사업계획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돈을 쓰겠다고는 하는데, 그것이 과연 제대로 된 지원대책인가, 지원 대상이 지원 혜택을 받을 수는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기만 한다. 

지금과 같은 맥락 없는 지원대책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좋다. 2월 이후 꾸준히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직전 3개월 평균 월간 매출 대비 코로나19 이후의 하락폭에서 일정 비율의 금액을 보전해주는 방향으로 극장 지원이 결정되길 희망한다. 이것은 피해 규모(매출 하락의 규모)를 극장이 자의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며, 통합전산망 데이터만으로도 모두 확인 가능한 내용이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객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리고 극장이 지원받은 지원금으로 해당 시기 개봉한 영화들의 평균 스코어에 비례해 배급사와 부금 정산을 추가로 시행하면 극장과 영화 모두를 지원할 수 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강릉시와 강원영상위원회의 도움으로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기는 했지만, 모든 극장과 영화가 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지원대책이 설계되기를 희망한다.

 

에무시네마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운영을 위해서 관객을 유도하기 위한 기획이나 매출을 올리기 위한 프로모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적자를 보고 있지만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차 대책이다. 코로나 19 상황이 완화될 경우,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획들을 준비했으며 코로나 관련 피해에 대한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저희 공간에 공연 파트에서는 음악공연 기획으로 헤드폰을 쓰면서 거리 두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영화관은 자체 소독 영상을 통해 꾸준히 관객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공간을 알리는 일을 해왔다. 영화관 자체는 사실 할 수 있는 것이 없이 피해만 볼 수밖에 없다. 긴급재난피해 지원으로 일부 업종들처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다시 코로나 상황 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객 및 영화인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캠페인이 절실히 필요하다.    

 

오오극장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승인을 받아 매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을 받고 있다. 이 지원금은 상영관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과 독립영화 및 독립영화전용관을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 기획비와 홍보비 등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장기 휴관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직원 급여 등 상영관 유지 비용으로 상당 부분을 지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독립영화 감독 및 배우와 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던 다양한 기획전 등의 비용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을 운영하는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독립영화를 알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해 지원 신청을 하고 있다. 지역 문화재단에 영화와 예술이 상생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제출해 예산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감독과 스태프, 지역 독립영화제를 준비하는 독립영화협회 등의 단체가 겪는 어려움이다. 더 많은 예산이 지역의 독립영화 생태계 유지에 배정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

경제적 문제가 제일 크다. 시네마테크 프로그램 특성상 상영료를 포함한 극장 운영 비용은 그대로인데 상영 수입은 반 이상 줄었다. 영진위 지원금은 임대료 일부와 프로그램 일부에만 사용할 뿐, 임금을 포함한 운영비는 극장 수입에서 충당해 왔는데, 지난 2월부터 수입이 급격하게 줄면서 임금을 마련하기가 불가능해졌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정부와 시의 지원 없이 이 상황이 지속되면 정말 힘들어질 것이다.

시네마테크 프로그램 기획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외국과의 협업(각국 대사관, 문화원과 포함)도 코로나 이후 많이 어려워졌다. 해외에서 작품을 수급하는 일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이미 스위스 대사관과 함께 준비한 “브루노 간츠 회고전”을 6월로 미뤘다가 또다시 연기하였고, 예정되어 있던 해외 감독 초청 행사도 취소되었다. 유럽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문화 쪽 예산이 특히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자체 예산(영진위-서울시 지원금, 관객 후원금 포함)만으로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당장 8월 이후에 진행할 프로그램 예산이 없다. 여름 축제인 “시네바캉스 서울”의 예산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 가장 큰 고민은 올해 좋은 프로그램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여러 기관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고전 및 동시대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수입, 배급하는 국내의 회사들과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공적 지원은 아무래도 영진위와 서울시의 긴급한 지원이다.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는데, 먼저 올해 책정된 예산과 별도의 추가 예산을 2/4분기 안에 지원해야 한다. 이는 시네마테크 운영의 질에 관한 문제인 동시에 극장의 존속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다. 그리고 지원 예산 항목을 올해만이라도 변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극장 임대료나 인건비, 상영료 등 급한 부분에 다른 항목의 예산을 쓰게 해 줘야 잠시라도 숨이 트일 것이다. 극장, 특히 단관 극장은 그 특성상 한 번 문을 닫으면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쉽지 않다. 늦은 지원은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정책 관계자들이 알아야 한다.  

 

질문 3: 이번 사태가 향후 예술독립영화관의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나요?

아트나인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예술영화관들은 많이 힘들 것이다. 우선 극장을 정상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발길을 끊었던 관객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2, 3개월 동안은 관객들이 극장에 섣불리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사태 후 관객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감상했을 것이다. OTT 플랫폼은 이전에도 예술영화관에 위협적인 존재였지만 코로나 이후 영화 소비 환경의 변화와 그 추이는 가속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관람의 편의성과 용이함에 더해 극장 외 관람 형태가 익숙함으로 자리 잡았다. 관객들이 극장으로 돌아오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모든 영화관의 상영은 기획전화되었다. 신작들이 개봉을 연기한 상황에서 예전 흥행작들이 재개봉을 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다양하게 상영한 적도 없지만 예술영화관과 일반 상업 영화관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이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예술영화관도 재정비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관람 환경을 고수하지 않으면 예술영화관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극장에는 더욱 ‘영화적’인 작품이 필요할 것이고, 각 극장의 아이덴티티는 더욱 명확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가능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관객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가 스크린을 응시하고 감정의 연대를 느꼈던 곳. 그곳에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떠올려 보시길 바란다. 이 난국의 끝에 다시 극장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인디스페이스 

코로나 19 이전부터 영화 관람은 멀티플렉스 중심이었고,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관람으로 변하고 있어 독립, 예술영화관들은 현재도 미래도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했다. 멀티플렉스와 다른, 온라인과도 다른 영화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의미 있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우리나라의) 상영 시장에 예상치 않았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독립, 예술영화관의 변화라기보다 거대 멀티플렉스의 변화다. 코로나 이후 한 공간에 여러 스크린을 두고 많은 관객을 한꺼번에 모아야 하는 멀티플렉스 모델은 변화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그리고 이런 멀티플렉스(들)로 사업 모델을 만들어온 거대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더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이 변화는 독립, 예술영화관의 미래에 다른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그 가능성은 가만히 있을 때 오지는 않는다. 다른 미래는 독립, 예술영화관이 멀티플렉스와 다른, 그리고 온라인 스트리밍과 다른 영화적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라는 의지와 계획이 있을 때 만들어질 것이다.

대전아트시네마 

코로나 19 장기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역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극장 관객의 증감과 전체 영화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배급-관람 구조의 변화를 더욱 촉진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된 듯하다. 또한 대중들이 영화 문화에 참여하는 방식이 급속히 달라질 것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지역의 예술영화전용관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운영 방식, 특히 극장 관객과의 관계 맺기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존의 충성도 높은 관객과 그렇지 못한 관객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에서 벗어나 관객과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구성할 것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코로나 19 확산으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포함한 전국의 극장에 관객의 발길이 끊어지기 시작한 게 2월이니, 모든 이들의 일상이 무너진 지 벌써 4개월째다. 1일 확진자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생명이 위태로운 분들이 계시고, 그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 모든 걸 걸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들도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어렵다 어렵다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운영을 지속해오고 있다. 여러 극장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 문을 닫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굳이 찾자면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한다’에 있다. ‘우리의 일’이라는 건 우리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의 일상에 우리 극장과 우리 극장의 영화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는 것이고, ‘무너진 일상’ 또한 지속되어야 한다. 하루의 일을 하고, 하루의 휴식을 하는 관객들의 일상 속에 우리 극장과 우리 극장의 영화들이 들어있다고 우리는 여전히 믿고 있다.

모두가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은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 말한다. 극장을 비롯한 영화의 세계 역시도 달라질 것이라 말한다. 극장의 사양화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규모와 존재감은 달라질지언정 많은 이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어둠의 세계에서 오직 스크린과 음향에만 집중하며 영화를 즐기는 ‘극장 문화’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일상 중 하나로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 믿는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그때를 기다리며 오늘도 내일도 극장을 열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에무시네마

온라인 스크린 등 극장 문화가 사라질까 우려됩니다. 예전과 같이 활발하게 기획도 많이 하고, 찾는 관객도 많을지도 미지수이다. 영화관 생태계가 복원되는 과정은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 사태에 관객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획들이 많이 생겨나고 이로 인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일지는 쉽게 예측이 되지 않는다.

 

오오극장

코로나 19는 결코 지금 이 시기만 넘긴다고 끝이 날 것 같지는 않다. 단순하게 코로나19 문제만 보더라도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이후에 다시 유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19를 넘어 이와 비슷한 문제는 더 다양한 형태로 더 잦게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인간의 사회적 활동을 가로막는 이런 다양한 형태의 전 지구적 위험이 일상화된다고 봤을 때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예술영화전용관을 넘어 영화관의 존재가 위협받게 됨은 물론 영화 시스템 전체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멀티플렉스의 사업성 악화로 규모가 이전보다 축소되어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역할이 더욱 넓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메이저 영화 제작 산업의 축소와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으로 바로 직행하는 경우가 증가해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멀티플렉스와 상영작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중소 규모의 한국영화가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독립영화전용관에서 몇 안 되는 대작 영화를 상영 못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 어쨌든 극장의 수명 단축은 이번 사태로 더 빨라져, 어쩌면 우리 세대에 극장이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서울아트시네마

우리뿐 아니라 많은 예술독립영화관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어려울 것이다. 독립영화 제작사나 예술영화 수입, 배급사도 신선하고 도전적인 시도를 한동안 뒤로 미룰지도 모른다. 그 여파는 더 다양한 영화와 만나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코로나 19 사태를 통과하며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는 걸 느꼈다. 관객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오라고 권할 수 없었다.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상영에 100명의 관객이 왔을 때 반가운 게 아니라 걱정이 먼저 앞서는 서글픈 경험을 했다. 이런 분위기는 극장 직원뿐 아니라 관객들도 느꼈을 것이다. 아마 다들 조금씩은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안고 극장에 오셨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종식과는 관계없이 ‘좁고 어두운 공간에 익명의 사람들이 모인다’는 극장의 특별한 조건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 특수한 공동체의 친밀한 성격을 회복하는 데는 아마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