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 (주)인디스토리의 경우]


“창작자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을 기대한다”

- <최악의 하루> 상영 후 김종관 감독과의 대화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번 <최악의 하루> 상영은 (주)인디스토리 20주년을 기념해 진행하는 것이다. 1998년에 처음 문을 연 (주)인디스토리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배급에 초점을 맞췄지만 제작도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23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중 단편까지 포함하면 (주)인디스토리와 가장 많이 작업한 감독이 김종관 감독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작업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김종관(감독) 지금까지 장편영화 작업을 세 편 정도 했다. <조금만 더 가까이>(2010), <최악의 하루>(2015), <더 테이블>(2016)을 만들었는데 이 중 <조금만 더 가까이>와 <최악의 하루>를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만들었다. 그리고 단편 옴니버스까지 포함하면 <눈부신 하루>(2005)도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만들었다. <눈부신 하루>는 30분 길이의 단편으로 참여를 했는데 일주일 안에 찍는 ‘빡센’ 일정이었다. 예산도 적어서 1,000만 원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찍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 조금씩 오르기는 했다(웃음). <조금만 더 가까이>는 1억 규모였고, <최악의 하루>는 3억 정도의 규모였다.

기본적으로 상업영화를 찍을 때는 감독이 제작사에 연출자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들 때는 감독이 기획의 영역에서도 많은 역할을 요구받곤 한다. <최악의 하루>를 찍을 때는 투자 과정에 문제가 생겨 사비를 쓰기도 했었다. 연출자가 투자를 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김보년 여러 제작사가 있는데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김종관 단편을 포함해 (주)인디스토리와 작업을 많이 했다. 너무 많은 작업을 함께 하다 보니 좀 고단한 것도 있다(웃음). 서로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좋은 모습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일을 할 때 냉정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주)인디스토리는 기본적으로 개성이 강한 작품들을 만든다. 그런데 그 개성이 상업적으로 보았을 때는 ‘마이너’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주)인디스토리는 다른 곳에서는 제작하지 않는 작품들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투자사와 제작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주)인디스토리도 돈을 벌고 싶겠지만(웃음) 여전히 ‘좋은 영화’에 대한 마음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수함이 있다.

<최악의 하루>도 상업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하는데 제작 과정에서 연출자의 의견을 잘 존중해 주었다. 흔치 않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관용도라고 해야 할까, 그런 특징이 지금 (주)인디스토리의 색깔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견 차이도 있지만 흔히 말하는 심한 관여나 내용에 대한 간섭 같은 건 없었다. ‘이런 장면이 더 들어가야 상업적이지’ 같은 말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김보년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사와 가장 많이 논의한 건 어떤 지점이었나.

김종관 일종의 모니터링을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창작에 있어 나의 자유를 보장해 주었다. 오히려 많은 논의를 한 건 배급 과정에서였다. 제작사는 영화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전략을 짜는 일도 맡는다.

김보년 <최악의 하루> 배급은 CGV아트하우스와 함께했다.



김종관 언제 개봉할지, 어떻게 홍보를 할지, 배급을 어떻게 할지 등을 (주)인디스토리, CGV아트하우스와 함께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포스터와 예고편도 좋게 나왔고 많은 좋은 결과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CGV아트하우스의 색깔도 많이 들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과정들이었던 것 같다. 먼저 내가 시나리오를 쓴 뒤 (주)인디스토리에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크랭크인 사흘 전에 예산이 비어버렸다. 그래도 영화는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마치 도박에 빠진 사람의 심정으로(웃음), 내 돈을 투자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촬영을 마친 뒤 만든 ‘가편본’을 CGV아트하우스에 보여준 다음 새롭게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의 <최악의 하루>가 만들어졌다.

독립영화 개봉은 많은 사람들이 몸으로 직접 뛰는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매일 관계자와 만나고 감독과 배우도 극장에 가서 직접 관객들과 만난다. 이런 과정에 참여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최악의 하루> 극장 관객이 8만 명 정도 되는데, 누군가에게는 적어 보이겠지만 나는 적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했었는데 이번에 이걸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김보년 개인적으로 ‘오늘 빵 터진다’라는 카피가 붙은 포스터가 재미있었다.

김종관 홍보 포스터를 만들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먼저 영화의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주)인디스토리, CGV아트하우스의 마케팅 팀과 잡는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포스터를 만든다. 포스터를 만드는 과정도 영화 만드는 과정과 비슷했다. 여러 사진작가와 디자이너, 크리에이터들이 합류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전체 홍보 작업에는 잘 알려져 있는 무브먼트라는 회사와도 함께했다. 서로 생각들이 많은 사람들이다 보니 의견차도 있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했다. 정작 포스터 촬영할 때 나는 외국에 있었던 기억도 있다(웃음).

관객 1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연기 디렉팅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김종관 지금까지 영화를 16년 정도 했고 스무 편이 넘는 단편을 찍었는데, 연출자로서 연기자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정말 즐긴다. 운 좋게 좋은 연기자들을 만나서 잘 표현이 됐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배우들과 ‘으쌰으쌰’해서 연기적으로 좋은 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연기에 관해 항상 갖고 있는 개인적 생각인데, 연출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좋은 연기자가 안 좋은 연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게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배우들은 각자 잘할 수 있는 연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연출자는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중매를 잘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배우와 캐릭터의 간극을 어떻게 잘 메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이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캐스팅이다. 배우의 인지도나 인기를 떠나서 이 배우가 이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캐스팅이 잘 되면 연출자가 할 부분은 사실상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배우와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하면서 배우가  캐릭터를 잘 이해하게 유도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연출자가 할 일이 많지 않다. 배우가 보여준 많은 좋은 모습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 정도다.

김보년 감독님이 생각하는 (주)인디스토리는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주)인디스토리에 어떤 걸 기대하고 있는지도 듣고 싶다.

김종관 (주)인디스토리는 제작뿐 아니라 배급도 해주었다. 내가 회사에 수익적으로 많은 도움이 안 된 것 같아 좀 그렇기는 하다(웃음). (주)인디스토리는 창작적인 부분에 있어 서로 ‘나이스’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또한 저예산 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많이 갖추고 있기도 하다. 사실 독립영화 작업을 할 때는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자기 돈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외로울 때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다. 기반이 더 튼튼해져서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들과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주)인디스토리가 20주년을 맞았고, 나도 16년 정도 저예산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새로운 사람이 많이 등장한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20년 전에 영화를 하던 사람이 지금도 영화를 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적다. 창작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여러 창작자들에게 시선과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바란다. (주)인디스토리는 그런 면에 있어 분명 많은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 단편의 배급 의뢰를 했던 2003년부터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일했다.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 친구로 남고 싶다.


일시 11월 25일(일) <최악의 하루> 상영 후

정리 김보년 프로그래머

사진 여혜연 자원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