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별전

파웰이 완성한 자기만의 방 - <피핑 톰> [마이클 파웰 & 에머릭 프레스버거 특별전] 파웰이 완성한 자기만의 방 - 마이클 파웰의 의 마지막 시퀀스는 아무리 봐도 꺼림칙하다. 카메라 뒤에 숨어 충동적인 살인을 일삼던 주인공은 좋아하는 여자와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돌연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이 예상한 대로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며 총검 달린 카메라를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진다.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대목은 그가 자기 목에 총검을 찔러 넣기 직전, 카메라를 향해 죽기가 두렵다고 말하면서 두려워서 기쁘다고도 말하는 순간이다. 늘 얼마간 경직돼 있는 그의 얼굴에는 공포도 희열도 희미하게만 어른거린다. 이렇게 작정하고 작위적인 비극적 결말 앞에서는 안타까움도 안도감도 느끼기 어렵다.1960년 개봉 당.. 더보기
“지금 현실 안에는 여전히 혁명의 유토피아적 이상이 내재되어 있다” - <카메라를 든 사나이> 상영 후 영화평론가 예브게니 마이셀 시네토크 [러시아 혁명 100주년 특별전 - 혁명과 영화] “지금 현실 안에는 여전히 혁명의 유토피아적 이상이 내재되어 있다”- 상영 후 영화평론가 예브게니 마이셀 시네토크 예브게니 마이셀(러시아 『영화예술』 편집인, 영화평론가)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은 자신의 탄생 50주년을 맞이해 기념 포스터를 제작할 때 한 가지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먼저 하나의 큰 원형의 치즈 덩어리를 상상해 보라. 그리고 치즈 덩어리 옆에 아주 조그만 생쥐를 그려 넣으면 좋겠다. 또 치즈 덩어리에 조그만 삼각형 모양의 조각을 내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삼각형 조각만큼의 작은 치즈 부스러기를 생쥐 옆에 따로 그려 넣으면 좋겠다.” 그 그림 밑에는 이렇게 해설을 달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큰 치즈 덩어리 밑에는 “영화의 가능성”, 생.. 더보기
Z와 J, 유사한 기표들의 독립성 - 짐 자무쉬의 <다운 바이 로> 아무런 연고 없는 두 남자 잭(Zack)과 잭(Jack)은 각자 알 수 없는 모략에 빠져 우연히 같은 감옥에 수감된다. 곧이어 이탈리아인 밥이 이 감옥에 수감되면서 세 사람의 탈옥이 시작된다. 짐 자무시의 는 이 세 사람 사이의 대조와 유사성을 비교적 명확한 구도를 통해 보여준다. 미국인인 두 남자 잭(Z)과 잭(J)은 그들의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유사한 듯 다른 인물들이다. 그들이 각각 다른 사건이지만 감옥에 누명을 쓰고 들어왔다는 점, 영화의 초반 연인과의 관계 안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 등, 두 사람은 몇 가지 공통점으로 묶이게 된다. 사실 이들과 정반대의 면을 보여주는 인물은 이탈리아인 밥이다. 수용소 철장에 나란히 선 세 사람이 자신이 잡혀온 연유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 더보기
[강연] '혁명과 아방가르드' - <샤갈-말레비치> 상영 후 이지연 교수 강연 [러시아 혁명 100주년 특별전: 혁명과 영화] '혁명과 아방가르드' - (알렉산드르 미타, 2014) 상영 후 강연 알렉산드르 미타 감독의 최근작 (2014)의 제목은 흥미롭다. ‘샤갈’과 ‘말레비치’가 그 어떤 술어나 수식어, 하물며 접속사도 없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어의 줄표(-)가 가진 계사(copula)로서의 기능을 생각해 본다면 이 짧은 제목 ‘샤갈-말레비치’는 심지어 ‘샤갈은 말레비치다’로도 읽을 수 있다. 적어도 이는 알렉산드르 미타 감독이 이 영화를 단순히 ‘샤갈과 말레비치’로, 다시 말해 그들이 함께 활동하고 대립에 이르며 결국에는 샤갈이 자신의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던 전기적 사실만으로 그리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는 러시아 제국의 변방이었던 비.. 더보기
자비에 돌란에게 부재하다는 “깊이”가 뭐길래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2016년 11월 2일(수) ~ 20일(일)까지 '가을날의 재회+자비에 돌란 특별전'을 진행했습니다. 자비에 돌란에게 부재하다는 “깊이”가 뭐길래 자비에 돌란의 이름에는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천재’ 혹은 ‘스타’, ‘젊음’과 ‘스타일’. 그런데 이런 수식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칭찬의 근거이자 비판의 무기로 사용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젊고 감각적인 천재 감독’의 걸작인 동시에 ‘치기 어린 스타 감독’의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왜 유난히 돌란에게 이러한 이중 척도가 적용되는 것일까. 애초에 많은 이들이 돌란에게 간편하게 적용하는 ‘천재/스타’, ‘깊음/얕음’의 이분법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가? ‘천재가 아닌 스타’라는 비판에 관하여돌란이 천재인지.. 더보기
[리뷰] 세상에서 가장 실없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실없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의 오즈 야스지로의 (1959)는 빼어난 걸작들로 이어지던 그의 후기 필모그래피에서 더할 나위 없이 실없고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예외적인 작품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사로잡는 희귀한 인상의 영화이기도 하다. 그의 무성 영화기 대표작인 (1932)을 리메이크하면서 오즈는 (후기작에 잘 드러난) 특유의 세밀한 일상의 감각과 (초기작의) 기발한 코미디 감각을 결합하여 독특한 활기와 사랑스러운 공기를 영화에 불어넣었다. 거기에 색채도 한몫한다. 오즈는 자신의 두 번째 컬러영화의 주조를 붉은색으로 설정한 후, 거의 모든 쇼트에 짙은 빨강색 소품들을 배치하여 질서 있는 회화적 구도에 긴장과 생기를 부여하였다. 는 내 생각에 1950년대에 나온 가장 아름다운 색채.. 더보기
[시네토크] <알제리 전투> -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환경이 부럽게 느껴진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환경이 부럽게 느껴진다”- 상영 후 태준식, 정지연 시네토크 태준식(영화감독) 꽤 오랜만에 를 봤다. 정지연(영화평론가) 이 영화는 80-90년대 당시 한국에서 ‘전설’ 소리를 듣던 작품이다. 왜나하면 영화사에서 늘 언급이 되고, ‘필견’의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9년에서야 정식으로 개봉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사실 프랑스에서도 개봉 당시 이 영화의 상영을 금지했었다. 우리나라 역시 물론이었다. 나는 자막도 없는 비디오로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태준식 나는 자막이 있는 걸로 봤었다(웃음). 90년대 대학에서 영화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그리고 ‘공간 1895’라는 곳이 있었고, 그후 ‘씨앙씨에’라는 곳이 있었다... 더보기
[시네토크] “이 세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 <귀>의 알레산드로 아로나디오 감독 “이 세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의 알레산드로 아로나디오 감독 허남웅(영화평론가) 영화 내내 부조리한 상황들이 연속으로 펼쳐지며 웃음을 주다가 마지막에는 묵직한 깨달음의 순간을 준다. 알레산드로 아로나디오 감독과 함께 방금 본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알레산드로 아로나디오(영화감독) 일단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돼서 너무 감동스럽다. 나는 한국 영화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한국 영화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내가 얼마나 한국 영화를 좋아하냐 하면, 과거 LA에 있을 때 알지도 못하는 한국어로 된 단편 영화를 만들 정도였다(웃음). 앞으로 미래의 영화들은 한국 영화를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영화를 만들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너무 의미가 크다. 허남웅 감독님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