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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견디고 버틸 것, 봄은 온다! 지난 겨울은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게 말을 걸고픈 이 땅의 시네필들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바로 영화를 진흥한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파행 행정이 빚어낸 일들 때문이다. 영화의 성지라 불리는 시네마테크 사태부터 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 선정 공모 비리, 한국영화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영화아카데미의 기능 축소 문제까지 영화계 전반적으로 영진위는 폭격탄을 날렸고, 많은 영화인들과 영화학도, 그리고 이 땅의 시네필들이 이에 분노하고 반발하며, 저마다의 행동을 보였다.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찍은 자신의 영화를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에서 틀지 말아달라고 1인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수많은 영화인들이 영진위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고,.. 더보기
‘시네마테크 사태’로 본 ‘시네필의 역할’에 관한 소고 들어가는 말: 2010년 겨울, 시네마테크를 기억하며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모사태로부터 네 달, 계약종료에 따른 지원금 지급이 끊긴지 53일이 흘렀다. 주지하다시피 공모와 재 공모 강행에도 불구하고 응모 단체는 없었다. 애초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집착한 결과, 영진위는 명분도 위신도 다 잃고 말았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영진위는 분풀이라도 할 요량으로 심통을 부리고 있다. 즉 공모제 무산 이후 어떤 후속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지원도 중단한 것이다. 이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시네마테크 공모제 사태’를 겪으면서 몇 가지 흥.. 더보기
스펙터클과 탐구 - '시네마테크 사태'의 두 가지 측면 역사가 그러하듯 영화의 역사에도 나쁜 반복이 있기 마련이다. 42년전의 파리로 되돌아가보자. 1968년 2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설립자인 앙리 랑글루아와 그의 동료 마리 엡스텡, 로테 아이스너, 메리 미어슨이 일방적으로 해임되는 일이 발생한다. 당시 드골 정부의 관료들이 랑글루아의 비리를 문제삼아 이들을 몰아낸 것. 시네마테크는 비영리 독립단체이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 우리 식의 영진위인 CNC가 문제였다. 이들은 시네마테크의 운영진을 바꾸고 싶어했다. 고다르, 트뤼포, 샤브롤 등의 ‘시네마테크의 자식들’이 반대성명을 내고 시위에 참여했다. 트뤼포는 ‘시네마테크에 가지 맙시다. 랑글루아가 돌아오지 않는 한 시네마테크를 상상의 것으로 남겨둡시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샤브롤은 이 사태가 영화계를.. 더보기
독립영화의 산실 ‘시네마테크’를 뺏지 마라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현 집권 세력의 강박이 한국 사회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방송은 물론 배움의 전당인 학교에서도 자기들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여지없이 퇴출시키고 있는데, 거기에는 모든 것을 자기 손아귀 안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욕망과 강박만이 읽힌다. 오랜 기간 한국 독립영화 진영에 큰 공헌을 했던 인디스페이스와 미디액트는 급조된 단체들에 운영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이에 반발한 독립영화감독 155명은 지난달 18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강당에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가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우리의 창작물이 상영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왜 그 감독들은 자기 자식 같은 영화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창구를 스스로 거부했을까? 를 만든 양익준 감독은 “제가 .. 더보기
시네마테크에는 지속적인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우리들의 시네마테크, 이제는 행동이다" 2010년 3월 2일 화요일 신선자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나는 민간이 운영하는 서울 유일의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를 제집처럼 드나든 지 만 5년차에 이르는 열혈관객(?)이다. 비디오테크 시절부터 시네마테크에서 영화와 조우해온 이들에 비하면 아직 애송이 시네필에 지나지 않지만, 게다가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 그곳에서 본 수많은 영화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지도 못하지만 그 공간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십분 짐작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해도 시네마테크에서 영화 보는 행위가 내 삶의 자양분, 양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저 시네마테크에서 영화 보는 행위가 좋아서, 그 시공간의 느낌이 마냥 좋아.. 더보기
저항하는 우리, 지켜야 할 시네마테크 해머의 로 본 시네마테크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 “레즈비언 시네마의 거장 바바라 해머 회고전”이 열렸었다. 그 전에 있었던 장 콕도와 장 주네 특별전을 접한 나는 콕도와 주네의 영화에 큰 감명을 받았던지라 레즈비언의 세계는 또 어떻게 그려질지 내심 궁금했다. 시간을 맞추고 맞춰 , , 세 편의 영화를 보았다. 그 중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독특한 형식과 구성 때문에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인공들의 삶과 고민들이, 그 전에 접했던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 나에게 피부에 와 닿는 듯 가깝게 느껴졌고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에 대해, 또 나의 삶에 대해. 그리고 지금의 시네마테크 사태까지. 현재 서울아트시네마의 상황은 그 때 떠올랐던 많은 생각들과 자연.. 더보기
우리들의 극장, 우리들의 시네마테크 나는 이번 2010년 친구들 영화제의 상영작 목록이 업데이트되는 것과 동시에 마음속으로 엄청난 쾌재를 불렀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푀이야드의 가 상영목록에 들어있었는데, 사실 작년에 푀이야드의 를 포함한 푀이야드의 영화들을 보아오며 ‘연작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군’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어느 국가를 여행할 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던 푀이야드의 이 영화가 시네마테크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을 향해 감사기도를 올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트시네마에서 를 상영한대!’ 서울의 각지에 퍼져있는 친구들에게 (심지어 아트시네마를 모르는 친구들에게까지) 이 기념비적인 상영의 소식을 알렸다. 이외에 평소 호감을 가졌던 영화들의 극장상영도 행복한 일이었지만, 이번 친구.. 더보기
영화를 만들어가는 우리, 시네마테크와 관객 프롤로그 이제 다가올 그 ‘말도 안 되는 시네마테크 공모제’ 때문에 극장 안팎이 떠들썩하다. 어떤 분들은 후원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극장 로비에서 그 추운 날씨에 자리를 지키며 회원들을 기다리고, 어떤 분들은 온라인을 통해 시네마테크의 문제를 알리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작년 이맘때쯤부터 본격적으로 시네마테크에 출입하게 된 나는, 1999년 문화학교 서울 시절부터 이곳을 사랑하고 아꼈던 분들에 비하면 이제 갓 부화한 병아리 수준의 관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자 결심하게 된 이유는, 내가 지난 1년 동안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얻은 것들을 나누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네마테크를 접하기 전 나에게 영화는, 그냥 친구들을 만나서 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