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는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딛을 때부터 시작된 아주 오래된 믿음인 아메리칸 드림을 해체하고 재정립하는 영화다. 이태리에서 온 이민자 후손 록키 발보아는 하루하루를 4회전 복서로 살아간다. 그것만으로 돈벌이가 되지 않자 건달 노릇까지 하면서 구차하게 돈을 번다. 그러던 어느날 헤비급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에게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1976년에 만들어진 <록키>는 제작과정부터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명제작자 어윈 윈클러에게 <록키>의 시나리오가 눈에 띄기 전까지 스탤론은 33번의 흥미 없는 시나리오를 쓴 가난한 이민자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의 감독, 작가 그리고 배우를 모두 소화해 내며 일약 스타가 된다.
 

<록키>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 즉, 노스탤지어를 구체화한다. 구체화된 노스탤지어의 조각들은 록키의 펀치들로 모아지고 관객들은 그의 시도에 공감한다. 초기 개척자들,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의 구현을 위해 시도했던 것들, 일찍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사람들이 보여준 삶의 용기라는 그 감정과 노력을 되새김질 한다. <록키>는 미국을 다각도로 파헤친다. 이를테면 영화에서 독립기념일, 추수감사절과 같은 미국의 중요한 명절들이 언급된다. 그러나 그 날들은 다른 느낌으로 채색된다. 추수감사절엔 그날의 상징인 칠면조를 밖으로 내던져버리고, 독립기념일엔 가난한 복서와 챔피언이 대결을 한다. 이런 모습에서 미국은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이 아니다. 

영화는 미국이 쌓아온 굳건한 신화의 벽을 하나씩 깨트린다. 그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은, 록키가 아폴로와 싸우는 장면일 것이다. 아폴로 크리드는 챔피언이라기 보다 광대에 가까워 보인다. 그는 경기장에 들어오면서 조지 워싱턴을 흉내내는가 하면 들어와서는 "I want you!"를 남발하며 2차 세계대전 시절의 징집 포스터 엉클 샘을 흉내 낸다. 이는 자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미국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는 것이다. 그것도 흑인복서의 이름으로. 


쓰러 트려야 할 미국의 신화, 오만 그리고 편견은 8:7이라는 스코어로 쓰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점수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경기장의 관객들과 영화관의 관객들은 알 것이다. 8:7은 미국이라는 이름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그들의 발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 15회까지 서있었던 록키(사회의 소수자들)가 빛을 발한다. 아직까지 그 무엇도 이루어 보지 못했다던 록키는 자신과의 약속 15회를 버텨냈다. 록키의 시도, 그것은  혁명이자 미국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주먹이다.
(정태형: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Cine-Talk
1월 26일(수) 19:00 <록키> 상영후 정가형제 시네토크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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