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 카잔: 나의 삶」이라는 자서전에서 보면 카잔은 영화계에서 은퇴한 후에 아침마다 면도용의 작은 거울을 쳐다보며 마치 아이같이 ‘도대체 너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그는 평생 자신이 어떤 인물인가를 고민했던 인물이다.


카잔은 1909년 터키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그리스인의 부모님 아래서 태어나 그의 나이 네 살 때 부모님과 함께 터키의 압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주민이었다. 부친의 양탄자 사업으로 어린 시절 카잔은 비교적 유복하게 성장했지만 자신이 터키출신의 이주자였기 때문에 미국에서 깊은 소외감을 경험해야만 했다. 그가 연극과 영화에 몰두한 것도 이른바 소외를 탈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체현자였고 동시에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에 밀고자가 되기도 했다.

엘리아 카잔은 대학시절부터 연극에 몰두했고, 졸업 후에 ‘그룹시어터’에 참여하거나 수많은 연극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한 바 있고 직접 연출을 하기도 했다. 카잔에게 1947년은 기념비적인 해였는데, 이 때 그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출하며 말론 브랜도로 대표된 '메소드 연기'의 정수를 대중들에게 선보여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그룹 시어터'의 맥을 이으며, 배우의 연기에 주목한 '액터즈 스튜디오'를 뉴욕에 창설해 이후 제임스 딘, 마릴린 먼로, 워렌 비티 등의 역량 있는 배우들을 양성했다.


1945년부터 1957년 사이에 그는 10여 편의 작품을 연출하면서 <신사협정>과 <워터프론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에덴의 동쪽>으로 감독상에 지명되었으며, 브로드웨이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세를 얻으면서 연극계와 영화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카잔은 '배우들의 감독'으로 불릴 만큼 배우 연기의 현대화를 꾀했는데, 말론 브랜도, 에바 마리 세인트, 제임스 딘, 워렌 비티와 같은 젊은 배우들이 그의 영화에서 독특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워터프론트>에서의 말론 브랜도, <에덴의 동쪽>에서의 제임스 딘, <초원의 빛>의 워렌 비티가 보여준 연기는 그들의 육체, 몸이 주는 무게감에 근거한 것이다. 특히 브랜도와 제임스 딘의 '우물거리는' 연기는 경이롭다. 앞뒤가 맞지 않는 그들의 불안감을 카메라 앞에서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러면서 위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표현하는 머뭇거리는 연기는 인물의 무의식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생각을 엿보게 한다. (김성욱)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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