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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네바캉스 서울

[시네토크] <분노의 악령>과 비전의 매혹 지난 8월 19일 브라이언 드팔마의 상영후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의 강연이 이어졌다. 시스템 내부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비전에 대한 감각을 담고 있는 영화만큼이나 흥미로웠던 이날의 강연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이번 시네바캉스의 ‘이미지의 파열’ 섹션은 70년대 말부터 80년대의 미국 영화들 안에서 시스템적 균열의 양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을 꼽았다. 그 중 (1978)은 일순위 중 하나였고, 나머지 영화들이 그에 따라 배치됐다고 할 수 있다. ‘시네필의 바캉스’ 섹션의 영화들은 좀 더 일탈적인 영화들로, 그 자체로 작가들이 마치 바캉스를 떠나듯이 휴양하며 찍은 듯한 영화들인데 비해, ‘이미지의 파열’의 영화들은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즉물적으로 영화를 만.. 더보기
[시네토크] 문제가 어디 있는지를 못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상영 후 김곡 감독 시네토크 지상중계 지난 8월 10일 존 카펜터의 상영이 있던 날, 국내 최고의 카펜터 팬이라 직접 시네토크를 자청했다던 김곡 감독이 극장을 찾았다. 이날의 시네토크는 그가 존 카펜터에게 바치는 애정만큼, 카펜터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 이야기의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김곡(영화감독): 제가 마치 이 영화를 만든 감독처럼 나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제가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에게 연락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카펜터 팬은 나인 것 같다’라고 하면서, 예정되지 않았더라도 꼭 좀 초대해달라고 떼를 써서 나오게 됐다. (웃음) 근데 저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도 아닐뿐더러 이 자리는 GV도 아니고, 솔직히 제가 뭔가 대답해드릴 건 없다. 여러분처럼 한명의 팬으.. 더보기
[비평교감 3] 영화 글쓰기가 영화를 판단하거나 심판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감독들이 영화로 서신을 주고받듯, 비평가들이 영화비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비평교감’의 마지막 시간에는 변성찬 평론가와 남다은 평론가가 찾아왔다. 자신들은 씨네필도, 학구파도 아니라며 쑥스러운 미소로 시작했지만 금세 영화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말해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변성찬 : 아트시네마가 처음 제안을 할 때 자유롭게 하라고 했다. 때론 자유가 더 큰 구속을 주지 않나 싶다(웃음). 영화도 특정 영화를 골라 쓰라고 하면 편하게 쓰겠는데 아무거나 골라서 쓰라고 하면 괴롭다. 관객이 다섯 명 보다 적으면 바로 뒷풀이로 가려고 했다(웃음). 아무튼 우리는 솔직담백하게 얘기하도록 하겠다. 영화는 어땠나? 남다은 : 유운성-김영진 평론가는 씨네필, 장병원-정지연 평론가는 학구파.. 더보기
[비평교감 2] 한국의 영화비평가들이 교류하고 연합해야 한다. 8월 7일, 하이메 로살레스와 왕빙의 서신교환 프로젝트를 상영한 후 장병원 평론가와 정지연 평론가의 ‘비평교감’이 이어졌다. 두 평론가 모두 오랜 시간 영화 매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 영화비평 풍토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영화 비평의 역할에 대한 각자 다른 견해를 들려주었다. 장병원 : 왕빙의 와 를 본 적이 있다. 왕빙은 어떤 특별한 장소나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요즘 세상에 이런 삶이 있다, 라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지는 않지만 기록하고 보존하고 의미를 묻는 경향이 있다. 대상에 대해 지시적으로 의미를 주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의 삶으로 깊이 들어가서 응시하게 하는 방법론이다. 로살레스의 ‘붉은 땅’은 왕빙의 ‘행복한 계곡’에 대한 응답으로 폐광촌의 과거와 현.. 더보기
[시네토크] 좀비의 정치학, 타자 혹은 이방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상영 후 허지웅 평론가 시네토크 지상중계 지난 8월 4일, 무더위의 한 가운데 상영이 끝나고 허지웅 평론가의 시네토크가 열렸다. 장르 영화에 대한 애착과 사유는 물론이고, 토크만으로 유혈이 낭자하던 즐거운 시네토크 현장을 전한다. 허지웅(영화평론가): 좀비 이야기는 타자, 혹은 이방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결정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다른 것들을 죽이고 없앨 것이냐, 혹은 융합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할 것이냐 하는 두 가지 태도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또한 타자를 없앤다는 선택지를 골랐을 경우 그 과정 안에서 ‘우리는 과연 그것들에 비해 무엇이 나은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보신 는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를 최초로.. 더보기
[시네토크] 위대한 탈선의 작가, 자크 로지에- 김성욱 프로그래머 강연 지난 8월 5일, 우리에게 미지의 감독으로 남아 있는 자크 로지에의 두 번째 장편 (1973)가 상영되었다. 는 바다에서 펼쳐지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로, 마치 극장 안에서 바캉스를 다녀온 것 같은 생생함과 휴가가 끝난 후의 쓸쓸함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작품이었다. 영화 상영 후에는 자크 로지에의 초기 단편들과 함께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해 상세히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강연이 열렸다. 그 현장을 여기에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아직은 미지의 작가인 자크 로지에의 영화를 처음 소개하는 사람이 저라는 것이 꽤나 즐거운 일이다. 오늘 자크 로지에라는 작가의 기이한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로지에가 만든 단편들의 일부를 보겠다. 로지에가 50년대에 만든 단편.. 더보기
[비평교감1] 우리나라의 비평가는 어떤 태도를 갖는 게 좋은가? 상영 후 이어진 영화평론가 김영진과 유운성의 비평교감 ‘2012 시네바캉스 서울’ 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8월 2일 저녁, 이사키 라쿠에스타와 가와세 나오미의 서신교환 프로젝트의 상영이 끝나고 서신교환 섹션 특별행사로 마련된 첫 번째 비평교감 자리가 이어졌다. 감독들이 영화로 서신을 주고받았듯 국내 비평가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영화평론가 김영진과 유운성이 첫 번째 주자다. 두 비평가가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으로 주고받은 영화와 비평에 대한 생각들의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김영진(영화평론가,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 서신교환 프로젝트의 작품을 오늘 처음 보았다. 이런 순간에 늘 반성하는 거지만 ‘아, 이런 영화를 너무 안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 대해 즉자적으로 말하자면, .. 더보기
[오픈토크] "우리 시대의 불안과 공포: 이게 사는 건가?" ‘2012 시네바캉스 서울’ 영화제가 시작된 첫 주 주말이었던 지난 7월 29일 오후, 존 카펜터의 상영에 이어 변영주, 이해영 두 영화감독이 진행자로 나선 세 번째 오픈토크가 열렸다. 이번 토크의 주제는 ‘우리 시대의 불안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고 초대손님으로는 공포영화에 대한 식견이 풍부한 허지웅 영화평론가와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최규석 작가가 함께했다. 그 날의 이야기를 일부 옮긴다. 변영주(영화감독): 오늘 이 자리는 구성이 재밌다. 공포영화 전문가 허지웅 평론가와 현재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이해영 감독, 그리고 공포영화를 잘 안 보고, 안 좋아하는 최규석 작가와 제가 함께 하게 됐다. (웃음) 최규석 작가님은 을 어떻게 보셨는지. 최규석(만화가): 재밌게 봤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