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매개하는 것들에 관하여



억울한 사연을 지닌 원혼과 이야기가 필요한 작가. 호러 장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유서 깊은 짝패다. 언뜻 <트윅스트>도 다르지 않다.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소녀의 영혼이 떠도는 마을 스완 밸리는 그 누구의 지배와 간섭도 거부하는 고립된 마을이다. 엄중한 시간의 법칙도 그들을 호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종탑에는 7개의 시계가 각기 다른 시간을 알리고 있고, 한때 에드가 앨런 포가 묵었으나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된 호텔이나 호수 건너편의 고스룩을 한 정체 모를 젊은 방랑자들도 불길한 예감을 더한다. 이곳에 절망에 빠진 미스터리 작가 홀 발티모어가 찾아온다. 사고로 딸을 잃은 뒤 새로운 소설을 한 권도 내지 못하고 있는 그는 빚쟁이들의 독촉과 아내의 닦달에 쫓기고 있는 신세다. 그런 그에게 마을의 보안관이 흥미로운 소재를 건넨다. 시체보관소에 있는 소녀의 가슴에 말뚝이 박혀있는 것이 실은 ‘뱀파이어 처형법’이라는 가설이다. 그 후로 꿈속에서 신비한 소녀의 사연을 접한 발티모어는 그녀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겨보기로 한다.



, 그것이 <트윅스트>의 구조와 3D를 납득시킨다(이 영화는 3D로 만들어졌다). 발티모어의 새 소설 『뱀파이어 처형』을 중심으로 한 이 영화의 설계도는 다름 아닌 꿈의 이미지들을 밑그림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티모어는 소설의 결말을 알기 위해 계속해서 잠을 청한다. 그리하여 꿈속으로 ‘들어가면’ 그곳에는 에드가 앨런 포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포와 함께 그는 소설의 주제와 분위기를 설정하는 일부터 시작해 버지니아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풀어나가는데, 거기서 초현실주의자들의 꿈을 통한 자동기술법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더불어 그것은 마치 아름다운 여인들의 죽음과 환생을 다루며 뱀파이어 장르에 영감을 제공한 포의 꿈(소설 『리지아』, 『모렐라』, 『베레니스』 등)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과도 같다. 어쩌면 코폴라가 이 영화의 전체가 아닌 몇몇 신들만 3D로 만든 것은 바로 그렇게 한 차원의 꿈에서 다른 차원의 꿈으로 ‘들어가는’ 행위가 중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밖으로 빠져나와서 보면 <트윅스트>는 버지니아의 이야기를 전하는 포의 이야기를 옮기는 발티모어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다차원적 영화다.


꿈은 <트윅스트>의 구조를 결정하는 동시에 이 영화의 정서를 확립하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감독 스스로 히치콕과 <하우스 오브 왁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 이 영화를 많은 평자들이 실망스러운 ‘호러’라고 평가했던 것과 달리 하스미 시게히코는 ‘무드’가 중요한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그 무드란 이 영화의 제목이 뜻하는 대로 매개가 필요한 것들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서, 꿈의 이미지들이 그 영매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발티모어가 현실에서 꿈으로 도약하는 순간들, 과거도 현재도 아닌 모호한 시간에 지하도 지상도 아닌 모호한 장소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모호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들. 바로 그 순간들이 이 영화에 비언어적인 무언가를 부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호러의 상투형 속에서 건져낸 오묘한 무드의 영화다. 이 점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라는 이름을 신선하게 느끼게 한다.


글/ 이후경 씨네21 기자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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