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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서울아트시네마 개관 10주년 기념 존 카사베츠 회고전

[Editirial] 영화의 시민 지난 4월 24일. 에이모스 보겔이 세상을 떠났다. 영화를 전복예술로 사고했던 영화사가이자 미국의 전설적인 영화 큐레이터였던 이가 작별을 고한 것이다. 폴 크로닌의 (2003)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가 무슨 생각으로 뉴욕의 가장 중요한 영화클럽이었던 ‘시네마 16’을 시작했는지의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뉴욕의 상황이 이랬다. "1940년대, 심지어 뉴욕에서도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들을 마음대로 보기가 어려웠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보러가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영화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적은 규모에 개인적인 기획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험적인 작품이나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곳은 없었다." 1947년, 에이모스 ..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별난 인연' 평행선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인연 - 존 카사베츠의 1950년대 후반, 이미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던 카사베츠는 가벼운 16mm 카메라로 핸드헬드 사용의 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되는 부터 까지 11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영화제의 수상이나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부터 그렇지 못한 작품까지 다양한 그의 연출 이력이지만 그가 독립영화의 상징적 존재가 된 이유는 할리우드 시스템의 관습에 대한 일관된 저항 때문이다. 전통적인 할리우드의 서사구조의 특징은 뚜렷한 갈등구조와 자연스러운 인과관계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편집 점의 일관된 적용에 있다. 이렇게 관습화된 구조에 대해 카사베츠는 강력한 거부감을 느끼며 이에 저항했고, 더 나아가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에서도 비 관습적이고 불친절한 장면들이 곳곳에..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글로리아' 20세기의 히로인 - 존 카사베츠의 는 미국 독립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존 카사베츠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있는 영화다. 과 더불어 그가 만든 2편의 느와르 영화 중 하나이며, 무엇보다 메이저 제작사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당시 영화 (1979)의 성공을 본 MGM이 존 카사베츠에게 남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부탁하면서 가 시작됐다. 하지만 원래 연기하려 했던 아역배우가 월트 디즈니사로 가면서 무산되었고, 후에 콜롬비아 영화사에서 이 시나리오를 다시 구입하여 존 카사베츠에게 영화를 의뢰한다. 독립 제작 방식을 고수 했던 그였지만 자신의 영화 제작비용을 위해 제안에 응한다. 때문에 는 그의 전작들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대중적인 이야기와 뚜렷한 해피엔딩 역시 낯설..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 우린 사랑밖에 줄게 없어 - 존 카사베츠의 (1976)은 (1980)와 함께 존 카사베츠의 영화에서는 드물게 장르영화에서 영화의 전체적인 틀을 빌려온 영화다. 스트립 쇼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코스모 비텔리는 하룻밤 만에 지게 된 엄청난 도박빚을 탕감받기 위해 중국인 ‘마권업자’를 살해해야 한다. 살인에는 성공하지만, 그 자신도 총상을 입게 되고, 애초에 그에게 주어졌던 임무는 함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여기에는 폭력의 연쇄, 죽음으로 향하는 인물의 궤적, 그러한 과정 안에서 보이는 인물의 자기 파괴와 자기 인식과 같은, 범죄영화, 갱스터 장르에서의 익숙한 설정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에서의 스타일은 장르적 관습보다는 어떤 흐름과 무드를 만들어내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카메라는 인물과의 거리 두기를 없앤 채 ..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오프닝 나이트' 영화와 삶을 동시에 긍정하다 - 존 카사베츠의 머틀 고든(지나 롤랜즈)은 브로드웨이의 인기 많은 여배우다. 평소대로 공연을 마치고 호텔로 귀가하던 밤, 머틀은 자신의 열성 팬이 눈앞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어버리는 것을 목격한다. 그런데도 연극 이야기만 해대는 동료들의 모습에서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이때부터 머틀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그녀가 연기해야 할 ‘버지니아’라는 인물은 한 번 이혼했다가 재혼한 경력이 있는, 연극의 제목 그대로 이다. 하지만 머틀은 결혼을 한 적도 없고, 중년의 버지니아를 연기하기엔 자신이 너무 어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료 배우 모리스(존 카사베츠), 연출자 매니(벤 가자라), 극작가 사라(조안 블론델) 모두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머틀의 고민은 타인의 ..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사랑의 행로'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영화 - 존 카사베츠의 정신과 의사가 극중 사라(지나 롤랜드)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가져본 적 없는 것에 상실감을 느끼죠?” 그때 사라가 답한다. “사랑은 강물 같은 거예요. 사랑은 계속되는 것이고, 결코 멈추지 않아요.” 영화의 제목 의 출발점이 되는 이 장면은 사라가 남편과의 이혼 협의 후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간 후다. 그녀에게는 남편 사이에 딸이 하나 있고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이력이 있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한 후에 딸을 데리고 먼 곳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늙고 병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딸은 그녀와의 생활을 거부하고 남편과 살기를 선택한다. 그녀는 여전히 남편과 딸을 사랑하고 가족을 원하지만 결국 혼자 남겨진다. 극중 로버트(존 카사베츠)는 소설가..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 상처를 숨기고 웃음으로 무장한 어른들의 비구조화적 세계 - 존 카사베츠의 고다르는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 아닌 반영된 현실이라는 말은 한 적이 있었다. 정석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영화 속의 현실은 언제나 잘 구조화 되어있다. 그러나 반대로 존 카사베츠는 현실의 반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물들 간 반응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짜여있지 않고 예측 불허하다. 어른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나타낸 이 작품은 인간들과의 관계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들의 태도를 끈질기게 바라본다. 영화의 서사는 칼로 자른 듯 깔끔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다. 외려 관객들에게 찢어진 조각보들을 하나하나 던지고 관객들로 하여금 바느질로 잇게끔 한다. 표면적으로 편안해보이기만 했던 부부의 관계는 집을 떠나겠다는 남편의 고.. 더보기
[리뷰] 존 카사베츠의 '영향아래의 여자' 다시금 삶을 긍정하는 에너지 - 존 카사베츠의 (1974)는 존 카사베츠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로, 평생의 지지자이자 페르소나였던 지나 로랜스가 주연을 맡았다. 인물의 불안한 내면심리를 ‘얼굴’을 통해서 가시적으로 표현한 그녀는 이 영화로 골든 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 영화에는 로랜스 뿐만이 아니라 카사베츠와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이 대거 출연한다. 평소에 돈독한 우정을 나눴던 피터 포크가 메이블의 남편 역할인 닉을 연기했고, 그의 어머니와 장모 역은 실제 카사베츠의 가족인 캐서린 카사베츠와 레이디 로랜스가, 세 명의 자녀 역할에는 카사베츠의 아이들이 직접 연기를 선보였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카사베츠 자신의 가족영화로서 그에게 가장 친밀한 작업이자, 그가 평생 흥미를 가졌던 미국 가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