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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소식

서울아트시네마마저 사라지나

[뉴스메이커] 영진위, 결국 시네마테크 공모제 강행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 조희문, 이하 '영진위')가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운영자를 공모를 통해 선정하기로 공식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영진위를 둘러싼 논란과 반발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는 2월 10일 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를 내고, 2010년 시네마테크전용관을 운영할 사업자를 공모를 통해 선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영진위는 2월 10일부터 18일까지 지원신청을 접수하고, 이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3월 1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1년간 임대 및 시설운영비 1억 6천만 원을 포함한 4억 5천만 원 이내의 금액을 지원금으로 받아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운영하게 된다.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때와 마찬가지로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내에 공모를 진행해 선정된 사업자에게 사업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 영화진흥위원회

더욱이 이는 "시네마테크를 공모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는 영화계 안팎의 여론을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2009년 국정감사에서 시정사항으로 "공모제 전환을 신중히 검토"하라고 지적한 국회의 결정까지 무시하는 것이어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관련기사 참조 : 영진위, 국회도 무시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9일 성명서를 내고 "시네마테크 사업 공모제 전환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영진위는 최근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에 대해 공모를 통해 (사)시민영상문화기구(시민영상기구)와 (사)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한다협)를 선정했다가 불공정 심사 파문에 휘말리면서 이미 상당 부분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현재 영진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는 2002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한시협)가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개관한 이래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로 존재해 왔다. 영진위는 시네마테크의 공공적 성격을 인정해 개관 초기부터 일 년 전체 예산의 약 30% 가량에 해당하는 극장 임대료를 지원해왔고, 이를 '시네마테크전용관 위탁사업'의 형태로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다. 그러나 작년 초, 영진위는 "2008년 국감 당시 '지원사업이 특정 몇몇 단체에 편중돼 있으니 시정하라'는 내용을 권고받았다"면서 시네마테크는 물론 독립영화전용관, 미디어센터에 대해 공모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표방해 영화계 안팎의 반발을 샀다.

결국 영진위는 작년 11월과 올해 1월, 2차에 걸쳐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 운영자를 공모제를 통해 선정했지만, 새로이 사업자로 선정된 시민영상기구와 한다협이 설립된 지 각각 한 달 및 세 달밖에 안 돼 성과나 사업수행 능력을 입증할 수 없는 단체들인 데다 조희문 위원장과 심사위원 중 두 명이 모두 이 단체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문화미래포럼 및 비상업영화기구 소속 회원들로 밝혀져 논란을 더하고 있는 상태다.

국감 때문이라더니?

문제는 영진위의 '공모제 전환'이 근거도 희박할 뿐 아니라 계속해서 그 근거가 변해왔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그리고 시네마테크에 공모제를 시행하겠다는 영진위의 입장에 영화계의 반발이 계속됐지만, 영진위는 2009년 한 해 내내 '2008년 국감의 지적'을 들며 공모제를 강행해왔다. 그랬던 영진위가 2009년 국감에서 '시네마테크 공모제 전환을 신중히 검토하라'는 시정사항이 채택되자 이제는 "국감의 지적은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말을 바꾸며 시네마테크 공모제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 그토록 국감 지적을 근거로 들더니 이제는 국회마저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시네마테크를 공모제로 전환하는 데에 다른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진위는 작년 초 "어차피 공모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지금의 사업자들이 그대로 될 것이다. 대신할 수 있는 단체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회유하기도 했다. "어차피 지금 사업자가 될 거라면 굳이 공모제를 왜 하느냐"는 반박에는 "공모제를 통해 오히려 사업자들에게 보다 객관적인 명분과 지위를 만들어주려는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공모제가 단지 형식적인 절차라 하더라도, 이를 통해 객관성과 투명성,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 공모 과정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특정 단체를 밀어주기 위해 공모제 시늉만 냈다" "이전 사업자가 잘했든 못 했든 무조건 자르고 새 사업자를 앉히려 한다"는 의혹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난처한 입장의 영진위가 굳이 이런 시점에 시네마테크마저 공모제로 강행하려는 데에는 납득하기 힘든 어려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영진위가 결국 공모제 입장을 내놓은 만큼, 현재 서울아트시네마의 향방은 불투명한 상태. 한시협과 서울아트시네마 측은 아직 또렷한 반응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다만 공모제 논란이 처음 터진 작년 초부터 "영진위를 시네마테크를 공모할 권리가 없다, 공모제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해온 만큼,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제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진통과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를 둘러싼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고 있다.
/ 김숙현 기자 (프레시안 무비)

[출처] 프레시안 무비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211143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