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짧고 굵은 아시아단편영화제]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폭력의 아시아’ 섹션 상영 후 마천위, 박우건 시네토크


신정아(모더레이터) 오늘 상영한 영화 중 <살인 미소>의 마천위 감독, <미나>의 박우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마천위 감독은 북경영화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다수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 박우건 감독은 한양대 대학원에서 단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독립 프로덕션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섹션은 “폭력의 아시아”이다. 폭력을 키워드로 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고 싶다.

마천위(감독) 폭력은 감정적, 정서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폭력 자체보다는 폭력을 당하고 핍박받는 캐릭터의 성격, 아이들을 지켜내려 희생하는 어머니의 집념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박우건(감독)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상황을 상상했고, 그 상황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 미나가 선택하는 어떤 방향성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관객1 마천위 감독께 질문드리고 싶다. 단편영화치고는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이동의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인데, 영화로 만들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마천위 직접 꾼 꿈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였는데 처음에는 장편영화로 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단편으로 만들면서 시간이나 공간의 스케일이 오히려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자신이 아끼는 무언가가 위협을 받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

관객2 미나가 찾아간 집을 보면서 부조리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은 가해자는 매우 부유하게 사는데 미나는 어린 나이에 부모 없이 혼자 밥을 먹는다. 이러한 대비가 어떤 사회적인 부조리를 함의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떤 면에서는 가해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미나의 마지막 선택이 좀 더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로 보이기도 한다.



박우건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비되는 상황이 사건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가해자는 잘 살고 피해자는 못 사는 현실을 보여주려던 건 아니었다. 가해자가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면 주인공이 더 큰 딜레마에 처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회구조적 부조리까지 의도하진 않았다.

관객3 <미나>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다. 먼저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상황을 어떻게 처음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는 여주인공 심달기 배우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배우를 어떻게 찾았는지, 그리고 연기 연출을 한 방법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다.

박건우 처음에 준비하던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구성하던 중에 ‘미나’라는 소녀를 발견하게 됐고,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렸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구체적인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달기 배우는 뮤직비디오 작업을 할 때 만났다. 그때 이미지가 미나와 잘 맞아떨어져서 자연스럽게 캐스팅했다. 연기 디렉팅을 치밀하게 하진 않았다. 최대한 디테일하게 상황 설명을 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하도록 부탁했다.

관객4 <살인 미소>에서는 아이의 귀여운 미소와 살인이 강렬한 대비를 보인다. 이 대비가 무엇을 은유하는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미나>의 결말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되돌아가는데, 이 장면의 의미가 용서인지 궁금하다.

마천위 ‘나쁜 것과 좋은 것’이라는 대립되는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싶었다. 그래서 비록 단편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만약 이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면 이 아이가 큰 이후의 이야기도 다루고 싶다.

박우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내가 피해자였을 때는 가해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엔딩으로 흘러간 것 같다. 미나에게 중요한 건 용서보다는 어떤 끝맺음 자체라고 본다. 끝맺음 없이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미나는 그 전과 같이 힘든 삶을 살고 더는 성장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신정아 “짧고 굵은 아시아영화제”의 핵심은 젊은 감독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풀어내고 그것을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함께해 주신 감독님들과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일시 11월 16일(금) ‘폭력의 아시아’ 섹션 상영 후

정리 송재상 프로그램팀

사진 목충헌 자원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