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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우리 시대의 프랑스 영화 특별전

[리뷰] 자크 리베트의 <도끼에 손대지 마라> 사랑의 미스테리 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연작소설 중 을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의 배경은 의 핵심시기인 ‘왕정복고 시절’이며, 발자크는 원래 ‘도끼에 손대지 마라’를 소설제목으로 정하면서 ‘위기에 처한 인간’을 청교도혁명에 빗대려했다. 발자크의 의도를 따른다면 영화는 정치적인 알레고리이자 18세기 프랑스 사회의 풍속도로 기능해야 하겠으나, 는 사랑과 열정을 탐구하는 데 더 매혹을 느낀다. 아르망 장군은 무도회에서 공작부인 앙투아네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첫사랑에 흔들리는 전쟁영웅과 사교계 유명인의 관계는 전쟁처럼 진행된다. 남자는 서툰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여자는 도덕적 우월감과 강요된 정숙함 때문에 속마음을 감추기 일쑤다. 급기야 앙투아네트를 납치하면서까지 사랑을 구하려던 아르망은 끝내 진실하지 .. 더보기
[리뷰] 클로드 샤브롤의 <둘로 잘린 소녀> 피를 부르는 사랑 클로드 샤브롤은 히치콕처럼 거의 매번 범죄영화만 만들었다. 그래서 샤브롤은 브라이언 드 팔마와 더불어 흔히 히치콕의 대표적인 후예로 지목된다. 범죄물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그런 설명이 맞다. 그러나 스타일에서 보자면 샤브롤은 히치콕과 대단히 다른 작품들을 내놓았다. 샤브롤의 후반기 작품인 (2007)도 그의 전형적인 범죄 드라마다. 그의 영화가 늘 그렇듯 이 영화도 시작하자마자 아름다운 전원도시를 보여주고, 그런 평화로운 풍경에 어울릴듯한 아름다운 저택을 등장시킨다. 말하자면 샤브롤의 범죄물은 살벌한 도시보다는 자연과의 조화가 완벽해 보이는 평화로운 시골에서 주로 진행된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평화는 거짓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의 전원도시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기는 프랑스 동부의 .. 더보기
[리뷰] 자비에 보부아의 <신참 경찰> 장르 속에 침투한 일상의 순간들 (2005)은 제목만 보고 예상할 수 있는 경찰물의 만듦새를 완전히 벗어난다. 경찰의 일상이 중심에 놓이는 까닭에 사건 위주의 동(同)장르가 지향하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액션의 리듬 대신 일상의 지리함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이 느슨해 보이는 앞서의 전개를 상쇄함으로써 영화가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앙트완(자릴 레스페르)은 경찰학교 졸업 후 곧바로 파리 발령을 받는다. 사건에 투입된 날을 기다리며 지급받은 총을 애지중지하지만 별다른 사건이 터지지도 않을 뿐더러 신참인 그는 사건이 접수되어도 사무실을 지킬 뿐이다. 한편 상사 캐롤린(나탈리 베이)은 알코올 중독으로 2년간 휴직 끝에 업무에 복귀한다. 마침 센 강변에서 어느 노.. 더보기
[리뷰] 필립 가렐의 <평범한 연인들>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프랑스영화는 그들이 ‘68의 적자라고 말해왔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도 ’68에 관한 또 한 편의 프랑스영화가 등장했다. 올리비에 아싸야스의 가 그것이다. 영화평론가 닉 제임스는 이 영화가 혁명의 ‘행동주의와 쾌락주의’를 대비하는 방식에서 필립 가렐의 과 비교했다. ‘68을 해석하고 기억하려는 프랑스영화의 노력은 전쟁에 가깝다. 하지만 2005년에 을 발표할 당시의 가렐은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1968년을 역사의 지도로부터 지우려는 경향이 프랑스에서도 엄연하다고 보았다. 그는 영화란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68년에 대한 날것의 기록을 에 남겼다. 그런 점에서, 여주인공 릴리가 옆의 남자에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964)를 봤냐.. 더보기
[Feature] 크리스 마르케 메모 0. 크리스 마르케의 작품 세계를 정연하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글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음. 그와 같은 이해를 위해서는 다른 좋은 평자의 글이나 강연을 추천함. 지금 이 자리는 오히려, 수많은 단상과 푸티지들의 결합을 통해 이르게 되는 환각의 분위기 또는 픽션의 상태, 어쩌면 그것이 크리스 마르케의 중요한 방식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그와 유사하게 그의 영화를 잠시 느껴보려는 시도로 마련되었음. 따라서 “이미지는 자발적으로 온다” 는 앙드레 브르통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부디 이 자리를 피하시기를 권함. 의도적으로 넘치게 배치된 인용문과 지극히 사적이고 불완전한 메모가 뒤섞인 이 몽타주로서의 글쓰기가 지향하는 것은 결국 주술 걸기. 그러므로 실패가 예정되어 있다 해도 단 하나의 진실에 대한 .. 더보기
[Editorial] 와카마츠 코지와 크리스 마르케 지난 10월, 와카마츠 코지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부산에서 그를 만나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한지 꼭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시네마테크는 그동안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상영했었다. 처음 상영한 건 2004년의 ‘ATG 영화 특별전’에서였고, 그 때의 인연으로 2006년 5월에 와카마츠 코지 특별전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했다. 시네마테크를 방문한 와카마츠 코지 감독이 당시 강연에서 했던 말을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영화에는 시효가 없다. 범죄는 보통 공소시효가 있지만 영화는 필름이 남아 있는 한 감독이 죽어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시대와 역사에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그의 영화작업이었다. 정치적인 영화의 최전선에 있었고 영화의 테러리스트로 불리기도 했지만 그는 특별히 정치적 변.. 더보기
[영화제] 우리 시대의 프랑스 영화 특별전 최근에 개봉한 주목할 만한 프랑스 영화들을 상영하는 ‘우리 시대의 프랑스 영화 특별전 French Cinema Now’이 겨울의 문턱인 11월 13일부터 12월 9일까지 약 한달 간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장 뤽 고다르나 클로드 샤브롤처럼 수십 편의 영화를 만든 노장에서부터 압델 케시시나 자비에 보부아처럼 상대적으로 최근에 데뷔한 감독들, 여기에 특별 섹션을 따로 마련한 크리스 마르케까지 총 12명의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 17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영화가 함께 프랑스 영화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먼저 주목할 건 거장들의 근작.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감독들 -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아녜스 바르다, 샹탈 아커만 등 프랑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