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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프랑스 영화의 황금기:1930-1960

[리뷰] 마르셀 카르네 '인생유전 Les enfants du paradis' 2차 대전 나치 점령기 파리에서 촬영한 은 상실을 통해 인생의 쓰라린 의미를 통각하게 되는 이들에 대한 서사시이다. 물경 세 시간을 상회하는 유장한 스토리는 한 편의 가면무도회 같은 삶의 아이러니를 스케치한다. 1830년대 파리, 광휘에 찬 아름다움과 기품을 지닌 여주인공 개랑스 주변에 그녀를 흠모하는 네 명의 남자가 모여든다. 곡예극단의 마임 광대 뱁티스테와 떠돌이로 극단 생활을 시작한 배우 프레데릭, 작가이자 범죄의 거리를 지배하는 범죄의 왕 라스네어, 그리고 속물적인 귀족 몽트레이 백작이 개랑스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투를 벌인다. 개랑스의 속마음은 열정적인 뱁티스테를 향하지만, 그녀가 라스네어의 음모적 범죄 행각에 휘말림으로 말미암아 연인의 사랑은 좌초될 운명에 처한다. 영화는 19세기 초입 흥청거.. 더보기
[리뷰] 줄리앙 뒤비비에 '망향 Pepe le Moko' “참 이상하지, 보석으로 휘감고 있는 당신을 보면 파리의 지하철 소리가 들려.” 젊은 장 가뱅이 아름다운 여주인공을 향해 속삭인다.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파리의 화려함이라기보다는 파리라는 도시가 상징하는 자유와 해방의 이미지이다. 이 젊디 젊은 도망자는 이국의 초라한 골목에 숨어살면서 과거에 누렸던 자유의 내음을 그리워한다. 그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의 미로와 같은 카스바 구역의 왕이지만, 바깥으로 한 걸음 나서는 순간 범죄자로 전락하는 운명에 처해있다. 줄리앙 뒤비비에의 (1937)은 (1937)과 더불어 뒤비비에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알제리의 카스바라는 이름의 구역에 은거하고 있는 인기 만점의 매력적인 범죄자 페페와 파리에서 온 아름다운 관광객 가비의 짧고도 비극적인 로.. 더보기
[리뷰] 장 비고 '라탈랑트 L'atalante' 모든 사랑 찬가 영화의 원형, 혹은 영화사상 최고의 사랑영화. 는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영화다. 막 결혼한 신혼부부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라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를 그리는 이 영화는 그 단순한 플롯 안에 당시 흑백의 화면과 영화기술로 담아낼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장면과 섬세한 심리를 담아낸다. 평생을 시골에서 자란 쥘리엣은 “어릴 때부터 별난 성품과 취향을 가진 탓에” 어머니나 마을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라탈랑트 호 선장의 아내가 되어 마을을 떠난다. 그러나 배 위에서 생활하며 떠도는 생활이 그리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세상 가장 먼 곳까지 여행할 줄 알았던 기대와 달리, 바지선인 라탈랑트 호는 그저 프랑스의 강줄기만을 따라 흐를 뿐이다. 쥘리엣이 그토록 선망하던 파리에 도착한 날, 그.. 더보기
연극화된 영화의 창조자, 사샤 기트리 사샤 기트리는 러시아 페트로그라드 출생으로 프랑스 극작가이자 배우로 출발했다. 아버지의 무대에서 배우로 활약하다가 극단을 위해 가벼운 희극을 쓰기 시작했는데 영국에서 많이 상영되었다. 그의 작품은 환상, 정열, 기지로 가득 차 있고 수법이 교묘했다. 1920년 런던에서 (1905)를 아내 Y.프랭탕과 공연했으며 자작 희극을 직접 연출하고 때로는 아내와 함께 출연하여 ‘연극의 귀신’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영화연출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대표작으로는 (1919), (1925), (1936) 등이 있다.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 1930-1960’에서는 (1936)와 (1948) 두 편이 상영된다. 독일 점령기의 파리를 배경으로 한 프랑수아 트뤼포의 (1980)에는 장 포아레가 연기한 겉으로는 파렴치해 보이.. 더보기
프랑스 영화를 재발견하자! 따지고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식민지 치하의 조선에서는 ‘시적 리얼리즘’ 혹은 ‘사회적 판타지’라 명명된 1930년대 프랑스 영화들이 대거 수입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얻었다. 자크 페데나 마르셀 카르네의 영화, 줄리앙 뒤비비에의 (1936), (1937)과 같은 작품들이 특히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데, 가령 작가인 김남천은 (첫 개봉 제목은 이었지만, 전후에 재개봉할 때 이란 제목으로 바뀌었다)을 본 후의 소감을 소설에서 이런 식으로 기술한다. “어떤 날 오후, 봄이라지만, 아직도 치위가 완전히 대기 속에서 가시어 버리지 않은 날, 나는 영화 상설관에서 를 구경하고 일곱 시경에 거리에 나섰다. 저녁을 먹어야 할 끼니때가 이미 지났으나, 곧 뻐스에 시달리면서 집으로 향할 생각을 먹지 않고, 어데 그늘진 거.. 더보기
장 가뱅을 바라보는 사소한 이유 장 가뱅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그의 터프한 액션을, 그의 부드러운 시선을, 그의 반짝이는 눈을, 사랑을 고백하는 말투를 좋아한다. 아마도 처음 (1938)를 본 이래로 그랬을 것이다. 제임스 딘을 좋아하던 청소년기의 친구들과 달리 유독 나이든 아저씨들을 좋아했던 탓이다. 아마도 그들이 뭔가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내게 영화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소심한 아이가 꿈꾸는 어른들의 세계였다. 장 가뱅이 세상을 떠나기 전(그는 1976년에 사망했다)에 그는 장 루 다바디의 시를 노래한 적이 있다. 이 노래는 장 가뱅의 삶 그 자체를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노래의 제목은 ‘이제, 나는 알고 있다’이다. 정리하자면 가사는 이런 식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아주 작은 아이였을 때, 나는 한 남자가 되.. 더보기
프랑스 영화의 초월적인 아름다움 서울아트시네마 특별전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 1930∼1960 흔히 30년대의 프랑스영화에 ‘황금기’(Golden Age)란 표현을 쓴다. 1930년부터 1960년까지를 아우르는 올해의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의 프랑스 특별전’에도 같은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 수식은 자연스레 이 특별전을 역사적 맥락에서 감상하도록 관객을 유도한다. 왜 30년대가 황금기인지, 그리고 이후의 영화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를 ‘미학적 관점’에서 앞서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이 여기 담겨 있다. 일례로 노엘 버치가 ‘30년부터 56년까지의 프랑스영화’를 다루며 이 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누벨바그 이전의 비교적 덜 알려진 훌륭한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서라도 이 시기는 묶어야 하며, 할리.. 더보기
프랑스 고전기 영화들이 몰려온다! 서울아트시네마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1930-1960' 기획전 10월 12일부터 한달 간 개최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대표 최정운 www.cinematheque.seoul.kr, 이하 한시협)가 10월 12일부터 11월 13일까지 약 한달 여간 주한프랑스문화원의 후원으로 고전기 프랑스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1930-1960’ 기획전을 개최한다. 한시협은 매년 가을이 한창 익어가는 10월 경에 프랑스 영화들만 모아 상영하는 특별전을 열어 왔는데, 올해는 그 동안 간헐적으로 소개되고 했던 프랑스 영화의 고전기 작품들, 특히 1930년대에서 1960년대 이전까지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특별전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한시협에서 집중 조명하게 된 1930년대에서 누벨바그 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