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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리뷰] 집시의 역사, 음악으로 듣다 - 토니 갓리프의 <라쵸 드롬> 상영작 리뷰 집시의 역사, 음악으로 듣다 - 토니 갓리프의 '라쵸 드롬' 길 위의 한 소년이 타악기 리듬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소년의 가족은 가축들을 이끌고 사막과 다를 바 없는 황무지를 지나 어딘가에 도착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내는 동안, 주민들은 첫날밤을 맞게 될 신혼부부를 위해 노래로 밤을 지새운다. 날이 밝으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시 이동을 시작하고, 몇몇 소년들이 길을 가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려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노래가 멈추면 다시 이동, 노래가 들리면 다시 쉬어감, 다시 이동, 다시 쉬어감의 반복. 여정은 그렇게 계속된다. ‘라쵸 드롬’이란, ‘좋은 길’을 뜻하는 로마니어다. 현재는 그 모태가 거의 사라져 남아있지 않은 로마니어는, 우리가 흔히 집.. 더보기
[리뷰] 숨길 수 없는 낙관성 - 애드리안 라인의 <플래시댄스> 상영작 리뷰 숨길 수 없는 낙관성 애드리안 라인의 '플래시댄스' 는 “제니퍼 빌즈의, 제니퍼 빌즈에 의한, 제니퍼 빌즈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릴 만한 새로운 얼굴로 발탁된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되어 이후 배우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를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80년대와 9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은 돈 심슨과 제리 브룩하이머 콤비의 첫 작품이기도 한 는 매우 단순하고 심지어 노골적인 영화다. 영화는 수시로 춤을 추는 제니퍼 빌즈의 육체를 훑으며 그녀의 풍성하고도 탄탄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클로즈업한다. 제니퍼 빌즈가 맡은 알렉스는 성당 신부에게 “요즘 부쩍 섹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라며 고해를 하는 순진한 .. 더보기
[에디터 다이어리] 극장을 빠져나와 글을 정리하면서 어느덧 우리는 그들의 팬이 되어가고 있다 에디터 다이어리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영화제" 기간 동안 활동하는 에디터들의 일지를 소개한다. 일상적으로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짧은 생각들이나 시네토크를 정리하면서 떠오른 단상같이 자유로운 주제로 쓰여진 짧은 에세이가 주가 될 것이다. 영화제가 개막하면서 벌써 2주의 시간이 지났다. 에디터들은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1월 26일 관람. 예상보다 관객들이 웃음을 많이 터뜨려서 매우 놀랐다. 불길한 음악도 그렇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무서운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나도 세이사쿠의 어머니가 ‘돈은 좀 있대니’ 할 때는 엄청 웃었다. 그 뒤 이어진 시네토크 분위기는 정말 후끈했다. 김태용 감독님의 ‘썰’도 재미있지만, 재치 넘치는 관객 분들의 질문도 극장 안을 빵빵.. 더보기
[시네토크] 작은 몸짓과 시선이 전하는 통렬함 - 시네마테크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말하는 레오 맥커리의 <내일을 위한 길> 시네토크 작은 몸짓과 시선이 전하는 통렬함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가 말하는 시네마테크 선택작 ‘내일을 위한 길’ 지난 1월 30일, 시네마테크의 선택작인 레오 맥커리의 상영 후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이 영화는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작품 중 하나'라는 소회로 시작된 강연은 영화의 감흥을 곱씹을 수 있도록 한 시간이었다. 그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시네마테크의 선택작을 고르며 고민하던 중 문득 생각했던 작품이 레오 맥커리의 이었다. 노년이 되신 분들이 시대의 흐름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 있지 않나.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영화의 목록들도 있지만, 삶의 마지막에 아마도 보고 싶은 영화들도 있.. 더보기
[리뷰] 헝가리 영화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 - 유운성 평론가의 선택 <신밧드> <러브> <또 다른 길> 상영작 리뷰 헝가리 영화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 유운성 평론가가 선택한 헝가리 영화들 헝가리 영화는 여전히 한국의 영화관객들에겐 낯선 영역으로 남아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영화의 중추를 이룬다고 간주되는 지역들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동유럽 국가영화들과 비교해 봐도 체코나 폴란드 그리고 최근의 루마니아 영화 등에 비해 영화제나 시네마테크에서 소개되는 빈도도 훨씬 낮다. 물론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의 영화비평 담론들이 형성해 놓은 역사적 정전(canon)들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영화 저널리즘과 영화 프로그래머들의 한계를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도 한국에서 헝가리 영화는 1960년대 유럽 모더니즘.. 더보기
[리뷰] 죽을 만큼 사랑할 수는 없다 -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상영작 리뷰 죽을 만큼 사랑할 수는 없다 -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가 처음부터 세이사쿠의 아내였던 것은 아니다. 첫 장면, 언덕 위에서 전쟁 직전의 해군 기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오카네는 누구의 아내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여자다. 그녀를 돈 주고 산 늙은 홀아비도,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돈 받고 판 병든 아버지도, 그녀의 들끓는 충동을 묶어두기엔 역부족인 듯 보인다. 이 ‘여자’가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거세하고 누군가의 ‘아내’의 자리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과정이, 마스무라 야스조와 팜므 파탈의 일인자 와카오 아야코 짝패를 필두로 한 이 멜로드라마의 중심축이다. 사랑영화가 이토록 무서울 수 있을까. 마스무라 야스조는 다이에이 스튜디오에서 미조구치 겐지와 이치가와 곤의 조감독을 거.. 더보기
[리뷰] 자신을 비우는 여행 - 숀 펜의 <인투 더 와일드> 상영작 리뷰 자신을 비우는 여행 숀 펜의 '인투 더 와일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07)는 (1991) (1995) (2001)에 이은 숀 펜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특히 는 세 편의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을 더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맥켄들리스(Christopher McCandless)라는 실존'했었던' 인물을 다루기 위해 그의 가족에게서 영화화 허락을 받기까지 무려 10년이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도대체 크리스 맥켄들리스가 누구이기에? 명문대 출신의 크리스(에밀 허시)는 한마디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아버지가 나사(NASA) 출신의 돈 많은 사업가였고 크리스 자신은 성적도 우수해 대학 시절 동안 과외 활동으로 2천만 원 넘는 돈을 벌어 저금까지 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 더보기
[시네토크] B급 영화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다 - 이해영 감독이 말하는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 시네토크 “B급 영화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다” - 이해영 감독이 말하는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 지난 27일, 이해영 감독의 추천작인 상영 후 시네토크가 진행되었다. 이해영 감독과 진행을 맡은 허지웅 평론가는 B급 공포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가볍고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허지웅(영화평론가): 을 극장에서 보니까 감회가 새롭다. 이해영(영화감독):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10대였을 때였는데, 당시에는 당연히 극장 개봉은 못했고 대신 비디오테이프로 출시가 되었다. 그때는 비디오테이프의 전성기였으니까 비디오테이프로 이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오늘 극장에서 다시 보니까 굉장히 새롭다. 이런 영화였나 싶다. 사실은 오기 전에 걱정을 했었다. 혹시나 이 영화가 너무 혐오스러워서 관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