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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차 - 동시대 영화 특별전

[시네토크] 기계에 대한 80년대적 감각 - 앤드류 부잘스키의 <컴퓨터 체스> 기계에 대한 80년대적 감각- 앤드류 부잘스키의 지난 4월 13일(일), “시차 - 동시대 영화 특별전”의 상영작 중 하나인 앤드류 부잘스키의 를 상영한 뒤 비평좌담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용철, 유운성, 김성욱 영화평론가는 초현실주의의 영향, 매체 사용의 독특한 점, 영화의 숨은 의미 등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의 앤드류 부잘스키 감독은 77년생으로 10년 전에 데뷔하여 네 편의 장편영화를 찍었다. 21세기 들어 등장한 미국 인디펜던트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전주국제영화제나 필름포럼을 통해서 대부분 국내에 소개가 되기도 했다. 유운성(영화평론가): 데뷔작 때부터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굉장히 주목을 받았던 감독이다. 특히 21세기 초반 미.. 더보기
[리뷰]브라질 중산층의 불안 - 클레베르 멘동사 필류의 <네이버링 사운즈> 브라질 중산층의 불안-클레베르 멘동사 필류의 오랫동안 영화비평가,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던 클레버 멘돈사 필로는 2012년에 를 발표하며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가 로테르담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면서 멘돈사 필로는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감독으로 부상했다. 브라질 북부의 대도시 헤시피에서 자란 그는, (아마도 그가 관계하는 것으로 보이는) ‘시네마스코피오’ 영화사를 통해 제작한 일련의 단편에 헤시피의 모습을 담아왔다. 마찬가지로 헤시피의 중산층 거리를 배경으로 한 는 그의 초기 단편이 주제로 삼았던 ‘공포’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며, 2005년의 단편 는 의 초기 형태를 제공하기도 했다. 상류층 진입을 꿈꾸는 주부 비아, 삼촌의 부동산을 중개하는 주앙, 지역의 토지 대부분을 소유한 대지주이자 주앙의 삼촌.. 더보기
[리뷰]악의 평범함은 어떻게 퍼지게 되었나? - 마가레테 폰 트로타의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함은 어떻게 퍼지게 되었나? -마가레테 폰 트로타의 는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전기 영화이지만, 그의 생애의 아주 작은, 하지만 강렬했던 순간을 담고 있다. 1961년 아렌트는 예루살렘에서 열린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석해 기사를 쓰게 되는데, 영화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렌트의 곤경을 다룬다. 그녀는 1933년 나치스 정권 성립 후 독일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강제수용소에 억류되었다가 아슬아슬하게 탈출해 1941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러한 경험을 근거로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책을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하지만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한 글은 논란을 불러왔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냉혹한 괴물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관료였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러한 생각을 『더 뉴요커』에.. 더보기
[리뷰]디지털, 아날로그, 컴퓨터, 유령 - 앤드류 부잘스키의 <컴퓨터 체스> 디지털, 아날로그, 컴퓨터, 유령- 앤드류 부잘스키의 UCLA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비비안 소브채크는 2013년에 보았던 영화 가운데 셰인 캐러스의 와 테렌스 맬릭의 가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좋긴 한데 설명하기엔 어렵고, 영화가 말하려는 바가 머릿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말이었다. 내겐 와 함께 앤드류 부잘스키의 가 그랬다. 평론가 로버트 콜러가 에 평했던 것의 도입부를 의 그것으로 살짝 바꿔 보면, ‘체스와 컴퓨터 용어에 관심을 기울이지 말 것, 소프트웨어에 목숨을 거는 머저리들에게 신경을 쓰지 말 것, 그리고 3차 대전을 운운하는 정체불명의 남자 따위는 무시할 것!’ 그러나 그렇게 했다간 영화에서 남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는 1980년대 초반의 어느 주말, 한적한 호텔에 모인 프로그.. 더보기
[리뷰]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삶의 가치 - <안개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삶의 가치-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 감독(정확한 출신을 밝히자면 좀 복잡하다)인 세르게이 로즈니차는 알렉산더 소쿠로프가 그랬던 것처럼 오랜 시간 동안 탁월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펼치며 명성을 얻다 극영화를 병행하게 된 인물이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러시아의 현실 풍경과 역사에 천착했던 그는 장편 드라마로 옮겨 오면서 변화를 택했다. 그런데 변화라는 말을 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점이 없지 않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도 일관된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 다양한 면모를 보였던 그는, 프랑스의 한 평자가 쓴 것처럼 ‘지금 영화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 중 한 명’인 까닭이다. 다큐멘터리와 장편 데뷔작 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풍자와 여유가 넘치던 그는 에선 사뭇 다른.. 더보기
[리뷰] 어느 혁명가의 변하지 않은 단호한 고백 - 로버트 레드포드의 <컴퍼니 유 킵> 어느 혁명가의 변하지 않은 단호한 고백- 로버트 레드포드의 미국에서 1968년 『포춘』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미국 대학생 중 36만 명 이상이 스스로를 혁명가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다. 또한 1970년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44%가 사회 변화를 위해서라면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했으며, 1/3 이상이 스스로를 좌파 혹은 극좌파라 말했다고 한다(안효상, ‘상상의 정치 : 웨더맨의 형성’에서 재인용). 지금으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들지만,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 미국의 대학가 분위기가 어땠는지 일면을 엿보게 해주는 조사 결과다.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이른바 ‘혁명적 폭력’을 방법론으로 채택했던 웨더맨의 등장이 전혀 이상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독일과 일본의 ‘적군파’만큼 격렬하지 않았을지.. 더보기
[리뷰]단순한 영화의 단단한 힘 - 스티븐 소더버그의 <사이드 이펙트> 단순한 영화의 단단한 힘- 스티븐 소더버그의 스티븐 소더버그는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흥미로운 영화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그는 과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채 롱숏과 미디엄숏을 차분하게 쌓아나가며 거기에 클로즈업을 더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그는 삼각대나 스테디캠 등을 이용해 안정적인 촬영을 선보이며 무리한 핸드헬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댄서들의 화려한 무대가 등장하는 에서도 카메라는 관객에게 춤을 온전히 보여주려 했고, 심지어 액션영화인 에서도 카메라는 싸우는 사람들에게서 적당히 떨어진 채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는 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숏들은 독자적인 운동을 펼치기보다는 드라마의 전개에 충실하게 복무하기 때문에 영화의 리듬은 메트로놈을 켠 것처럼 일관.. 더보기
[리뷰] 낭만적인 동시에 씁쓸한 소녀들의 환상 - <스프링 브레이커스> 낭만적인 동시에 씁쓸한 소녀들의 환상- 하모니 코린의 적어도 한국의 관객들에게 는 일련의 소녀영화들, , 와 함께 읽혔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세 영화는 모두 ‘소녀들의 일탈’을 파격적으로 다룬 범죄영화/성장영화/청춘영화로 홍보되었고, 실제로 공개된 영화들도 그 거친 분류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뭉뚱그리기식 분류법을 벗어나서 보면 세 영화의 초점이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소피아 코폴라의 에 동시대 미디어 문화와 향유층에 대한 감독의 감상과 논평이 깃들어 있었다면, 로랑 캉테의 는 1950년대와 21세기의 간극 속에서 소녀들이 갖는 정치적 힘의 한계와 가능성을 가늠해 보려 했다. 그래서인지 두 영화가 어른의 머리로 만든 소녀에 관한 영화라는 인상을 풍겼던 게 사실이다. 반면, 하모니 코린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