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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

[리뷰]영화에 대한 사랑의 묵시록 - 프랑수아 트뤼포의<아메리카의 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역마차 여행과 같다. 처음엔 유쾌한 여행을 기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 촬영 시작 전엔 아름다운 영화를 찍고 싶지만, 문제가 생기면 야망은 수그러들고 그저 촬영을 끝낼 수 있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영화 속 영화, 의 감독 페랑(프랑수아 트뤼포)의 극중 내레이션이다. 페랑은 영화를 찍는 일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제작자는 영화 촬영이 빨리 끝나기를 재촉한다. 배우로 활약해야 할 고양이는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술에 취한 배우는 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 영화 제작기간 동안 같은 호텔에 묵어야 하는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난잡한 스캔들이 일어난다. 페랑의 영화촬영기가 비록 험난할지라도, ‘영화에 대한 영화’인 이 트뤼포의 ‘영화찬가’임은 .. 더보기
[리뷰] 어느 여성 범죄자와의 인터뷰 - 프랑수아 트뤼포의 <나처럼 예쁜 여자> 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1972년 작품으로 헨리 파렐의 『나처럼 멋진 아이Such a Gorgeous Kid Like Me』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젊은 사회학자 스타니슬라스 프레빈이 여성 범죄자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카미유 블리스(베르나데트 라퐁)를 인터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카미유 블리스는 한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프레빈은 그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녹음기에 담고 그녀의 행동을 사회학자로서 분석하려고 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녀가 지금까지 저질러 온 범죄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범죄는 어릴적 아버지를 죽게 만든 일이다. 그녀는 그 사건을 ‘운명과의 내기’로 설명한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간 틈을 타 그녀는 사다리를.. 더보기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이웃집 여인' 사적 기록을 넘어서 원하기만 했다면 트뤼포는 을 극도로 사적인 영화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함께 살 수도 떨어져 살 수도 없는” 한 쌍의 남녀에 관한 이 비극적 이야기는 트뤼포의 과거의 사랑들을 토대로 했다. 특히 카트린 드뇌브와의 관계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많이 포함됐다고도 한다. 그러나 는 개인의 역사를 넘어서 영화적 감동을 선사한다. “이웃집 여자와 얽히지 말라” 에릭 로메르의 격언 시리즈의 한편이라고 해도 어울릴만한 이 영화는 이야기만 놓고 보면 전혀 복잡할 것이 없는 통속극이다. 8년 전 고통스럽게 헤어진 두 남녀 마틸드와 베르나르가 결혼 후 이웃사이로 만나 지리멸렬한 사랑을 되풀이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정서를 부여하고 그 정서를 통제하는 방식에 있어 트뤼포는 뛰어난 균형미와.. 더보기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녹색 방' 트뤼포식 레퀴엠 프랑수아 트뤼포의 후기 대표작 이 만들어지기 한해 전인 1977년, 그에게 아버지와 같았던 앙리 랑글루아와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사망했다. 충격에 빠진 트뤼포는 죽은 이들과 계속 함께 하는 삶을 꿈꿨다. 그것이 그를 한때 심취했던 헨리 제임스의 세계로 이끌었을 것이다. 원작 의 각색을 그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였던 장 그뤼오에게 맡기며 그는 배경을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의 프랑스로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일본 문학에서 사자 숭배와 관련된 참고 문헌을 찾고 성직자들에게 종교적 장면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인간의 죽음,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트뤼포는 이 영화에서 그 답을 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의 출발지는 무덤이다. 극장에 불이 꺼지면 제1차.. 더보기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아델 H 이야기' 미친 사랑 이야기 90년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외국 여배우를 꼽을 때 이자벨 아자니를 빼놓을 수 없다. 에서 , 를 거쳐 까지 이자벨 아자니의 주연작은 대부분 국내에서 개봉했다. 샤론 스톤과 함께 당시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했다는 점으로도 명망이 높았는데, 특히 이자벨 아자니는 지금의 유행어 중 하나인 ‘미친 미모’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유형의 여배우였다. 미치도록 예쁘지만 제 광기에 정신을 갉아 먹힌, 정말로 미쳐버린 캐릭터들을 스펙터클한 연기로 선보이는 게 이자벨 아자니의 장기였다. 그녀의 이러한 이력의 시작점으로 꼽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그녀가 스무 살적 주연을 맡았던 다. 그리하여 혹자는 의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를 두고 “이자벨 아자니의 예술적 아버지”라 .. 더보기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 인간미 가득한 영화 속의 영화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말할 때면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작품이 바로 이다. 의 저자 아네트 인스도프에 따르면 트뤼포는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에서 얻었다고 전한다. 히치콕이 ‘촬영장의 현실과 영화 속 현실을 중첩하면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두고 트뤼포가 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은 니스의 라 빅토린느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영화 촬영 현장의 안팎을 다룬다. 극 중 영화는 아들과 며느리, 시아버지의 삼각관계를 소재로 한 '파멜라를 찾아서'인데 그렇다고 이 메이킹 다큐멘터리라는 뜻은 아니다. 몇몇 실제 인물이 등장하지만 트뤼포가 직접 극 중 감독 페랑을 연기하는 등, '파멜라를 찾아서'는 영화 속 촬영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허구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대.. 더보기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미시시피의 인어' 트뤼포의 낭만적인 범죄물 평론가 시절부터 헐리우드 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프랑수아 트뤼포는 감독으로 데뷔한 후에도 몇 편의 장르 영화, 정확하게는 범죄물을 만들었다. 고전기 헐리우드 필름누아르에 대한 재해석을 보인 (1960)나 트뤼포가 히치콕에게 받은 영향이 잘 드러난 (1968), 그의 마지막 영화인 (1983) 등은 트뤼포가 범죄영화에 갖고 있는 관심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1969) 역시 범죄물의 필수요소를 고루 갖춘 트뤼포의 장르 영화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금발의 여인, 도망자를 쫓는 추적자, 비밀스러운 침입과 우발적인 살인,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어두운 과거. 여기에 (조셉 루이스, 1950)의 오마주 장면까지 나오니 이 정도면 이 영화를 범죄물로 분류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더보기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화씨 451' 트뤼포가 만든 SF, 그리고 사회비판 은 Sci-Fi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제목이기도 한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크레딧은 여느 작품처럼 관객이 읽을 수 있도록 자막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소개된다. 은 사람들이 비판정신을 갖지 못하도록 책이 금지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몬태그(오스카 워너)는 사람들이 숨겨놓은 책을 찾아 태우는 방화수 fireman 다.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던 중 세상에 대한 온갖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웃 여인 클라리세(줄리 크리스티)를 만나면서 꼭두각시 같은 삶에 의문을 갖게 된다. 자신의 삶이 텅 비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의 조언에 따라 책을 읽기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