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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상영작 소개

뇌에 대한 괴기한 집착을 다룬 영화

[영화읽기] 테렌스 피셔의 <프랑켄슈타인 죽이기>



호러영화의 재 창조자라고 불리며 컬트영화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테렌스 피셔는 저예산 호러영화의 명문인 영국의 해머프로덕션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피셔는 이미지, 주제, 소재의 측면에서 언제나 충격적이고 기괴한 것에 관심을 가졌다.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드라큘라 등을 소재로 하여 초자연적인 괴담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의 주인공들은 단순히 기괴하거나 공포스러운 것만이 아니라, 주로 운명이라는 저항할 수 없는 힘 앞에 쓰러져 가면서, 이 운명 때문에 모든 것을 파멸시키고 마는 비운의 희생자들이기도 했다. 피셔의 이러한 독특한 시선은 많은 영화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현대 호러영화의 바탕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피터 커싱이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할을 맡은 <프랑켄슈타인 죽이기>(1970)는 뇌에 대한 괴기한 집착을 다루는 영화다. 프랑켄슈타인이 죽인 자의 머리를 담아 들고 다니는 통과 연구실에 있는 인체와 해골은 이를 잘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옛 연구 파트너이자 연구의 중대한 결과물을 가지고 있는 브렌트 박사가 미쳐서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병원에서 빼돌려 정신병을 치료하여 숨겨진 연구결과를 찾기 위해, 살인과 폭력을 마구 자행한다. 여기서 정신병이라는 설정은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뇌 이식 연구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프랑켄슈타인, 뇌 이식을 연구하다가 정신병에 걸린 브렌트, 정신병원 의사인 칼은 미묘한 삼각구도를 형성한다.

특히 칼은 가장 불가해한 느낌을 주는 인물로서 프랑켄슈타인과 묘한 친연성을 갖고 있는데, 인상조차도 그처럼 무감각하고 냉철해 보인다. 칼은 별다른 저항 없이 프랑켄슈타인의 공모자가 된다. 그가 프랑켄슈타인의 수술을 도울 때면 자신이 치료하지 못한 정신병을 프랑켄슈타인이 뇌 이식 수술을 통해 고치는 것을 보면서 일종의 의학적 경이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칼은 이미 모든 수술이 끝난 후에, 무의미한 저항을 시도할 뿐이다.

이 작품은 심리적으로 큰 공포를 조장하는 호러영화는 아니지만, 서스펜스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극적 긴장을 유지한다. 영화의 긴장감은 대부분 시청각적 요소들의 강렬함과 거침없이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서사의 극적 쾌감을 잘 드러내는 편집효과를 통해 발생한다. 고딕풍의 공간, 의상과 괴기한 요소들의 충돌로써 구축되는 미장센, 그리고 음악과 사운드는 호러영화들의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면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인간의 훼손된 신체의 언캐니한 이미지나 신체를 훼손하는 소리의 섬뜩함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이를테면 시체를 유기했던 정원의 화단에서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면서 시체가 땅속에서 튀어나오고 피분수가 되어 흩날려지는 장면은 강렬하고, 뇌 이식 수술을 할 때 두개골을 가르는 톱질 소리는 매우 섬뜩하다. 제한된 공간과 요소만으로 큰 과장 없이 연출되었음에도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피셔의 빼어난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박영석)


 >>>상영일정
1월 28일 19:00
2월 7일 13:00
2월 28일 13:00 상영 후 비평좌담_시네필의 윤리_크리스 후지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