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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

줄리에타 시선으로 바라본 환상과 꿈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1965)는 과 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줄리에타 마시나가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펠리니의 첫 번째 컬러영화로 이탈리아의 중산층 부인인 ‘줄리에타’가 자신의 존재에 혼란을 느끼며 위기를 짚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영화가 펠리니의 필모그래피에서 특별한 것은 영화의 주인공인 ‘줄리에타’, 즉 부르주아 여성 캐릭터 때문이다. , 을 통해 하층계급의 인물들을 연기했던 마시나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에서 돌연 유복한 부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펠리니의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옮겨지면서 강렬한 미학적 장치들(원색에 가까운 색감 등)을 활용하거나 극도의 몽환성을 띄는 것과 연결된다. 영화는 남편의 외도나 금지된 장난인 심령, 주술 등 다양한 방면으로 .. 더보기
만년의 펠리니가 바라던 세상의 모습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는 1993년에 세상을 떠난 펠리니의 마지막 작품으로, 1990년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로 잘 알려진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보름달이 뜬 밤, 우물 속에서 달의 목소리를 홀린 듯 들은 타지오(로베르토 베니니)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환상을 오가면서 여러 사건들을 경험한다. 지붕에 올라가거나, 사다리에 올라가기도 하고, 우물이나 무대 밑으로 내려가는 것과 같은 상승 혹은 하강 운동을 반복하는 타지오는 그 때문인지 마치 달빛을 받아 땅으로 내려온 천사처럼, 혹은 무덤 속에서 살아나온 영혼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는 죽은 뒤 지상을 떠돌며 어린 시절 어머니와 살던 집을 찾아가거나 친구와 만나고 자신이 흠모했던 알디나를 .. 더보기
환상을 창조하는 도시, 로마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페데리코 펠리니는 고향인 리미니 외에 로마에 대해서도 각별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펠리니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그는 로마를 ‘여인의 도시’에 비유하면서 자신이 로마에 매혹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1972)는 1971년 현재의 로마와 30년 전 과거의 로마를 오가면서 ‘환상을 창조하는 도시’ 로마를 쇼의 무대처럼 그린다. 과거의 로마는 펠리니의 자전적 경험을 통해 보이고 현재의 로마는 로마의 젊은이들과 도시 곳곳의 모습을 펠리니가 영화 촬영 하는 형식으로 보여진다. 영화는 어린 소년이 줄리어스 시저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로마로 가자”는 학창시절 선생의 말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로마에 대해 학교와 극장에서 배우고 들으면서 동경을 품던 소년은 .. 더보기
개인의 내밀한 현상, 정신적 혼란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초기 영화들에 보인 관객과 평단의 일관성 있는 호응과 달리 (1960)은 엄청난 논란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영화다. 은 이후 펠리니가 더 이상 네오리얼리즘의 범주가 아닌 그만의 고유한 속성을 만들어낸, 그 출발점에 위치한 중요한 작품이다. 전작에서 보여준 개인의 내밀한 현상, 즉 외부의 영향과 관계없이 인물 스스로 겪는 정신적 혼란이 에서 구체화되었다. 펠리니는 여기에 시적이고 환상적인 표현을 추가했다. 밤과 낮이라는 시간의 경계에 따라 행동과 사고가 완전히 뒤바뀌는 마르첼로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의 모든 에피소드는 마르첼로의 행적을 따라 진행되는데, 그가 만나는 모든 인물들(여성들)은 마르첼로의 시각적이고 육체적인 쾌락의 욕망에 따라 등장하고 사라진다. 마르첼로와 여성들,.. 더보기
"리허설은 공장과 같다"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1978)은 텔레비전 방송국이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한 공간에서만 촬영된 영화다. 영화의 무대인 음악당은 원래 예배당이었으나 반향이 없는 음향적 기능을 가진 덕에 음악당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곳에 옛 성직자들의 무덤과 역대 지휘자들의 초상이 걸려 있어서 신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연주자들은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의 악기에 대한 매력과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여준다. 그들은 또한 급료와 휴식시간 등 노조규약에 민감하다. 지휘자는 호통을 치면서 연주자들에게 제대로 연주하라고 하며, 결국 그들을 휘어잡아서 옷을 벗어야 할 만큼 열정적인 연주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휴식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연주자들과 노조대표의 반발에 부딪쳐 리허설은 얼마 안가서 중단된다. 이들이 쉬는 동.. 더보기
기억과 환상이 혼재된 과거를 찾아가는 여정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제목인 ‘아마코드’는 펠리니의 고향이자 이 영화의 배경인 이탈리아 리미니 지역의 방언으로 ‘나는 기억한다’라는 뜻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영화는 마치 펠리니가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풀어놓은 것처럼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나레이터를 자청한 마을 변호사의 소개에 따라 주인공 소년 티타와 친구들이 학교와 교회에서 벌이는 짓궂은 장난에서부터 티타의 가족 이야기, 마을의 아름다운 여인 그라디스카에 얽힌 이야기, 무솔리니의 마을 방문으로 벌어지는 해프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인과관계나 중심 내러티브 없이, 마치 일기장의 페이지를 넘기듯 차례차례 담는다. 여기에는 겨울 마녀를 불태우는 축.. 더보기
이교도적인 풍속화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가 흥행에서 실패한 뒤 페데리코 펠리니는 제작자인 디노 드 로렌티스와의 소송에 휘말려서 재산 일부를 압류당하고, 늑막염으로 요양소에 들어가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요양소에서 돌아온 후 이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공포영화에 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1969년 의 후속작이라 일컬어지는 을 만들었다. 의 시대적 배경은 고대 로마이며, 현대물인 과 내용적인 면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기행과 도덕적 타락상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고전적인 극영화의 서사 구조에 충실했던 에서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이 결합된 의 구조로 되돌아갔다고 평가된다. 이 영화는 1세기경 네로 황제 시대의 로마 작가인 페트로니우스 아르비테르의.. 더보기
기계적인 경련과 죽음의 파편화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페데리코 펠리니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들어낸 영화 (1976)는 카사노바 이야기에 관한 가장 독창적이고 이질적인 해석을 한 작품이다. 부터 시작된 펠리니 중후기의 화려한 미장센과 카니발적인 환영의 세계가 이 영화에서 정점을 맞이한다. 영화의 긴 러닝 타임 동안 밀도 깊게 펼쳐지는 강렬한 이미지들과 과잉의 에너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매혹과 혐오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오가게 한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로마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각 나라의 도시들, 파티장을 표현하는 오색찬란한 화려한 공간부터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공간과 음침한 뒷골목까지, 수많은 공간들이 정교한 세트디자인으로 표현되었다. 다닐로 도나티가 만들어낸 다채로운 의상들은 더욱 놀랍다. 금은보화로 치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