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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상영작 소개

마법과도 같은 컬트 스릴러의 전형, 니콜라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 니콜라스 뢰그는 영화계에서 이단아나 다름없는 감독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 는 관객과 평단에게 엄청난 악평을 받았으며, 이후 발표한 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뢰그의 영화는 내러티브의 시간차를 뒤집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일부 지지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과거 혹은 미래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집어넣는 독특한 방식의 편집법이 그의 영화를 늘 새롭게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뢰그의 기법은 흔히 볼 수 없던 것으로, 시간을 자연스레 역행해가며 이야기를 쌓아간다. 뢰그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인 는 1973년에 제작된 백스터 부부와 그들의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의 줄리 크리스티와 도널드 서덜랜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와 의 모토가 되었던 영국 추리작가 다프네 .. 더보기
“모든 평범한 자들이여, 너희들의 죄를 사하노라” [영화읽기] 밀로스 포먼의 밀로스 포먼의 (1984)는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전기 영화 가운데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죽음에 당시 궁정 음악가였던 살리에리가 관여했다는 가정을 토대로 한 피터 셰퍼의 원작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198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8개 부문을 휩쓸었고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 대 성공을 거뒀다. 체코 출신의 포먼은 작품에 대중적인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논쟁적 인물이나 소재를 즐겨 끌어들인 바 있고, 예술과 개인의 문제, 사회적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등을 중심 테마로 다루는 데 에서도 그러한 포먼의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살리에리 역을 맡은 F. 머레이 에이브람스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명연.. 더보기
불안감에 배회하는 유령 잭슨을 주목한다! [영화읽기] 조셉 로지의 조셉 로지가 다수의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미국에서 추방되었을 정도로 정치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분명히 은 트로츠키를 신화화하여 그렸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는 객관적이고 담담한 시선으로 이 사건을 그려내려고 한 듯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암살자가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를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실제 시간은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 느껴진다). 심지어 영화의 엔딩은 암살자의 클로즈업으로 끝난다. 영웅적인 죽음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은 적어도 엔딩 쇼트를 통해 알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의 대부분이 엔딩에 후일담과 추가 사실들을 텍스트로 삽입한다는 것을 떠올려 봤을 때, 이런 식의 엔딩은 다소 당황스럽다. 영화를 보면서 .. 더보기
서부 신화를 흥미롭게 변주한 존 포드의 <아파치 요새> 존 포드의 (1948)는 서부영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영화이다. 서부영화는 기본적으로 충돌과 대립의 영화로 동부와 서부, 문명과 야만, 질서와 무질서, 그리고 선과 악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충돌의 장이다. 이러한 구도를 확립한 존 포드의 를 보자. 문제를 가진 공동체가 있고 공동체 바깥에서 서부의 사나이가 홀연히 등장한다. 둘은 충돌을 일으키지만, 결국 주인공의 탁월한 무력과 정의감으로 문제는 해결되고 다시 서부로 떠난다. 이후의 모든 서부영화는 이 서사를 다양하게 변주한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는 이 공식을 흥미롭게 변주한 영화 중 한 편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서부영화 속의 명백한 이항적 요소의 대립을 불확실한 것으로 바꿔 놓는다. 단순히 기존의 판단을 바꾸는.. 더보기
가족의 의미, 삶의 원형을 탐구한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오즈 야스지로는 가장 일본적인 감독이자 소시민극이라 불리는 독특한 미학적 스타일로 이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친 감독이다. 또한 그는 현대사회 속 가족의 의미와 해체에 대해 가장 깊이 천착하고 생각했던 감독으로 거의 모든 영화에서 일관되게 가족을 다룬다. (1953)는 그러한 오즈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잘 알려진 명실상부한 오즈의 대표작으로 내러티브나 스타일 모든 측면에서 그의 전략이 고스란히 농축된 작품이다. 스토리라인은 이보다 더 단순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조롭다. 영화는 시골에 사는 노부부가 오랜만에 자식들과 손자를 보기 위해 동경에 온 여정을 그린다. 하지만 사는 게 바쁜 자식들은 그들의 방문을 귀찮아하며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오히려 전쟁 중에 남편.. 더보기
이상주의와 숭고한 무법자의 원형적 충돌을 그린 존 포드의 <분노의 포도> 빈곤과 엑소더스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새롭게 시네마테크에서 구매한 존 포드의 영화 6편과 작년 '할리우드 고전 컬렉션'으로 이미 구매했던 를 포함 9편의 존 포드 영화가 상영된다. 이 중 는 와 비교해 볼만한 작품으로 빈곤으로 고향을 떠나는 해체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적이면서 시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그렉 톨랜드의 촬영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존 스타인벡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편집자) 서부극의 거장인 존 포드가 퓰리처상을 받은 존 스타인벡(1902 ~ 1968)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은 사회적 문제보다는 빈곤 때문에 유랑을 떠나야 했던 조드 가족의 운명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작품의 무대는 1930년대, 미국의 오클라호마의 ‘사풍 지대’라 불리.. 더보기
멜로드라마 장르의 전복, 더글라스 서크의 <바람에 사라지다> 더글라스 서크를 그저 ‘감상적인 멜로드라마 감독’으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 6,70년대 비평가들에 의해, 그리고 그의 영화를 재전유한 파스빈더에 의해 재발견된 작가로서, 그의 영화는 할리우드 시스템의 엄격함을 넘어서는 개인적 스타일, 장르를 우회하여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양식 등으로 높이 평가된다. 특히 (1956)는 서크 특유의 미장센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그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을 적극 빌려오지만, 시각적 과잉과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멜로드라마 장르가 갖는 순응적 구조를 전복한다. 멜로드라마는 갈등과 문제를 내부로 가져 오면서,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소외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에서 석유재벌인 해들리가를 중심으로 한 네 남녀의 전치된.. 더보기
조셉로지의 <트로츠키 암살> - 우리는, 시대의 거인을 얼마나 허무하게 잃었던가 젊은 시절 에이젠슈테인에게 영화연출을 배웠고, 50년대 매카시 열풍 하에서 프리츠 랑의 을 리메이크해 매카시즘을 비난했으며, 그로 인해 조국을 떠나야했던 인물. 미국 국적을 갖고 유럽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상과 입지를 확보한 몇 안 되는 감독이었으나, 자신을 버린 조국으로 돌아가 마음껏 영화를 찍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나카타 히데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의 주인공으로 남겨진, 과 을 비롯해 바로 이 영화! 을 연출한 감독 조셉 로지이다. 조셉 로지의 1972년 작 은 20세기 공산주의 혁명사의 전설적 인물인 레온 트로츠키의 생애 마지막 시간을 그리고 있다. 1940년 멕시코의 노동절 시가행진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트로츠키가 등산용 피켈에 의해 쓰러진 그해 8월 20일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