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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상영작 소개

기이하나 매혹적인 도착자들의 세계 그린 존 워터스의 <디바인 대소동>

존 워터스의 <디바인 대소동>




‘쓰레기의 제왕’. 23세에 만든 첫 극영화로 인해 영화가 아직 개봉도 되기 전에 음란죄로 체포되기도 했으며, 자신의 작품이 아무런 사회적 가치도 되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 볼티모어 출신의 괴짜 감독 존 워터스를 일컫는 말들이다. 그는 70년대에 괴팍한 농담과 괴이한 상상력으로 저예산 영화들을 만들어내면서 대표적인 컬트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디바인 대소동>(1974)은 그의 대표작으로 전작 <핑크 플라멩고>(1972)의 속편이자 <막가는 인생>(1977)과 함께 소위 ‘쓰레기 3부작’을 이룬다.

 

크리스마스 아침, 던 데븐포트는 부모님께 하이힐을 선물 받지 못하자 분노해서 충동적으로 가출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던 데븐포트는 존 워터스의 페르소나로 잘 알려진 거구의 드랙퀸 디바인이 연기했으며, 그녀는 첫 극영화 <몬도 트래쇼>(1969)를 포함하여 존 워터스가 만든 70년대의 괴작들에 대부분 등장하면서 컬트 아이콘이 되었다. 집을 나온 그녀는 히치하이킹을 하는데, 곧 자신을 태워주었던 남자(디바인의 1인 2역)에게 강간당하게 되고, 결국 혼자서 아이를 낳는다. 웨이트리스, 스트립댄서를 전전하며 매춘, 강도를 일삼던 그녀는 ‘립스틱 뷰티 살롱’의 헤어드레서와 잠시 결혼생활을 누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 하게 된다. 때마침 살롱 사장 부부의 추천으로 모델이 됨으로써 유명세를 타게 된다. 던 데븐포트를 둘러싸고 살인, 납치, 섹스, 폭력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범죄와 매혹, 명성은 한데 묶인다. 그녀는 자신의 쇼를 보러오기 위해 모인 관중들을 향해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외치며 총을 난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인죄로 전기의자에서 생을 마감한다.




<대바인 대소동>에서 아름다움과 명성에 집착했던 던 데븐포트의 파란만장한 삶은 흔한 멜로드라마적 이야기를 기괴하게 비튼다. 메스꺼운 패덕적 세계는 조악한 편집, 배우들의 뻣뻣한 연기, 홈비디오로 만들어진 포르노 같은 영화의 형식와 뒤엉켜 도덕적·감각적 불쾌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러한 불쾌감 이면에는 미국적 생활양식에 대한 패러디, 주류에 대한 과감한 도발이 존재한다.

 

존 워터스의 영화는 디바인으로 대표되는 도착자들의 세계다. <디바인 대소동>의 인물들은 그들의 모습 그 자체로 온갖 음탕함과 기이함을 의인화한다. 인물의 외모와 행동은 추함, 음탕함, 집착, 탐욕과 같은 성격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한다. 도착적이고 기괴한 인물들을 다룬다는 점, 추하고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다이안 아버스의 사진들과도 유사한 지점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아버스의 사진과 달리 워터스의 영화는 아이러니와 유머가 영화 전체에 아우러져 있다. 때문에 최초의 혐오스러움과 충격을 한 꺼풀 벗기고 나면, 관객은 영화 속 ‘괴짜’들을 향해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게 된다. 실제 존 워터스는 누군가를 향해 조롱하고 싶다면, 그들이 예전에는 결코 웃지 못했던 일들에 웃음을 터뜨리도록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 한다. 영화가 담고 있는 신랄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가 냉혹함이나 냉소보다는 특유의 블랙 유머로 깊이 각인되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장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