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 드니 회고전 - 상영작 리뷰]


불안의 정서 - <침입자>(2004)



<침입자>의 혼란스러움은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국경이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계에서 세관원인 여자와 탐지견이 등장한다. 뒤이어 그녀의 가정,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집을 보여주고, 여자와 남자의 성애 장면이 이어진다. 그러고는 어두운 숲속, 담을 넘는 침입자들의 이미지. 이러한 이미지들의 배열에서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맥락을 잡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오프닝 시퀀스의 역할이 서사의 인과관계를 쌓아가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봐야 할 것은 이미지들 그 자체다. 국경, 개, 가족, 그리고 침입자의 이미지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변주되며 나타난다. <침입자>는 심장 이식을 받은 루이 트레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지만, 이 서사는 인과관계를 가지는 사건들의 선형적인 배열보다는 이미지들의 중첩을 통해서 구성된다.



루이 트레보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그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 지대에서 개 두 마리를 기르며 한 여자와 살고 있다. 그의 심장에 문제가 생기고, 어느 날 집 근처를 배회하던 남자를 살해한 뒤에 그는 모든 걸 버리고 집을 떠난다. 스위스로 건너간 그는 심장 이식을 받기 위해 브로커를 찾는다. 심장 이식을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그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들을 찾고자 한다. 부산을 거쳐 타히티로 향한 그는 자신이 그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두 사람은 트레보가 아들을 위해 산 배를 타고 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이야기가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서사에는 많은 공백이 있고, 클레르 드니는 이 비어 있는 지점들을 맥락을 찾기 어려운 이미지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장례식, 죽음과 관련된 꿈의 이미지들로 채워 넣는다. 하지만 이 이미지들이 아무런 의미 없이 끼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이미지들로 인해 영화는 하나의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그것은 불안이다. 영화가 전달하는 이 감각은 관객의 몫이면서 동시에 영화 안에서 트레보가 경험하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너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숨어 있다.” 트레보는 외부의 적, 자신의 영역을 배회하던 적을 제거하지만, 또 다른 적을 자신의 내부에 심어놓는다. 타인의 심장이 그것이다. 내부로 침입한 이 심장이 트레보를 불안에 빠뜨린다. 심장과 죽음에 관련된 꿈들을 꾸고, 심장을 거래한 브로커는 계속해서 그의 주변을 서성인다. 이 불안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그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다. 트레보는 침입당하는 자이면서 동시에 침입하는 자다. 그는 새로운 심장, 다시 말해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국경 또는 경계를 넘는다. 이 넘어섬의 행위를 통해 그는 다른 장소에, 다른 사람으로 존재한다. 타히티에서 배를 타기 전, 그는 한 남자의 시신을 확인한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세관원의 남편으로 등장한 아들의 시신이다. 하지만 트레보에게는 새로운 아들이 생겼다. 그는 이 새로운 아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여행을 떠난다.


송재상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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