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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Review] 데이비드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 "나의 영화는 린치처럼 어렵지 않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2005) DVD 코멘터리에서 이례적으로 데이비드 린치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데이비드 린치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얻은 무한대의 자유, 그러니까 (2007)로 나아가기 전 (1997)와 (2001)의 '몽환적 린치 월드'를 거치며 '디지털적' 방법론을 모색하다가 결국 디지털 이미지에 안착한 그의 현재에 대한 얘기였다. 는 (1986)과 (1992)의 공간에서 여전한 악몽의 미로를 펼쳐놓지만 보다 더 내밀한 심연으로, 그리고 크로넨버그가 언급한 현재의 린치와 가장 가깝게 다가 선 첫 번째 작품이다. 명성과 부를 누리고 사는 색소폰 연주자 프레드(빌 풀먼)는 의처증에 시달리다가 아내 살해혐의로 체포된다. 그리고 자동차 정비공 피트(발타자 게티)는.. 더보기
[시네토크] 나를 영화로 이끌었던 영화다 - 이해영 감독과 배우 신하균이 선택한 <부기 나이트> 시네토크 2월 12일, 이해영 감독과 배우 신하균이 추천한 의 상영과 시네토크가 있었다. 이례적으로 현장예매가 시작한 당일에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긴 만큼 현장 분위기 또한 떠들썩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시네토크는 팬 미팅의 분위기보다는 진지한 논의의 자리였다.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네토크 마지막까지 들뜬 분위기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현장을 옮긴다. 허남웅(영화 칼럼니스트) : 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이해영(영화감독) :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가 '이것이 영화다!'이고 그것에 관한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떠올랐다. 그의 모든 작품들이 훌륭하지만 라는 영화가 가장 영화적인 유희를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 더보기
[시네토크] 자유분방하고 관습에 얽애이지 않는 잔느 모로를 좋아한다 - 배우 윤진서가 추천한 <쥴 앤 짐> 시네토크 지난 2월 11일 저녁, 프랑수아 트뤼포의 을 추천한 윤진서 배우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토크가 열렸다. 윤진서 배우가 친구들로서 처음 참여하는 자리였던 만큼, 을 극장에서 처음 보게 된 감상과 더불어 연기나 한국 영화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 프랑스 예술에 대한 그녀의 깊은 애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깊이 몰입했던 시네토크의 현장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예전에 영화잡지에 썼던 칼럼에서 극장 공상에 대해 썼던 글을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홍대에 여러 유형의 극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과, 시네마테크의 어려움을 근심하는 글이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친구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시네마.. 더보기
[Review]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 1930년대 LA, 사립탐정 제이크 기티스(잭 니콜슨)는 묘령의 여인으로부터 수력 자원부의 수석 엔지니어인 남편 홀리스 멀웨이의 불륜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제이크는 홀리스가 젊은 아가씨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그가 찍은 사진은 신문에 대서특필된다. 당시 홀리스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발생한 LA의 물 전쟁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얼마 후 홀리스의 진짜 아내인 에블린(페이 더너웨이)이 등장하면서, 제이크는 자신의 의뢰인이 가짜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홀리스가 익사체로 발견된다. 자기도 모르게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한 제이크는 홀리스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곧 에블린과 그녀의 아버지 노아(존 휴스턴)가 각기 다른 제안을 해온다. 실상 이 영화에서 '차이나타운'은 엔딩 신에만 단 한번 등장.. 더보기
[Review] 자코 반 도마엘의 <토토의 천국> 막 총알이 관통해 유리창이 파열하는 파격적인 첫 장면만큼 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영화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세자르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칸영화제에서는 신인감독 대상의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다. 은 영화연출에 관심이 많았던 자코 반 도마엘이 극작가로 활동하며 틈틈이 준비한 영화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제작자들로부터 함량 미달 판정을 받으며 수정과 보완을 위해 3년여의 시간을 더 공들인 것을 감안해도 이 영화의 화려한 수상은 놀라운 결과다. 은 토토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는 영화다. 그의 인생이 유별나 보이는 것은 스스로 운명이 꼬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생아실의 화재로 이웃집 알프레드와 부모가 뒤바뀌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것. 토토는 자신이 응당 누려.. 더보기
[Review]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 배창호 감독의 은 계약결혼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얻고자 하는 남자 호빈(안성기)과, 그런 남자들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돈을 챙기는 닳고 닳은 여자 제인(장미희)의 욕망이 상호 배치되면서 만들어지는 권력게임의 과정을 좇아간다. 영화의 첫 시작에서부터 우리는 두 인물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에피소드들과 만난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더없이 비열하고 사악한 남자와 더없이 냉소적이고 차가운 여자의 쓸쓸하고 황량한 내면을 상대 캐릭터의 눈을 통해 엿보며 연민을 갖게 된다. 이후 제인은 호빈과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호빈이 욕망하는 미래는 고국에 두고 온 아내와 함께 하는 미국시민으로서의 삶이다. 애초 돈과 시민권의 교환이라는, 상호 윈윈 게임에서 시작된 이들의 욕망은 .. 더보기
[Review] 존 포드의 <기병대> 는 존 포드 감독이 유일하게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당연히 인디언을 몰살하는 야만적인 백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대신 미국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남북으로 갈린 미국인들끼리의 살육의 순간을 전후한 사연만이 존재한다. 필모그래피의 후기로 갈수록 수정주의 서부극을 선보였던 존 포드의 작품 성향을 감안하면 변화의 시점에 놓인 영화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래서 는 ‘말을 탄 병사 The Horse Soldiers'라는 영문제목처럼 서부극의 컨벤션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쟁물에 가깝다. 주요 배경으로 설정된 빅스버그는 남북전쟁 당시 가장 긴박했던 전투 장소로 손꼽힌다. 그 중 마지막 기습을 다루는 는 실제인물 벤저민 그리어슨 대령을 모델로 한 존 말로위 대령(존 웨인)을 중심에 놓고 적진 후방으로 .. 더보기
[Review] 가족 집단의 붕괴를 다룬 영화 -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한 가족 집단의 붕괴를 다룬 영화다. 콜로라도 주 오버룩 호텔의 겨울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 소설가 지망생 잭 토런스(잭 니콜슨)가 서서히 미쳐가면서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려 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큐브릭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대중 관객들의 호흡에 밀착해 있다. 또한 공포영화로서 충격 효과와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데 있어서 단연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다. 영화의 리듬은 관객이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할 만큼 탄력적인 속도감을 드러낸다. 비주얼과 사운드의 조응은 거의 교과서적으로 보일 정도다. 영화는 원작 기본 플롯을 그대로 가져오되, 주인공 잭 토런스의 캐릭터를 좀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잭은 직업 윤리에 집착하지만 아내 웬디(셸리 듀발)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