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벌써 여섯 번째를 맞았습니다. 2006년에 서울아트시네마의 안정적인 공간 마련과 재원확보를 위해 영화감독, 배우가 참여한 것이 벌써 6회에 접어든 것입니다. 아울러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또한 9년째를 맞았습니다. 매년 1월에 친구들과 영화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행사가 친구들 영화제입니다.

올해는 친구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당신에게 영화의 즐거움이 무엇인가'입니다. 지난해에 시네마테크는 물론이고 영화인들 상당수가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2011년에는 그런 시간을 넘겨 영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영화의 향락을 낙원에서 누려보자는 취지입니다. 영화의 즐거움을 함께 하자는 것은 우리들의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반대로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들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영화가 제공하는 즐거움은 다양합니다.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는 기억의 극장을 찾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익명의 친구들과 감성적 교제를 나누는 일이나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빛을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본 영화들을 두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을 쓰는 비평적 욕구도 있습니다. 낯선 세계를 만나는 즐거움은 영화를 만들고자하는 욕망으로 진전되기도 합니다. 시네마테크는 이런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열일곱 명의 친구들이 참여합니다. 예년보다 적은 예산이지만 반대로 전례 없이 가장 풍성하고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친구들의 선택작들과 관객들의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특별히 해외와 국내의 시네마테크 두 기관을 친구로 초대합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지난 해 서울아트시네마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대표인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명의로 재정지원 확대와 독립성의 확보, 안정적인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카르트 블랑슈'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역사와 함께 했던 12편의 프랑스 영화가 소개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복원하고 발굴한 장 르누아르, 사샤 기트리, 막스 오퓔스의 영화와 시네마테크에서 꿈을 키웠던 고다르, 그리고 누벨바그 이후의 장 으스타슈, 필립 가렐 등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장 프랑수아 로제가 2월에 서울 아트시네마를 방문해 시네마테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아울러 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한국영화 네 편이 상영됩니다.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마태오 가로네의 영화는 지난해부터 서울아트시네마가 활발하게 진행한 우리 시대의 작가를 소개하는 행사의 일환입니다. 특별히 그의 대표작인 <고모라>를 포함해 세 편은 이탈리아 문화원의 협조로 국내 판권을 구매해 특별전 상영 이후에 시네마테크를 포함한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할 계획입니다. 지난 해 타계한 에릭 로메르를 기념하는 '오마주: 에릭 로메르'에서는 6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에릭 로메르는 시네마테크가 사랑하고 시네마테크를 사랑한 감독입니다. 2001년에 그를 기리는 '에릭 로메르 회고전'을 처음 기획해 시네마테크에서 개최한 바 있는데, 당시 에릭 로메르는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저의 모든 작품에 대한 당신들의 오마주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모든 감사와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받아주시길'이란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로메르에게 따뜻한 우정의 표현을 보낼 차례입니다.


영화가 허락한 즐거움은 영화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세 분의 영화감독이 참여했지만, 2011년에는 이명세 감독부터 윤성호 감독에 이르는 현역의 감독 여섯 분이 참여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젊은이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클럽' 행사가 열리게 됩니다. 지난 10년의 한국영화를 되돌아보는 행사도 있습니다. 장현수 감독의 <라이방>과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년도에 개봉했던 영화들입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와라나고'라는 한국의 예술영화 제작과 배급, 예술영화 상영공간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게 만든 영화들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이 이미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살펴보는 기회입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시네마테크를 후원하기 위한 영화제입니다. 알다시피 시네마테크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지난 해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시네마테크 전용관의 건립과  공간 확보, 재정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시네마테크에 대한 공적 지원이 50% 삭감되면서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생겼지만, 영화인들과 배우들의 후원 광고 덕분에 힘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의 대표인 박찬욱 감독이 직접 국회를 방문해 시네마테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에는 당장 급한 시네마테크의 안정화 노력 외에도 전용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의 마련과 예산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전용관을 마련하는데 서울시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2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계자와의 좌담과 포럼을 시작으로, 3월에는 시네마테크 정책과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시네마테크의 해외 친구로 외국 영화인들의 초대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내년은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올 한해 십 주년을 맞는 준비들이 있을 것입니다.

올 해의 개막작은 에릭 로메르의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입니다. 누벨바그의 동료였던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 장 뤽 고다르가 초기 시절에 만든 단편 영화의 느낌으로 되돌아가 만든 작품입니다. 대표작인 <녹색 광선>을 만들고 불현듯 로메르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이 영화를 즉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첫 에피소드에는 '블루아워'라는 동이 크기 전의 1분간의 정적의 시간에 대해 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밤새들이 잠들기 전, 낮 새들이 깨어나기 전의 정적이 시간은 영화 속 소녀의 말을 빌자면 마치 배심원들이 심의에 들어간 후 '사느냐 죽느냐'의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처럼 고요함과 불안이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농부들이 '누가 뭐래도 내일은 새로운 날이 될 거야'라던가 '무슨 수를 써도 내일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시네마테크가 그런 블루아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요함과 정적의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일이 오고, 내일이 오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내일 우리는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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