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영화

- 테레사 프라타의 <몽유의 땅>




<몽유의 땅>의 주인공인 소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전쟁 중에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믿은 채 나이 든 ‘삼촌’과 부모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중 소년은 길에서 발견한 죽은 남자의 일기를 읽기 시작하는데, 이 일기에 따르면 남자는 전쟁 때문에 가족을 잃고 바다를 떠돌다 신비한 여인을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여인은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었고, 남자는 대신 아들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한다. 여기까지 일기를 읽은 소년은 아무 의심 없이 그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라고 굳게 믿어 버린 채 무작정 ‘엄마’를 찾아 바다로 향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일기 속 이야기는 신비한 분위기를 띄기 시작하고, 소년의 여행 역시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모잠비크의 테레사 프라타 감독이 만든 <몽유의 땅>은 자극적인 소재가 먼저 충격을 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닭장에 갇힌 소년과 어린 소년의 수음을 도와주는 노인과, 드럼통에 묶인 소녀와 덫을 놓아 사람을 납치하는 광인이 등장한다. 이런 소재들만 모아놓고 보면 단지 엽기적인 소재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영화인가 싶지만 인상적인 건 이 영화가 충격적인 소재들을 이용해 결국 아름답기까지 한 슬픔의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자신이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순진한 눈빛과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는 장면은 쉽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잔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현실과 환상의 구분을 지운 채 끔찍한 것을 끔찍하게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육지와 바다의 구분마저 지워버리는 마지막 장면의 마법적인 순간은 이 영화의 정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메마른 땅에서 물이 솟아나는 신비한 기적은 잔인한 현실에 지친 주인공들을 위로하며 따뜻함을 선사하다가도 그 위로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란 걸 깨닫고 다시 슬퍼지게 만든다. 맨눈으로 들여다보기엔 너무 끔찍하고, 그렇다고 모른 척 위로만 하기엔 너무나 굳건히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냉혹한 현실. <몽유의 땅>은 그런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슬픔을 생생히 전달하는, 그래서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영화이다.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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