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숨길 수 없는 낙관성
애드리안 라인의 '플래시댄스'

 

<플래시댄스>는 “제니퍼 빌즈의, 제니퍼 빌즈에 의한, 제니퍼 빌즈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릴 만한 새로운 얼굴로 발탁된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되어 이후 배우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플래시댄스>를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80년대와 9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은 돈 심슨과 제리 브룩하이머 콤비의 첫 작품이기도 한 <플래시댄스>는 매우 단순하고 심지어 노골적인 영화다. 영화는 수시로 춤을 추는 제니퍼 빌즈의 육체를 훑으며 그녀의 풍성하고도 탄탄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클로즈업한다. 제니퍼 빌즈가 맡은 알렉스는 성당 신부에게 “요즘 부쩍 섹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라며 고해를 하는 순진한 아가씨이면서 동시에 식당에서 남자친구인 닉을 육체적으로 유혹하는 대담함을 보이는 캐릭터로 설정된다.
제니퍼 빌즈의 매력은 ‘남자들을 위한 노골적인 유혹의 영화’에 반감을 품는 여성관객들마저도 반하게 만들 정도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인상적인 장면들은 이후 숱한 영화에서 패러디 및 오마주의 대상이 되었다. 난니 모레티 감독 역시 <나의 즐거운 일기>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제니퍼 빌즈에세 찬사를 바치기도 한다. 또한 <풀 몬티>에서 주인공들이 본격적으로 스트립쇼를 연습하기 전 참고삼아 보는 영화 역시 <플래시댄스>다. 그런가 하면 이 영화는 존 트라볼타와 <토요일 밤의 열기>로부터 시작된 디스코 열풍을 이어가면서도 한편으로 뉴욕 브룩클린에서 유행하던 브레이크 댄스를 전세계에 전파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알렉스가 친구인 지니와 함께 거리에서 만난 ‘스트리트 댄서’는 브레이크 댄스씬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남아있는 크레이즈 레그스. 그는 알렉스의 오디션 장면에서 일부 브레이크 댄싱의 대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들어진 지 딱 30년 만에 다시 보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80년대 미국을 지배한 주요 슬로건이었던 ‘낙관성’이다. 꿈과 실력과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 그렇게 한 번도 정식 댄스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알렉스는 정식 발레학교로의 진학과 부유한 남자친구와의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공의 주역이 된다. 엉덩방아를 두 번이나 찧고 실격한 지니가 부모에게 “엉덩방아 찧는 것도 잘하더라”라며 위로를 받는 장면이나, 알렉스가 오디션 장에서 실수를 하지만 “다시 해도 될까요?”라며 즉시 재도전을 해 결국 합격통지서를 받아드는 엔딩 장면에서 이러한 낙관성은 극대화된다. 6, 70년대 꽃을 피웠던 로큰롤과 아메리칸 뉴 시네마, 그리고 ‘새로운 헐리우드’의 시대가 종말을 맞았던, 그리고 노조의 파업에 ‘대량해고’로 맞섰던 레이건 재임기의 보수적인 미국을 ‘좋았던 시절’로 느끼게 만드는 장면들인 것이다. 불과 30년의 간극에 이 영화가 더없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김숙현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