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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Review]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 - 윤리란 발명이며 창조다 지난여름, 『분노하라』는 한 프랑스 노투사의 짧은 외침이 담긴 책이 한국에 출간되면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단 몇 십 페이지에 불과한 소책자가 프랑스에서만 60만부가 넘게 팔리며 화제가 되었는데, 레지스탕스 정신의 현대적 부활을 요구하는 이 책에서 저자(스테판 에셀)는 흥미롭게도 트뤼포의 영화 에 대해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세 살 때 그의 어머니(엘렌 에셀)가 아버지(프란츠 에셀)의 절친한 친구인 앙리 피에르 로셰(원작 소설 『쥴 앤 짐』의 저자)와 사랑에 빠져 함께 살게 된 경험을 밝히면서 이후 그가 견지하게 된 윤리관을 이렇게 밝힌다. “제 입장에서 어머니가 아버지 아닌 다른 남자와 산다는 것은 거슬리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도 그 사랑에 동의했으니까요. 아버지는 이를 비도덕적인.. 더보기
[Review] 내 것이 아닌 삶에 대한 감각 - 자크 반 도마엘의 <토토의 천국> (1991)은 의 자크 반 도마엘 감독이 만든 첫 장편 영화로 원제는 ‘영웅 토토 Toto, Le Heros’이다. 비록 단편적이고 다소 주관적인 기억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전 생애를 담고 있다. 한 개인의 삶은 외부에서 볼 때는 물리적으로 균질한 순간들이 쌓인 적층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관적 시선에서 삶은 직물에 비유된다. 영화 에서 한 생애를 구성하는 것은 이러한 직물과도 같은 회상들이다. 과거의 기억은 특정한 시기, 어린 시절이나 사랑을 했던 때에만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그 외의 일상적이고 지루한 생활의 시간들은 회상의 대상에서 아예 배제된다. 이러한 회상 장면들은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선별된 것이지만, 한 개인의 생애를 주관적 차원에서 다루려는 영화.. 더보기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욕망의 끝과 마주하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는 “이 영화를 하워드 혹스와 벤 헥트에게 바친다”는 자막으로 끝난다. 드 팔마의 는 하워드 혹스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하지만 올리버 스톤이 쓴 각본은 원작의 골격과 일부 디테일을 따라갈 뿐, 어두운 시카고의 거리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마이애미로, 금주법과 마피아의 시대였던 1920년대는 불법 마약 거래가 횡행하던 1980년대로 바뀌었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미국이 아닌 쿠바에서 시작한다. 1980년 카스트로는 마리엘 항구를 개방하면서 미국 선주들에게 쿠바의 범죄자들을 싣고 떠나기를 요구했다. 드 팔마는 영화의 서두에서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 이후, 카스트로의 연설, 환호하는 대중, 그리고 망명자들의 모습이 담긴 기록 .. 더보기
장 마리 스트라우브/다니엘 위예의 '화해불가'-정치적 급진주의의 대표작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전후 독일 문학의 대표적 작가인 하인리히 뵐의 1959년작 소설 를 원작으로 한 는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의 장편 데뷔작이다. 정치적 모더니즘 영화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던 1960년대 세계 영화의 흐름 가운데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시네아스트이자 정치적 모더니즘과 미학적 아방가르드를 가장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고 평가 받는 스트라우브와 위예는 정치적 급진주의를 바탕에 깔고 문학과 음악, 연극, 회화 등 전방위적인 예술의 형태를 영화의 형식으로 전화하는 가운데에서 자신들의 미학을 설파한다. 그들의 1965년작 는 전후 독일 사회에서 경제 발전의 기치에 가려진 나치 시기의 청산에 대한 의도적인 망각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작품이다. 하인리히 페멜이라는 한 건축가의 집안을 중심으로 한.. 더보기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은 누벨바그의 진정한 출발을 알리는 선구적인 작품이자 감독 알랭 레네와 누보로망 작가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만남으로 유명하다. 관습적이고 선형적인 이야기에만 매달려온 기존의 영화 작업에 의문을 제기했던 레네는 새로운 형식과 기교를 구사하는 누보로망 작가인 뒤라스에게 직접 시나리오를 부탁했다. 뒤라스는 상식적인 전개 방식 대신 그녀의 소설에서나 접했을 법한 다양한 실험 구조를 영화에 적용시킨다. 뒤라스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전하며 이후 시나리오를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의 시나리오를 주문받지 않았다면, 나는 히로시마에 대한 글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의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을 때, 나는 히로시마의 엄청난 사망자 수를 보고 내가 만들어 .. 더보기
배창호의 '깊고 푸른 밤'-희망과 욕망의 경계 배창호의 은 동명 소설 에서 뼈대를, 에서 내용을 빌려온 영화로 원작자인 소설가 최인호가 직접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다.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로스앤젤레스로 온 한국인 호빈(안성기)과 제인(장미희)의 만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호빈은 임신한 아내를 한국에서 데려오기 위하여 영주권을 얻으려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영주권자와의 계약 결혼이다. 제인과 호빈의 인연은 이렇게 성사 된다. 계약이 끝날 쯤 제인은 호빈의 다정한 모습에 사랑을 느끼지만, 호빈은 제인을 계약 관계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었을 뿐인 두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점점 스스로와 상대방까지도 파괴해간다. 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사회와 그 안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을 동시에 보여준다... 더보기
[Review] 진정한 공포영화의 고전 -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의 은 스티븐 킹이 1977년에 발표한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공포영화의 고전이다. 14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흡입력 있는 화면과 스토리가 맞물려 있다. 인간의 이성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에 대한 불안이 가져오는 원초적 공포가 인물들을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작하면서 극을 마지막까지 빈틈없이 몰아세우기 때문이다. 인물의 불안 심리를 세세하게 극대화시켜주는 미장센은 초자연적인 현상이란 불안감을 시각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 직을 얻게 된 잭 토랜스(잭 니콜슨)는 겨울 내내 텅 빈 호텔을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지켜야한다. 그에게는 호텔 관리 외에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의무가 있다. 영화 내내 관철되는 헤드 룸과 부감쇼트는 .. 더보기
[Review] 전복적인 국가의 탄생 - 존 포드의 기병대 존 포드의 영화에서 남북전쟁은 자주 다루어진 주제는 아니었다. 가 이산 에드워드(존 웨인)가 남북전쟁에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듯, 존 포드에게 남북전쟁은 배경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나 에서 상황은 다르다. 이 영화는 벤자민 그리어슨이라는 실존 인물이 이끈 북부 기병대의 기습 공격을 실화로 해 미국의 남북전쟁을 전면적으로 다룬다. 북부의 기병대는 남부의 물자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뉴튼 역을 파괴하러 적진을 향해 떠난다. 존 웨인은 기병대를 이끄는 말로우 대령을, 윌리엄 홀든은 군의관 켄들 소령을 연기한다. 는 정통 서부 영화는 아니지만, 잠재되어 있던 웨스턴의 요소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대립과 충돌의 구조는 더 흥미로워진다. 고전적 웨스턴이 동부 대 서부의 대립이었다면, 는 북부와 남부의 충돌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