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 2010.03.16

영진위 정상화 촉구하는 영화인 1천명 서명 기자회견 열려

1천명 대표 영화인들이 서명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서울아트시네마, 미디액트 등과 같은 영화 단체들을‘지원’하는 곳이지‘운영’하는 곳이 아니다.”,“이번 문제는 좌·우,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닌 행정기관의 행정절차 투명성에 관한 문제다.”,“제발 영화 스탭들이 영화 찍는데만 신경쓰게 해달라.”

지난 3월16일,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인 1600여명이‘영진위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1천인 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최현용 사무처장의 진행으로 열린 이 자리에는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낮은 목소리> <밀애>의 변영주 감독, 전국영화산업노조 최진욱 위원장, <경계도시2>의 홍형숙 감독, <오로라 공주> 방은진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비상대책위 이용배 위원장,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김영덕 프로듀서 등이 영화인 대표로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영진위의 한국영화아카데미 파행 운영과 서울아트시네마 사업자 공모,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 상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1600명이나 되는 많은 영화인들이 서명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영진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변영주 감독은‘정책 결정,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강조했다.“누가 어떤 단체를 지원하는 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 집행 과정이 투명하고 깨끗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고차원적인 정치 얘기가 아니다. (조희문 위원장이) 일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마이크를 건네 받은 김조광수 대표는 새로 선정된 사업자들이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현재 독립영화전용관은 장소가 이전보다 훨씬 좋은데도 썰렁하다. 또, 예전 미디액트는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너무 넘쳐나서 장비 빌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현재 사업자들은 이게 다 좌파 때문 이라고만 한다." "남 탓만 하지말고 자신을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인 그는“제발 영화인들이 영화 만들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경계도시2>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홍형숙 감독도 영진위의 잘못된 지원정책을 지적했다.“세계 어느 나라에서 문화지원정책을 이토록 비합리적으로 집행하는가 변영주 감독님은 (조희문 위원장 보고)제대로 일 하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일 할거면 차라리 하지 말았으면 한다." 또한 그는 다음주에 내 영화(<경계도시2>)가 개봉하는데, 솔직히 이 자리에 있을 때가 아니다. 관객 한 분이라도 더 만나서 극장에 찾아줄 것을 부탁해야 되는데...(조희문 위원장은) 일 하지말고 <경계도시2>나 보러 오라. 내가 두 자리 정도는 빼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영화인들은 지난 2개월 반 동안 공석인 채로 파행을 겪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조속히 해결할 것과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를 재공모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1천 영화인 선언에 서명한 영화인들은 이날 오후2시까지 총1,681명으로 집계됐다. 명단에는 박찬옥, 봉준호, 정윤철, 최동훈, 허진호 감독 등이 포함되어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명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음은‘영화진흥위원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1천인 선언’전문이다.

[선언문]

영화진흥위원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1천 영화인 선언

2010년 3월 현재, 한국영화의 미래를 고민하는 중심축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영진위는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주체의 사업성과와 정책에 대한 세밀한 평가 없이 무리하게 공모를 진행해서 파행을 이미 예고했습니다. 두 사업에 대한 공모선정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의혹과 문제점이 국회와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공모를 책임지고 있는 영진위는 ‘문제없음’이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답변만을 개진할 뿐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2010년 2월 1일부터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의 운영단체로 선정된 단체들 또한 독립영화감독들을 비롯한 영화계의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공간을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공모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진위는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반발 속에서 시네마테크 전용관 운영자를 공모한다는 공지를 냈습니다. 그러나 민간에 의해 설립되고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에 연간 예산의 30% 수준의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운영자를 공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의 사업자를 첫 번째 공모에서 선정하지 못했던 것처럼, 시네마테크 전용관 운영자 공모에는 아무 단체도 공모에 응하지 않아 공모제 자체가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함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영진위는 3월 12일자로 시네마테크 전용관 운영자를 재공모한다는 공지를 내어 영화인들과 관객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습니다.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그리고 시네마테크 사업은 문화의 공공성과 다양성 그리고 관객의 문화향유권을 위한 사업입니다. 이 사업들은 애초에 민간에 의해 제안되고 주도된 사업들입니다.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민간단체들이 낸 것이고, 전반적인 운영 정책도 민간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공모가 필연적으로 파행을 불러온 것입니다.

우리 영화인들은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영진위에 있음을 우선 밝히고자 합니다. 영진위의 조희문 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에 의한 독단적인 전횡이 파행적인 공모를 불러왔으며, 문화공공성 확대라는 구체적인 정책에 의한 공모제가 아닌 ‘나눠먹기’와 ‘제 사람 챙기기’가 이 사태의 본질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의견수렴 절차는 애초에 무시되었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조차 원천봉쇄 되어 있습니다. 영화인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희문 위원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사태는 이런 비민주적이고 비문화적인 독단적 행정 집행이 낳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 채 2개월 반 동안 원장이 공석인 채로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영진위의 철학과 계획 부재에서 오는 행정 무능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학생들과 동문들은 영진위와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아무 답변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27년 동안 수많은 영화인을 배출해온 한국영화아카데미의 미래는 영진위와 학생들과 동문들이 함께 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여기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인들의 합의제 준 민간기구인 영진위는 최소한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여러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공감하는 정책과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등과 같은 소중한 공공의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시민들이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영진위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영진위는 그런 기본적인 역할조차 수행하지 못하고, 영화계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영화인들과 관객을 위한 영진위는 존재하지 않고, 정부의 문화정책에 과잉충성하는 영진위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 영화인들은 영진위가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촉구하며, 영진위 정상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최근 현안에 대해 영진위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자 합니다.

하나.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에 대한 공모과정의 정당성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를 재공모하라! 두 공간이 정상화될 때까지 현재의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의 그 어떤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 현재의 비정상적인 공모를 즉각 철회하고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라!
하나.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정상화하라! 아울러 한국영화아카데미의 미래에 대해 민주적인 공론화과정을 충분히 거쳐 정책을 입안하여야 한다.

2010년 3월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일동


[출처] 영화전문 주간지 씨네21 2010.03.16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1001001&article_id=60102)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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