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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작: 찰리 채플린의 '황금광 시대'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채플린은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어머니를 봐야 하는 고통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어머니가 완전히 정신병원에 갇힌 뒤에는 경찰의 일제 단속에 걸려드는 고통을 겪었다. 그는 켄싱턴 로드의 벽을 따라 숨어 다니던 9살짜리 부랑아였던 것이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사회의 하층계급'에 속했다. 자주 이야기되어온 그의 유년 시절을 내가 다시 언급하는 것은 절대적인 빈곤 속에 폭발적인 것이 있음을 모두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쫓고 쫓기는 영화들을 찍기 위해 키스턴 영화사에 들어가려 할 때 채플린은 뮤직홀의 동료들보다 빨리, 멀리 뛰었을 것이다. 그는 배고픔을 묘사한 유일한 영화인은 아니더라도 그것을 겪은 유일한 영화인이기 때문이다. 1914년 그의 영화필름들이 유통되기.. 더보기
[시네토크] 사랑의 대서사를 생각할 때마다 이 영화가 떠올랐다 - 김태용 감독의 '부운' 시네토크 지난 2월 10일, 김태용 감독이 선택한 나루세 미키오의 을 관람하기 위해 많은 관객들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 상영 직후 진행된 시네토크에는 많은 여성관객들이 참여해 김태용 감독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물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의 비극성과 슬픔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진지한 자리이기도 했다. 사랑의 대서사를 생각할 때마다 이 영화가 떠올랐다는 김태용 감독과의 대화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작품선택을 하면서 여러 편의 작품이 오갔다. 에드워드 양의 도 있었고, 나루세 미키오의 도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다. 은 김태용 감독과 잘 어울리는 선택인 것 같다. 오늘 보면서 예전에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을 김태용 감독이 선택했던 것이 떠올랐다. 물론, 작.. 더보기
[Review] 허무와 무의미, 무기력의 뜬구름 -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대표작 은 일본에서든 서구에서든 가장 사랑받는 영화이자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이 작품 역시 나루세 감독이 즐겨 영화화했던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나루세 미키오의 ‘여신’ 다카미네 히데코가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은 여러모로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단적으로, 주인공 유키코는 나루세 감독의 다른 여주인공들과 달리 주체적이지도, 자립적이며 생활력이 강하지도 않다.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피하며 가는 곳마다 여자들과 정분이 나는 남자 도미오카에게 한없이 매달리고 그의 사랑을 갈구한다. 심지어 그녀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도 그녀는 번번이 그를 따라나선다. 그런가 하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미군과 연애(!)를 하거나, 자신을 겁탈했던 사촌오빠를 찾아가 기.. 더보기
[시네토크] 저항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영화 - 김영진 평론가가 선택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붉은 수염> 지난 2월 5일, 구로사와 아키라의 의 상영이 있었고, 영화를 선택한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함께하는 시네토크 시간이 마련됐다. 18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상영 이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네토크에 참여했다. 시선, 얼굴,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감정의 스케일을 만들어내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구로사와 아키라의 미학과 영화세계, 일본 영화계의 다양한 면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었다. 김영진(영화평론가): 요즘은 선한 의지를 가진 영화가 사람을 설득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평소에 엄청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은 사적인 동기에 의해서 추천하게 됐다. 은 1965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은 1962년에 .. 더보기
[Essay] 길티플레저- 영화를 보는 어떤 사소한 강박 극장이 암전되고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나는 온전한 긴장감으로 충만해지는데, 이 긴장감은 영화 속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겠다는 나의 우스운 강박에서 비롯되었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어떤 순간에 와 닿는 대사들을 내내 상기하거나 어딘가에 적어두지 않으면 곧 잊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 순간의 강렬함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이어지는 화면을 아깝게 허비해 버리기도 한다. 대사의 개별성에 집착하게 된 이러한 습관 탓에 언제부턴가 나는 아주 미시적인 감상자가 되어버렸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전체를 가늠하는 일에는 완전히 실패한 채 그 순간순간의 대사로 영화를 기억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 대사를 만나면 고유한 시간이나 기다림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한두 줄에 농축된 타인의 삶.. 더보기
[Interview] 시네마테크는 관객의 오만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가장 ‘관객’이고 싶을 때 시네마테크에 온다 이창동 감독이 추천한 제리 샤츠버그의 상영 직후,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러 왔다는 김다미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로서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편집해왔다는 그녀에게 영화를 포함한 ‘고전’에 대한 의견도 물으며 논의를 더했던 시간이었다. 시네마테크에 오면 관객으로서의 오롯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그녀는 이날도 어김없는 ‘관객’의 모습으로 극장에 자리해있었다. 오늘 이창동 감독이 추천한 영화인 제리 샤츠버그의 를 관람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어떤가.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보러 오게 되었는지, 또 이렇게 감독이나 배우들과 만나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 영화제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도 궁금하다. 이창동 감독님을 좋아한다... 더보기
[시네토크] 젊음이란 것을 생각해보고 싶었다 - 이창동 감독이 선택한 제리 샤츠버그의 <허수아비> 2월 4일, 국내관객들에게도 조금은 생소한 제리 샤츠버그의 가 매진을 기록했다. 이창동 감독의 시네토크가 있던 날이었다. 상영관을 가득 매운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시네토크 내내 자리를 뜨지 않았고 감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많은 질문들이 오갔고, 질문들 하나하나에 차분하게 대답하던 이창동 감독의 모습은 영화의 여운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젊음이란 주제를 떠올려 이 영화를 선택했다는 이창동 감독과의 대화 일부를 옮긴다. 김성욱(프로그램 디렉터): 오래간만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제리 샤츠버그 감독은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일원이긴 했지만 오랫동안 잊혀진 감독이었다. 여전히 국내관객들에게도 그의 작품은 생소한 편이다. 를 선택한 이유를 먼저 듣고 싶다. 이창동(영화감독): 사.. 더보기
[Review]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스탠리 큐브릭은 21세기 들어 재평가의 목소리가 가장 높은 작가 중 한명일 것이다. 좋은 의미로서의 재평가는 아니다. 이를테면 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엄격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큐브릭은 작가가 아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적이 없고, 대부분의 영화가 소설 각색물이며, 또한 어떤 이야기가 가장 센세이셔널할 것인가를 고민했기 때문에 오히려 스튜디오 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감독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작가'라는 이름 자체에 거품이 지나치게 낀 시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큐브릭은 오히려 테크놀로지 미학 자체를 이야기에 융합시키거나, 둘의 불균질함을 영화적 해법으로 이용하는 감독이었다. 그리고 그 큐브릭 특유의 영화적 특징이 가장 먼저 막을 올린 영화가 다. 피터 조지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