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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리뷰] 눈 먼 사랑의 무한한 궤적 -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리뷰 눈 먼 사랑의 무한한 궤적 - 미셸 공드리의 의 첫 장면, 조엘(짐 캐리)이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천장에 매달린 모빌이다.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하지만 그가 몸을 실은 것은 몬탁행 기차, 도착한 곳은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 있는 몬탁의 한 바닷가다. 우연히 떠나오게 된 곳도, 살던 곳도 같았던 둘은 자연스레 연인의 길을 걷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집 앞에서 클레멘타인을 기다리고 있던 조엘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묻는다. “괜찮으세요? 도와드릴 일 없나요?” 이야기는 이렇듯 의미심장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이야기가 흘러가고, 이제 다시 조엘의 눈에 비친 모빌이 화면에 등장한다. 비로소 영화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다. 조엘이 눈을 뜬 그 아침은, 이미 오래 전 연인이었던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운.. 더보기
[리뷰] 애드리안 라인의 <플래시댄스> 리뷰 숨길 수 없는 낙관성 - 애드리안 라인의 는 “제니퍼 빌즈의, 제니퍼 빌즈에 의한, 제니퍼 빌즈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릴 만한 새로운 얼굴로 발탁된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되어 이후 배우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를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80년대와 9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은 돈 심슨과 제리 브룩하이머 콤비의 첫 작품이기도 한 는 매우 단순하고 심지어 노골적인 영화다. 영화는 수시로 춤을 추는 제니퍼 빌즈의 육체를 훑으며 그녀의 풍성하고도 탄탄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클로즈업한다. 제니퍼 빌즈가 맡은 알렉스는 성당 신부에게 “요즘 부쩍 섹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라며 고해를 하는 순진한 아가씨이면서 동시에.. 더보기
[리뷰] 새로운 시각기계가 야기하는 공포 -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 [리뷰] 새로운 시각기계가 야기하는 공포 - 스튜어트 고든의 메리 셸리가 19세기 초에 『프랑켄슈타인』을 쓴 이후로 SF나 공포 장르에서 과학자들은 종종 인간 이상의 능력을 얻기를 원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에 ‘근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부제가 붙은 것처럼 이러한 과학자들은 기술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다가 신의 영역에 도전한 죄로 처벌받는다.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을 각색한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튜어트 고든의 은 그의 데뷔작 처럼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 과학자들은 초월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이 에서는 죽은 자를 살려내는 것이었다면 에서는 ‘제3의 눈’을 가지는 것이다. 에드워드 프레토리우스 박사는 기계를 통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생물체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더보기
[리뷰] 헝가리 영화의 보석같은 작품 -졸탄 후스자릭의 <신밧드> 리뷰 삶은 왜 이토록 허무한가? - 졸탄 후스자릭의 졸탄 후스자릭의 는 ‘헝가리의 프루스트’라고 불리는 쥴라 크루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쥴라 크루디가 그러했듯(그리고 그 누구보다 프루스트가 그러했듯), 졸탄 후스자릭은 에서 한 남자가 죽음과 사랑이라는 화두를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한 남자가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들을 만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과거의 기억을 되찾아 간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짐 자무쉬의 나 빔 벤더스의 과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삶은 아름다운 거짓말의 연속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죽음을 앞둔 한 부르주아 남자의 삶의 공허함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두 영화와 방향을 달리 한다. 사실 는 죽어가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 더보기
[리뷰] 20세기 버전의 실낙원 - 데이비드 클래드웰의 <마을을 위한 레퀴엠> 리뷰 20세기 버전의 ‘실낙원’ -데이비드 글래드웰의 '마을을 위한 레퀴엠' 데이비드 글래드웰은 영국 다큐멘터리의 오랜 조력자 중 한 명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는 편집 등의 분야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왔다. 편집자로 참여한 작품 가운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와, 린제이 앤더슨의 또 다른 작품 이 가장 유명하다. 회화를 전공한 그는 일찍이 1950년대 중반부터 중단편영화를 만들어왔으나, 다소 실험적인 성격의 다큐멘터리는 오랫동안 창고에서 세월을 보내야 했다. 영국 영화의 숨은 수작을 발굴하기 위해 꾸준히 애쓰는 BFI(영국영화협회)가 아니었다면, 그의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몇 해 전, BFI는 글래드웰의 중단편을 복원해 세상에 공개했다. 수십 년 만에 무명의 .. 더보기
[리뷰] 두려움과 매혹의 공존- 임권택의 <안개마을> 리뷰 두려움과 매혹의 공존 -임권택의 이문열의 소설을 각색한 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그린 작품으로 두려움과 매혹을 동시에 안기는 작품이다. 당대 절정의 미모를 자랑하던 정윤희,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존재감만으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안성기의 열연으로도 기억되는 이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반드시 재평가 받아야 할 수작이다. 임권택 감독의 79번째 영화. (1980)로 시작하여 (1981), (1985), (1986), (1986)로 이어지는 임권택 감독의 1980년대 걸작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덜 보여지고 덜 말해진 작품이다. 이문열의 단편소설 『익명의 섬』을 가져와 임권택과 그의 시나리오작가 송길한은 그 이야기에 좀더 여성중심적인 시선을 가미하였다. 성적 .. 더보기
[리뷰] 정의를 지키는데 이유가 어딨어 - 존 스터저스의 <황야의 7인> 리뷰 정의를 지키는데 이유가 어딨어 - 존 스터지스의 지난해 이 톰 크루즈 주연으로 다시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존 스터지스 감독이 만든 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무엇보다 율 브리너, 스티브 맥퀸, 제임스 코번, 찰스 브론슨 등의 개성적인 배우들이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작품의 성공으로 이후 속편이 세편이나 만들어지기도 했다. 때마침 쿠엔틴 타란티노의 가 개봉하는 즈음에 과거의 서부극과 새롭게 만날 좋은 기회다. 서부극에서 총싸움은 장르의 약속이다. 서부극의 주인공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총을 빼들고 상대와 싸워야 한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보안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가장을 잃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인디언들의 포위를 벗어나기 위해서, 잃어버린 조.. 더보기
[리뷰] 젊음의 음악과 꿈을 찬미하라 - 알란 파커의 <페임> 리뷰 젊음의 음악과 꿈을 찬미하라 - 알란 파커의 뉴욕에 실존하는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알란 파커 감독의 은 예비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을 그리고 있다. 1980년에 개봉해 흥행을 거둬냈고, 삽입된 음악이 크게 유행했으며, 노래를 부른 아이린 카라가 단숨에 스타가 됐다. 이후 1982년부터 1987년까지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사랑받기도 했다. 거기다 할리우드의 끊임없는 자기복제의 유행을 따라 은 2009년에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평범한 외모 때문에 연기에 자신이 없는 도리스(모린 티피), 겉으로는 당당한 체하지만 불우한 가정환경과 상처를 지닌 연기 전공자 랄프(베리 밀러), 클래식 음악을 지루해하는 음악 전공자 브루노(리 커레리), 무용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