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 (주)인디스토리의 경우]


“독립영화가 좀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

- <걷기왕> 상영 후 백승화 감독, 곽용수 대표, 김화범 제작이사 시네토크




김화범((주)인디스토리 제작이사) 오늘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눈길을 헤치고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자리에서는 (주)인디스토리 제작 영화 기획전 상영작 중 <걷기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주)인디스토리에서 20년간 제작한 영화가 23편이다. 먼저 곽용수 대표의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곽용수((주)인디스토리 대표) 우선 (주)인디스토리 20주년을 기념해서 기획전을 열어준 서울아트시네마에 감사드린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영화제를 하지는 못했지만 서울아트시네마뿐 아니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도 20주년 기념 영화제를 했고, 12월에는 부산 영화의전당에서도 기획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김화범 심은경 배우를 캐스팅한 과정에 대해서 듣고 싶다.

곽용수 CGV아트하우스에서 투자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심은경 배우를 추천받았다. 설마 출연할까 싶었는데 승낙을 얻었다. 우리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반가워했다(웃음).

백승화(감독) 심은경 배우가 출연한 <궁합>과 촬영 일정을 조정하느라 준비 시간이 좀 더 생겨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심은경 배우를 이미지 캐스팅했었다. <써니>나 <수상한 그녀>에서 보여줬던, 캐릭터가 돋보이는 모습을 원했다. 실제로 심은경 배우가 캐스팅됐을 때는 물론 기뻤지만 당황하기도 했었다(웃음). 나중에 왜 <걷기왕>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는지 물어봤었다. 빠르게 주연으로 성공한 배우다 보니 다음 영화들에 대한 부담감이 컸었는데, ‘쉬어간다’는 <걷기왕>의 주제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이런 점들이 운 좋게 잘 맞아서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김화범 <걷기왕>에는 음악들이 많이 쓰였다. 감독님이 직접 작사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백승화 음악적으로 재밌는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었다. <타이타닉>의 음악 “My Heart Will Go On”을 리코더로 부는 장면이라든가, 영화 후반부에 삽입된 인디밴드의 노래들, 심은경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엔딩 장면이 그렇다. 리코더를 엄청 못 부는 외국인이 “My Heart Will Go On”을 연주하는 유명한 유튜브 영상이 있다. 편집할 때 그 생각이 나서 소리를 입혀봤는데 정말 좋더라. 약간 슬프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하고, 뭔가 어설픈 느낌이 잘 어울렸다. 저작권료 때문에 고민했지만 다른 음악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음악감독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 음악을 쓸 수 있었다.

관객1 제작에 있어 ‘독립영화’와 ‘일반 상업영화’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를 제작할 때 예상하는 관객 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는지 궁금하다.

곽용수 지금까지 (주)인디스토리에서 제작한 영화 중 <눈부신 하루>라는 옴니버스 영화와 <최악의 하루>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만약 손익분기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면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립영화 제작 방식은 큰 투자를 받거나 손익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여러 단체의 제작지원을 받거나 개인 사비를 털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손익분기점을 맞춘다는 개념 자체가 독립영화 쪽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것 같다. 심은경 배우가 <걷기왕>을 한다고 했을 때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흥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독립영화가 좀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다.

관객2 <걷기왕>은 고등학생인 만복이가 주인공인 영화다. 영화를 만들면서 고등학생 또는 20대 초반인 세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 세대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지는 않았는지 질문하고 싶다.



백승화 처음 어떤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경험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지금 학생들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은 아니지만 20대 초중반인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고민을 하고 사는지 많이 물어봤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게 어떤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 별로 의심을 안 해봤는데, 요즘 세대들은 그 한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 점이 가장 다르다고 느꼈다.

<걷기왕>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도 그렇게 채워졌다. 예를 들면 만복이가 완주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다. 보통의 스포츠 영화 주인공에게 기대하는 건 일등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넘어졌으면 기어서라도 완주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만복이가 스스로 그만두기를 선택하는 모습이 그 시기의 학생들한테 오히려 뭔가 가닿는 게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좀 더 필요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관객3 파스텔톤 화면이 굉장히 화사했다. 그러다 보니 훈련하고 경기를 하는 장면에서도 선수들이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원했던 느낌의 장면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완성된 영화에 아쉬운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백승화 <걷기왕>은 ‘보통의’ 영화들과는 다른 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톤이라든가 이야기 구조, 음악 등에서 약간은 키치한 느낌과 B급 유머가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고민했던 것들 중 색도 있었다. 색깔이 눈에 잘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의 컨셉을 가지고 촬영과 색보정을 했다.

아쉬운 점도 없진 않다. <걷기왕>을 만들면서 내가 원하는 어떤 영화를 만드는 게 단순히 재밌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예산이나 촬영기간도 넉넉하지 못했고, 특히 화면의 경우는 미술이 뒷받침되어야 내가 하고 싶은 걸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화범 (주)인디스토리의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곽용수 개인적으로 장르 영화를 해보고 싶다. 올해 공동 제작으로 호러 영화를 하나 찍었다. 이런 쪽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거다. 현실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면, 제작 환경이 변해가고 있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감독도 현장에서 많이 힘들겠지만 제작자도 부담이 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현장에서 어떻게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어떻게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웹드라마의 형식과 플랫폼을 결합했던 <오목소녀>(백승화) 같은 방식도 있고, 또 다른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투자를 받아야 하겠지만 TV 시리즈물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과 탐색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주말에 눈도 왔는데 이렇게 영화를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 거다. 인디스토리에서 만드는 작품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기대한다.

백승화 오늘 영화를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GV를 많이 했는데 회사 대표님과 같이 GV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웃음). 개인적으로 (주)인디스토리와 굉장한 연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한 작업의 대부분을 (주)인디스토리와 함께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 대로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분들이 (주)인디스토리의 작업들을 응원하고 있다. 앞으로 30주년, 40주년 행사를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김화범 대표님이 얘기한 것처럼 영화 현장에서의 노동 조건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 독립영화 현장이라 하더라도 저임금 노동과 관련한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제대로 고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그리고 또 스태프와 배우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합리적인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오늘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화들을 만들어갈 텐데 그때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일시 11월 24일(토) <걷기왕> 상영 후

정리 송재상 프로그램팀

사진 목충헌 자원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