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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프랑수아 트뤼포 전작 회고전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화씨 451' 트뤼포가 만든 SF, 그리고 사회비판 은 Sci-Fi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제목이기도 한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크레딧은 여느 작품처럼 관객이 읽을 수 있도록 자막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소개된다. 은 사람들이 비판정신을 갖지 못하도록 책이 금지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몬태그(오스카 워너)는 사람들이 숨겨놓은 책을 찾아 태우는 방화수 fireman 다.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던 중 세상에 대한 온갖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웃 여인 클라리세(줄리 크리스티)를 만나면서 꼭두각시 같은 삶에 의문을 갖게 된다. 자신의 삶이 텅 비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의 조언에 따라 책을 읽기 시.. 더보기
[에디토리얼] 트뤼포, 영화를 훔친 사나이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는 한 명의 영화작가가 얼마나 사랑을 가지고 그의 전 생애 동안 영화를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사랑에 굶주린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했고, 영화로 만난 여배우들을 사랑했고, 사랑을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에서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앙투안 드와넬은 거리를 쏘다니다 몰래 우유를 훔쳐 마시는데, 벽에는 찰리 채플린의 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굶주림을 그린 위대한 희극왕에 대한 경배의 표현이다. 동시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회에서 소외되어 불량소년으로 떠도는 인물의 삶이 채플린이 창조한 부랑자 찰리의 삶과 만나는 순간이다. 트뤼포는 이런 식으로 상실의 삶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기획으로 영화를 만든 감독이었다. 트뤼포에게 영화는 수줍어하는 소년이 예쁜 소녀에게 고백하는 사랑의 감정 같은 것이.. 더보기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녹색 방' 두 부친, 바쟁과 로셀리니, 그리고 배신과 속죄 트뤼포 자신이 직접 연기하는 (1978)의 주인공 줄리앙은 부고(訃告) 전문 기자다. 부고 기사라는 게 불멸의 초상화를 그리는 렘브란트처럼 타인에 대한 깊은 연민이 없인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데 줄리앙은 편집장으로부터 ‘부고 기사의 대가’라는 칭호까지 듣는다. 죽은 사람은 그의 문장에 의해 부활의 명예를 누리기도 한다. 영화의 도입부, 줄리앙은 어느 정치가의 부고 기사를 쓰고 있다. 평소처럼 일필휘지로 내달리는 솜씨가 과연 대가의 풍모다. 그런데 그는 탈고를 하자마자 원고를 편집장에게 넘기며, 수정은 마음대로 하라면서 퇴근하려 한다. 편집장은 기사를 읽고, 얼굴이 사색이 된다. 급히 줄리앙을 불러 따지듯 묻는다. “당신은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이려합니까?”.. 더보기
[리뷰] 앙투안 드와넬 5부작 중요한 건 사랑이야 * 프랑수아 트뤼포가 1971년에 남긴 앙투안 드와넬 연작에 관한 노트 를 바탕으로 쓴 글임을 밝힌다. ‘앙투안 드와넬 연작’은 애초에 한 편으로 예정되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20년의 세월에 걸쳐 진행된 다섯 편의 영화 - , , , , - 를 말한다. ‘앙투안 드와넬 연작’은 낭만적이면서 고전적인 남자의 이야기다(트뤼포는 앙투안이 19세기 식의 젊은이라고 생각했다). 앙투안은 소년 시절에 이미 발자크를 비롯한 고전문학에 매혹되었고 삶의 매순간마다 일기와 편지를 쓴다. 그가 장차 쓰게 되는 소설은 일기와 편지의 확장에 다름 아니다. 인터넷과 핸드폰의 시대라면 앙투안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앙투안 드와넬 연작’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성장하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앙투안은 어른과.. 더보기
[회고전] 프랑수아 트뤼포 전작 회고전 존 카사베츠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특별전을 연 서울아트시네마는 숨 돌릴 틈 없이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전작전을 준비하였습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영화들을 만든 감독이자 씨네필의 대명사인 트뤼포의 전작 23편을 개관 10주년을 맞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할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히 느껴집니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영화에 바친 사람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를 모두 외웠다거나, 이별했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대신 찰리 채플린의 를 보러 갔다는 에피소드 등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단지 영화를 많이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영화에 대해 토론을 하고 글을 썼습니다. 이 시기 트뤼포와 함께 활동했던 씨네클럽의 멤버들은 훗날 누벨바그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