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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황덕호] 영화와 재즈 사이의 남자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를 추천한 황덕호 재즈평론가 “ O.S.T는 단 한곡도 빼놓을 수 없는 명반이다.”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1996년작 를 추천한 황덕호 재즈평론가는 영화를 보기 전에 음반부터 들었다. 당시 젊은 재즈 연주자들이 극중 전설의 뮤지션들을 연기했던 까닭에 황 평론가는 영화 대부분의 장면을 좋아한다. 그중 그에게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중 재즈클럽에서 색소폰 연주자 레스터 영이 을 연주할 때 10대 흑인 꼬마가 이를 지긋이 바라보는 신”이다. 그 꼬마가 바로 찰리 파커다. 를 대형 스크린으로 경험하는 건 황덕호 평론가에게 처음은 아니다. “1998년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봉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로 있던 김영진 영화평론가와.. 더보기
이론가의 시 -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 작품의 의의(意義)는 그것에 내재된 의미들의 무덤 위에 피어난다. 의의를 얻을 때라야 비로소 작품은 잊혀 지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 살아남아 보존 된다. 즉 디테일들이 무시되고 몇 개의 특징만이 간명하게 정리될 때 우리는 그 정리된 문장을 기억하고 인용한다. 장 뤽 고다르의 (1965)의 모든 장면들은 이 의의에 맞서는 의미들의 투쟁 같다. 영화는 미이라로써 살아남길 거부한다. 장면들 간에 도무지 개연성이 없다. 한 가지 맥락으로 정리될 수도 없다. 내레이션을 통해 작품 스스로 고백하듯 '사랑, 액션, 범죄 영화'의 범주에 놓인 '복잡한 영화'이지만 그렇기에 결국 어떤 영화도 아니며 동시에, 어떤 영화로도 불릴 수 있다. 의의를 거부한 대신 영화가 더욱 선명히 보여주는 것은 의미를 발생시키는 가장 기본.. 더보기
베트남전 그린 휴먼 드라마 - 로버트 와이즈의 '산 파블로' (1961)나 (1965) 등 로버트 와이즈를 뮤지컬 영화감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는 꽤 낯선 영화일 것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상 처음으로 1년 반 동안 대만과 홍콩에서 촬영을 감행한 대작이라는 점 외에 사소한 공통점을 찾기도 힘들다. 제작 여건은 다르지만 차라리 그의 SF영화 (1951)과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로버트 와이즈는 에서 현란한 시각효과보다는 탄탄한 스토리에 더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의 라스트가 인상적인데, 지구를 찾은 로봇 고트의 장엄한 연설은 인류가 공격성을 버리지 않는 한 지구가 잿더미로 변할 것이며, 절멸에 처할 것임을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경고성 발언이 아니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과 힘의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당시의 시대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시대극이긴 하지만 또한 .. 더보기
질풍노도 시기의 겪는 두 소년의 성장사 - 마테오 가로네의 '손님들' 은 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두 명의 알바니아 소년 겔티(줄리안 소타)와 지니(라자 소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영화 한 편을 끌고 간다. 삼촌과 함께 조그만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두 형제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혼잡한 로마에서 자리 잡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불만이 있다면, 이제 나이도 좀 먹었겠다 한 방에서 형제가 함께 묵으려니 불편한 게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간의 사정을 파악한 삼촌은 알고 지내던 젊은 사진사의 집에서 두 조카가 지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지만 겔티는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 역시 에서처럼 실제 인물이 등장해 연기를 펼치는 등 리얼리즘의 면모를 과시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극영화적 요소를 드러내며 가로네가 일관되게 유지해왔던 다큐멘터리적 연출에 분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 더보기
1930년대 재즈음악에 대한 고증적인 부활 - 로버트 알트만의 ‘캔자스 시티’ 사실 재즈와 캔사스 시티를 연결하여 생각한다는 것은 왠만한 재즈 팬이 아니고서는 조금은 생소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재즈를 평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상대적으로 뒤늦게 인식된 부분이기도 하다. 캔사스 시티와 미국 남서부 지역의 재즈에 관한 선구적인 연구를 남긴 바 있는 프랭크 S. 드릭스는 1959년에 발표한 글 의 첫 머리에서 “이 지역의 재즈는 재즈역사의 중요한 원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무시되어 왔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재즈의 중요성이 학자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널리 인식된 것은 1980년대에 와서나 가능했다. 로버트 알트만의 에서 재즈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에 선뜻 동의할 용기는 없지만 재즈가 너무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더보기
마초 스릴러 영화의 진경 - 로버트 알드리치의 ‘북극의 제왕’ 로버트 알드리치는 반골기질로 똘똘 뭉친 할리우드의 이단아였다. 무엇보다 착상하는 소재부터 남달랐고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들은 마치 감독의 디렉팅 바깥에 존재하는 것처럼 자유분방하게 행동했다. 그렇게 늘 흥행영화를 만들었음에도 영화에는 불균질한 요소들이 넘쳐났다. 2차 대전 중 무능한 상관을 사살하면서까지 미군 내부의 항명을 다뤘던 (1956), 역시 2차 대전 중 12명의 서로 다른 죄수가 독일군 기지를 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1967), 일련의 집단이 핵미사일 기지를 점령하고는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저질렀던 비리와 잘못을 인정하도록 요구하는 (1977) 등 그는 철저히 스튜디오에 종속된 상업영화 감독이었음에도 자기만의 확고하고 독특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처럼 비판적 묘사로 인해.. 더보기
"이 영화는 어네스트 보그나인의 영화다" [시네토크] 오승욱 감독이 추천한 로버트 알드리치의 '북극의 제왕' 지난 15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는 유쾌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언제나 영화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들려주는 오승욱 감독이 로버트 알드리치의 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 더할 나위 없이 화기애애했던 그 현장을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굉장한 영화를 한 편 보셨다. 이유도 맥락도 알 수 없이, 그저 무임승차하겠다는 사람과 그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사람이 벌이는 일종의 ‘다이 하드’이다. 이 영화는 역시 이런 분이 소개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오승욱 감독님을 모시겠다. 오승욱(영화감독): 사실 이 영화를 필름으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고,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때 AFKN에서 하는 .. 더보기
말의 영화 - 에릭 로메르의 '나무, 시장, 메디아테크'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두고 '말의 영화'라 말한다면 이 영화는 그런 특징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인물들의 말의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말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방데에 있는 작은 마을의 젊은 사회주의 시장은 공유 녹초지에 거대한 스포츠 문화센터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승인을 얻으려 한다. 환경주의자인 문법 선생은 이 계획을 반대한다. 파리의 저널리스트는 마을에 내려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며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시장의 딸과 선생의 딸이 친구가 되면서 이야기는 예견치 않은 결말로 향한다. 는 7개의 우연에 관한 영화로 '만약... 하지 않는다면'으로 시작한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메르적인 우연이 영화의 전체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모두에 학교의 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