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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

비타협적인 작가, 키라 무라토바 [키라 무라토바 회고전] 비타협적인 작가, 키라 무라토바 소비에트 영화사에서, 그리고 소련 붕괴 후에도 키라 무라토바는 ‘부조리한 영화’, ‘역설의 영화’의 작가감독으로 규정되곤 했다. 과거 루마니아(현재의 몰도바)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영화활동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했고, 스스로도 자신을 우크라이나인으로 여긴 무라토바의 경력 역시 복잡하고 다중적인 창작 배경으로 거론되곤 했다. 언제나 가장 첨예한 사회적 문제들을 영화적 소재로 삼고, 잔인하고도 비도덕적인 주제들에 대해 과감하게 다루어 온 무라토바 영화의 주제를 한 비평가는 ‘지상의 지옥’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까지 했다. 일단의 비평가들은 키라 무라토바의 영화가 소련 붕괴 전후 사회적 문제에 대해 가장 전위적이었던 ‘체루누하’ 영화 미학에 집착하.. 더보기
촬영감독이 모습을 드러낼 때…: 다무라 마사키, 그리고 n개의 영화 [촬영감독 다무라 마사키 회고전] 촬영감독이 모습을 드러낼 때…: 다무라 마사키, 그리고 n개의 영화 (1972)의 전반부, 활주로 남단에 800m 철탑을 세우는 문제를 둘러싸고 공항 반대동맹 주민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찍은 롱테이크가 계속된다. 간간히 팬 이동하며 회의실 안의 면면을 비추긴 하나, 카메라는 한 청년이 홀로 일어선 채로 눈물과 욕설을 섞어 철탑 건설과 투쟁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다.[i] 비교적 움직임이 없는 카메라로 찍은 이 장면은 다소 의아한데, 초점이 말 그대로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영화예술』의 ‘다무라 마사키 추모 특집’에 실린 카메라맨 가와카미 고우이치의 회고는 당시 카메라 뒤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준다.[ii] 당시 촬영 조수였던 그는 핸드.. 더보기
“편집자의 역할은 감독의 눈이 되어주는 것이다” - 마리 스테판 감독과의 대화 [에릭 로메르 회고전] “편집자의 역할은 감독의 눈이 되어주는 것이다”- 마리 스테판 감독과의 대화 에릭 로메르 영화의 편집자이자 그의 가까운 친구였던 마리 스테판 감독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 지금도 로메르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따뜻한 미소와 차분한 어조로 로메르와 로메르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4월 26일(수)부터 29일(토)까지 진행한 네 번의 시네토크 행사 중 두 번의 대화를 정리해 보았다. ◆ 4월 26일(수) 상영 후 ◆ 김성욱(프로그램 디렉터) “에릭 로메르 회고전”을 맞아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로메르의 후기 영화인 에서 유작 까지 모든 작품을 편집한 분이다. 를 보면 중간에 잠깐 등장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 여성이 기억날 것이다. 바로 그분이.. 더보기
기타노 다케시, 웃음과 폭력으로 빚은 삶의 이중주 [기타노 다케시 회고전] 기타노 다케시, 웃음과 폭력으로 빚은 삶의 이중주 1990년대 중반, 한국 대학가에서는 국내 개봉이 금지(?)된 영화를 비디오에 복제하여 돌려보는 게 유행이었다. 일본 문화가 전면 금지되었던 시기라 일본 영화가 특히 인기였다. 의 오시마 나기사, 의 수오 마사유키, 의 이와이 슌지, 의 츠카모토 신야, 의 나카타 히데오 등이 전설 같은 감독으로 회자되었다. 그리고 또 한 명, 바로 ‘기타노 다케시’가 있었다. 기타노 다케시의 (1990)은 개인적으로 처음 본 일본 영화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 대사보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캐릭터들의 반응, 우회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폭력 묘사 등 영화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에서도 ‘영화감독’.. 더보기
로메르의 산책 [에릭 로메르 회고전] 로메르의 산책 에릭 로메르의 25편의 극영화 중 13편의 영화가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게다가 다큐멘터리 시리즈(신도시에 관한 다큐멘터리 등)와 6편의 단편 영화의 무대 또한 파리, 혹은 파리 근교이다. 손쉽게 우리는 로메르의 영화를 파리 산책영화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거리를 돌아다니고, 때로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인물들이 이동한다. 카메라가 로케이션을 도입하고 인물들이 공간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사건이라 부를 법한 이야기가 벌어지고, 때론 기적 같은 우연도 발생한다. ‘도덕 이야기’의 첫 작품 는 일찌감치 이런 형식을 예시한다. 영화의 중심에 정확하게 몽소 거리라는 장소가 위치하고, 첫 장면부터 주인공이 이를 소개한다. ‘파리 빌리에 가로수 길의 코너 동쪽으로는 바티뇰.. 더보기
샤브롤은 현실과 주류 영화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야수는 죽어야 한다> 상영 후 이명세 감독 시네토크 [클로드 샤브롤 회고전] 샤브롤은 현실과 주류 영화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상영 후 이명세 감독 시네토크 김성욱(프로그램디렉터) 프랑스 문화원 시절에 영화들을 보고 다니던 사람들이 고다르, 트뤼포를 얘기할 때 이명세 감독은 유난히 샤브롤 얘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이명세(감독) 1970년대 말 불란서문화원의 시네 클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었다.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들을 상영했다. 이 감독들은 당시 영화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고다르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었다. 샤브롤의 영화가 재밌고 좋은데 샤브롤을 얘기하면 조금 무식해 보이는 분위기가 있었다(웃음). 누구나 그렇듯 나도 추리와 서스펜스 장르에 관심이 있었지만 .. 더보기
에릭 로메르 회고전 Eric Rohmer Retrospective 일시│2017년 4월 13일(목) ~ 5월 7일(일)주최│(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후원│영화진흥위원회,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장소│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극장 1층) 문의│02-741-9782 www.cinematheque.seoul.kr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4월 13일(목)부터 5월 7일(일)까지 “연애의 모럴 - 에릭 로메르 회고전”을 개최합니다. , , 등 에릭 로메르의 연출작 20편과 로메르에 대한 다큐멘터리까지 모두 21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회고전은 에릭 로메르의 작품 세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너그러운 시선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로메르의 매력을 느껴보시.. 더보기
짐 자무쉬 특별전 Jim Jarmusch Special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4월 4일(화)부터 9일(일)까지 “짐 자무쉬 특별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자무쉬의 데뷔작 (1980), 대표작인 (1984), (2003) 등 모두 일곱 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80년대 미국 독립영화의 아이콘으로 시작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감독으로 자리잡은 짐 자무쉬의 1980-90년대 초기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별히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디지털로 새롭게 만든 상영본으로 모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더 큰 기대를 바랍니다. 또한 4월 5일(토)에는 상영 후 “9와 숫자들”의 송재경 가수가 자무쉬 영화의 음악과 그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인간의 외로움과 따뜻함, 대도시의 삭막함과 위로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