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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소식

민주당 "전부 엉터리, 사퇴하라" vs 영진위원장 "문제없다, 사퇴 안 한다"

[뉴스메이커] 19일 영진위 관련 임시국회 스케치

19일 문방위 회의실에서 열린 임시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에게 영진위의 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과정을 집요하게 문제삼았으나, 조희문 위원장은 "공모에 문제없었다"는 입장만을 고수해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이 과정에서 조희문 위원장은 배경설명을 한다며 의원들이 묻지도 않은 대답을 길게 끌거나 의원의 질문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한다"면서 비판하고 나서다가 "오만불손하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조희문 위원장은 오전 업무보고 때에도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와 영진위의 업무보고 순서가 즉석에서 바뀐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고흥길 문방위원장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있는데도 이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업무보고를 계속하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조영택, 천정배, 전병헌, 최문순 등 민주당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조희문 영진위원장이 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과정에서 나온 의혹들에 문제를 제기했다. 천정배 의원은 영진위의 심사가 결론적으로 형법상 배임 행위와 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의원은 "시민영상기구가 낸 서류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도 전혀 다른 업체가 전화를 받는다. 2010년에 6.25 60주년 기념 참전순회공연을 문광부의 지원을 받아 하겠다고 기재했지만 문광부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한마디로 허위단체, 페이퍼기구"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조희문 위원장은 "하자 없는 절차에 합당한 결과가 나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디어센터 운영자 선정과 관련, "1차 공모에 응한 문화미래포럼 및 비상업영화기구와 2차 공모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가 법인 이름만 다를 뿐 사업계획서가 거의 동일하고 실무진들의 이름이 중복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도 조희문 위원장은 "조직도 사람도 다른 별개의 단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기 때문에 2차 공모시 심사위원 중 두 명이 문화미래포럼 및 비상업영화기구의 회원 및 전문위원이었다는 사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다시 공모를 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사업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공모제 전환의 정당성에서부터 공모 공지의 요강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조희문 위원장은 "영진위가 서울아트시네마 전체 예산의 90%에 해당하는 돈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시네마테크전용관을 허리우드 극장에서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고 대답하는 등 전혀 문제점을 시인하지 않았다. 천정배 의원이 "영진위가 낸 공지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한시협)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렇게까지 공모제를 급하게 진행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조희문 위원장은 "지난 8년간 특정 업체가 지정위탁으로 운영하면서 효율성 등에서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말로 둘러댔다. 전병헌 의원이 "서울아트시네마가 2008년 수행평가에서도 100점 만점에 85점을 받았는데 이 점수는 영진위도 받기 힘든 점수다. 2009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클린 통보를 받았다"고 지적했지만 조희문 위원장의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에 접수한 단체가 한 곳도 없었던 만큼 "재공모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천정배 의원이 "그럼 서울아트시네마의 허리우드 극장 임차권은 어떻게 하겠는가"는 질문에는 "서울아트시네마의 임차계약이 어차피 3월 31일 끝난다, 서울아트시네마가 계속 임차를 할 수 있으면 영진위는 다른 곳을 찾으면 된다"며 무성의하게 대답했다.

<워낭소리>와 <똥파리>를 영진위의 독립영화 지원의 큰 성과로 보고서에 제출했으면서도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이나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을 포함해 독립영화 감독 155인이 독립영화전용관 보이콧을 선언한 데에 대해서는 "저의를 갖고 행동하는 집단적인 행동"이라고 대답하는 등 편협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독립영화계에서도 배급권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의 몇몇이 감독들의 작품을 볼모로 위협을 하는 것"이라는 것. "만약 감독들이 독립영화전용관 외에 다른 루트로 자신의 작품을 상영할 수 있어서 그러는 거라면, 그것이야말로 영진위의 진흥 목적에 근접하는 자립선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이야기"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독립영화가 자립선언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영진위 덕이라는 얘기다.

조희문 위원장의 태도에 민주당 의원들은 "파렴치하고 부도덕하다" "모럴 헤저드가 상당하다,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 "불법 여부가 심각하다"며 조희문 위원장에게 조기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문광부가 필히 영진위에 감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병헌 의원은 "강한섭 전 위원장보다도 두 배, 세 배로 자격없다는 판정을 받고 있다. 여당에서 인선된 인사가 이런 논란을 일으키는 건 여당에 부담이 되지 야당엔 상관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나서는 건 영화계의 황폐화가 우려돼서다. 당신을 뽑아준 이들에게 보은하기 위해서라도 조기사퇴하라"고 권고했다. 장세환 의원도 "이런 의혹투성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건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고, 최문순 의원도 "카메라고발, 시사고발 프로그램 대상감이다. 공직을 이행할 만한 윤리적, 도덕적 능력이 전혀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희문 위원장은 이러한 일관된 요구에 대해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대답했다.

한편 영진위의 심사세칙에는 1차 서류심사에서 3배수를 추려 2차 면접심사를 거치게 돼 있으나, "3배수를 추리는 과정을 지켰느냐"는 천정배 의원의 질문에 정초신 영진위 부위원장이 "그렇지 않았다"라고 대답함으로써 절차상 하자가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최문순 의원은 영진위가 최문순 의원실에 제출한 두 가지 버전의 심사회의록에 의하면 원래 '3대 2로 통과'됐으나 영진위가 심사세칙을 의식해 '만장일치로 통과'로 조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대 2'는 세칙에 의거하면 부결인데도, 이 사실을 잘 몰라 "3대 2든 만장일치든 결과에 변화가 없다"고 오해한 심사위원들을 영진위가 회유해 '만장일치'로 수정된 회의록에 서명을 받아냈다는 것. "이는 공문서 조작으로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항"이라는 것이 최문순 의원실의 지적이다. 최문순 의원은 "만장일치가 아니라 3대 2로 통과했다는 증언을 확보했고, 이같은 수정에 대해 심사위원 한 명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영진위가 무시했다"며 이번 공모 선정 결과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 김숙현 기자 (프레시안 무비)

[출처] 프레시안 무비 2010년 2월 20일 기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220185414&Section=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