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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

[에디토리얼] 트뤼포, 영화를 훔친 사나이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는 한 명의 영화작가가 얼마나 사랑을 가지고 그의 전 생애 동안 영화를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사랑에 굶주린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했고, 영화로 만난 여배우들을 사랑했고, 사랑을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에서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앙투안 드와넬은 거리를 쏘다니다 몰래 우유를 훔쳐 마시는데, 벽에는 찰리 채플린의 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굶주림을 그린 위대한 희극왕에 대한 경배의 표현이다. 동시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회에서 소외되어 불량소년으로 떠도는 인물의 삶이 채플린이 창조한 부랑자 찰리의 삶과 만나는 순간이다. 트뤼포는 이런 식으로 상실의 삶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기획으로 영화를 만든 감독이었다. 트뤼포에게 영화는 수줍어하는 소년이 예쁜 소녀에게 고백하는 사랑의 감정 같은 것이.. 더보기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녹색 방' 두 부친, 바쟁과 로셀리니, 그리고 배신과 속죄 트뤼포 자신이 직접 연기하는 (1978)의 주인공 줄리앙은 부고(訃告) 전문 기자다. 부고 기사라는 게 불멸의 초상화를 그리는 렘브란트처럼 타인에 대한 깊은 연민이 없인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데 줄리앙은 편집장으로부터 ‘부고 기사의 대가’라는 칭호까지 듣는다. 죽은 사람은 그의 문장에 의해 부활의 명예를 누리기도 한다. 영화의 도입부, 줄리앙은 어느 정치가의 부고 기사를 쓰고 있다. 평소처럼 일필휘지로 내달리는 솜씨가 과연 대가의 풍모다. 그런데 그는 탈고를 하자마자 원고를 편집장에게 넘기며, 수정은 마음대로 하라면서 퇴근하려 한다. 편집장은 기사를 읽고, 얼굴이 사색이 된다. 급히 줄리앙을 불러 따지듯 묻는다. “당신은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이려합니까?”.. 더보기
[리뷰] 앙투안 드와넬 5부작 중요한 건 사랑이야 * 프랑수아 트뤼포가 1971년에 남긴 앙투안 드와넬 연작에 관한 노트 를 바탕으로 쓴 글임을 밝힌다. ‘앙투안 드와넬 연작’은 애초에 한 편으로 예정되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20년의 세월에 걸쳐 진행된 다섯 편의 영화 - , , , , - 를 말한다. ‘앙투안 드와넬 연작’은 낭만적이면서 고전적인 남자의 이야기다(트뤼포는 앙투안이 19세기 식의 젊은이라고 생각했다). 앙투안은 소년 시절에 이미 발자크를 비롯한 고전문학에 매혹되었고 삶의 매순간마다 일기와 편지를 쓴다. 그가 장차 쓰게 되는 소설은 일기와 편지의 확장에 다름 아니다. 인터넷과 핸드폰의 시대라면 앙투안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앙투안 드와넬 연작’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성장하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앙투안은 어른과.. 더보기
[회고전] 프랑수아 트뤼포 전작 회고전 존 카사베츠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특별전을 연 서울아트시네마는 숨 돌릴 틈 없이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전작전을 준비하였습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영화들을 만든 감독이자 씨네필의 대명사인 트뤼포의 전작 23편을 개관 10주년을 맞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할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히 느껴집니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영화에 바친 사람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를 모두 외웠다거나, 이별했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대신 찰리 채플린의 를 보러 갔다는 에피소드 등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단지 영화를 많이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영화에 대해 토론을 하고 글을 썼습니다. 이 시기 트뤼포와 함께 활동했던 씨네클럽의 멤버들은 훗날 누벨바그를.. 더보기
‘오즈 영화에서의 감정에 관하여’ [영화사 강좌] 오즈 야스지로를 말한다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기간 중에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세 차례의 영화사 강좌가 마련되었다. 그 마지막 강좌로 지난 9월 30일 저녁 상영 후 영화평론가 김영진 교수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오즈 영화에서의 감정에 관하여’란 주제 때문인지 흥미로운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 강연 현장을 여기에 싣는다. 김영진(명지대학교 교수, 영화평론가): 이라는 영화는 잘 아시듯이 오즈 야스지로의 후기작 중 하나로, 이후에 을 찍고 돌아가셨다. 개인적으로 오즈의 후기작들도 좋아한다. 보통의 나이 든 감독의 영화 같지가 않다. 주인공인 만베이라는 캐릭터는 이전까지의 오즈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노인의 캐릭터와는 다르다. 철없는 노인의 모습인데, 나이.. 더보기
‘오즈의 이면’ [영화사 강좌] 오즈 야스지로를 말한다!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기간 중에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세 차례의 영화사 강좌가 마련되었다. 그 첫 번째로 지난 9월 18일 오후 상영 후 시네마테크부산 관장을 맡고 있는 허문영 영화평론가의 강연이 이어졌다. ‘오즈의 이면’이란 주제로 펼쳐진 열띤 강연 현장의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허문영(영화평론가, 시네마테크부산 관장): 에는 오즈 야스지로의 유성영화 중에는 유일하게 겨울이 배경이고, 눈이 내린다. 오즈는 포커스 잡는 게 어려워지거나 하는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들 때문에, 영화에서 비나 눈이 오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오즈의 대부분의 영화들은 봄, 여름, 가을에 찍혀졌고 굉장히 밝다. 분위기나 주제에 있어서 밝다는 것이 .. 더보기
오즈의 컬러 영화를 보셨는가 가정과 결혼이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탐구해온 오즈 야스지로 감독 자신은 평생 독신이었다. 일본 소시민 가정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는 맞는 말이지만 이것만으로 오즈 영화의 세계를 설명하기는 무리다. ‘무리’(無理)라는 단어는 오즈의 대사에 자주 등장하는데 어쩌면 오즈가 ‘이치’(理致)란 무엇인지 항상 고민했던 증거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삶에서 그가 발견한 이치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어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인간 조건이다. 단지 일본적인 삶의 풍경만을 잘 그려냈다면 오즈가 이토록 오래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즈는 인간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혼과 가정이라는 조건을 존중하고 예의 바르게 그 표면과 이면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도 결코 그 조건에 매몰된 적이 없다. 그의 유작 (1.. 더보기
가을날의 오즈 -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Ozu Yasujiro Retrospective 2011년 9월,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일본 영화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를 개최합니다. 오즈 야스지로는 스스로의 엄격한 스타일을 확립해 인간의 순환적 삶을 영화에 담아내 영화 예술의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 작가입니다. 세계 영화사에서도 손꼽히는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 중의 한 명으로 현존하는 많은 작가들, 특히 한국의 영화감독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친 작가입니다. 오즈의 영화는 이야기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일본적인 것의 총합이라고 할 만합니다. 트레이드마크처럼 인식된 ‘다다미숏’은 그런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일본의 좌식문화를 가장 적절한 형태로 보여주는 숏이자 일본식 가옥의 좁은 방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