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상영작 소개

시네마테크 사태로 본 <이유없는 의심>과 <오데트> '납득할 수 없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말하기, 그것에 충실하기 [이유없는 의심(Beyond A Reasonable Doubt)] 의심이란 합당한 근거가 없이 시작되는 것이다. 조안 폰테인은 영화에서 참회하는, 고백하는 여자이다. 그녀는 백치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감독들은 저마다 그녀의 얼굴 정면 클로즈업을 결정적일 장면에 넣는다. 그녀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녀는 백짓장 같은 무언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반사된다. 존재하지 않는 상태는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 guilty한 느낌 혹은 그것에 관련된 텍스트가 우리에게서 생성된다. 그녀는 한 마디의 변명도 안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녀의 죄를 용납했다. 무언의 고해성사. 이 영화에서 그녀는 자신의 애인인 캐럿의 죄를 알고.. 더보기
낭만주의 서부극의 정점 [영화읽기] 존 포드의 와이어트 어프와 그의 OK 목장의 결투는 전설처럼 남은 서부의 역사이며, 서부극의 매우 흔한 소재이기도 하다. 존 포드는 이 유명한 전투를 재연하기 위해 이후 7년여 만에 모뉴먼트 벨리로 돌아가, 25만 달러를 들여서 툼스톤 마을의 세트를 지었다. (1946)는 그렇게 탄생한 영화다. 포드는 자신이 서부극에서 세워놓은 전형적인 배경으로 돌아갔지만, 스스로 구축한 클리셰를 살짝 변주한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와이어트와 클랜튼 일가의 대립구도를 통해 결투가 벌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와이어트는 이미 동생을 죽인 범인을 짐작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곧바로 복수를 시도하지 않고 툼스톤에 정착하여 보안관이 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이미 서부극의 전형적인 대립구도와 긴장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더보기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미국적 이상 [영화읽기] 존 포드의 앙드레 바쟁은 웨스턴에 관한 그의 글에서 서부의 정복과 소비에트 혁명을 비교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새로운 질서와 문명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미학적 차원을 부여한 유일한 언어는 바로 영화였다고 말한다. 웨스턴 장르는 미국(할리우드)이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존 포드의 웨스턴 영화들은 미국에 대해 그가 갖는 역사적 비전을 담아내면서 진화했다. 그 중 1939년에 만들어진 는 미국이 독립전쟁을 치르고 있던 식민지시기를 배경으로 개척정신에 뿌리를 둔 미국의 기원을 그렸다. 존 포드의 첫 테크니컬러 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은 자연과 풍경, 계절과 날씨의 변화, 빛과 어둠의 변화를 풍부하게 담아내면서, 이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더보기
인물의 육체, 행위의 기입이 아닌 ‘말’을 찍은 영화 [영화읽기] 장 으스타슈의 세르주 다네의 표현에 따르면 장 으스타슈는 '자신의 독자적인 현실의 민족지학자'다. 인류학의 방법론 중에 하나인 민족지학적 방법론은 오랜 시간동안 현지에 머물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들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지학자가 현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뜻하지 않은 우연적 사건들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만큼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에 더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 으스타슈는 모럴리스트(moralist)다. 에릭 로메르의 말에 따르면 모럴리스트는 인간의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정신과 감정의 상태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 '관심'이라는 말이 어떻게 영화로 표현되는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는 인간의 외부적 행위나 사고를 다.. 더보기
장 엡스탱의 <어셔가의 몰락> - 공간으로 환기된 분위기가 압도적인 영화 장 엡스탱은 마르셀 레르비에, 루이 델뤽, 장 그레미옹과 더불어 프랑스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포토제니(photognie)’이론을 제창한 루이 델뤽과 더불어 첫 번째 영화이론가이기도 했던 그는 영화와 아방가르드 예술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동시에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의 주도적인 감독으로 활동했다. (1928)은 (1922), (1923), (1927) 등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엡스탱의 영화들 중에서도 1920년대 후반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아방가르드 예술의 최고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을 모티프로 각색한 이 작품은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버전으로 여러 명의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지만, 엡스탱의 작품은 무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상적인 버전, 걸작 중의 걸작으.. 더보기
정신 분열 그 너머, 부인에 의한 신성모독 [영화읽기] 카르멜로 베네의 여러 방면에 재능이 많은 카르멜로 베네는 모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영화보다 소설과 연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도 가장 매혹적이고 특색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그의 다섯 작품을 볼 때, 이러한 현실은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영화적 광기라는 베네만의 독특한 특징이 요즘 시대의 관객들에게 얼마나 수용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다소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지 않다. 1969년에 만들어진 베네의 두 번째 장편영화 는 그의 전작과 같이 현대 이탈리아에서의 삶에 대한 환각적이고 비선형적인, 궁극적으로는 종말론적인 시선을 보여 준다. 베네의 전작들과는 달리 는 특별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영화 클라이맥스의 난폭한 자동차 사고 장면의 연속은 영화가 만들.. 더보기
완전작가를 탐한 기트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 [영화읽기] 사샤 기트리의 사샤 기트리 영화의 핵심은 ‘역설’에 있다. 역설은 기트리의 영화, 기트리와 영화의 관계를 모두 이해하는 데 근사하게 쓰이는 말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1912년, 연극에 주력하던 이십대의 기트리는 감히 ‘영화는 정점을 지나버릴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후 감독이 되어서도 그는 영화를 얕보는 태도와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데, 그런 자세는 기존의 영화 관습과 약호를 거부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에 대한 경멸에서 비롯된 기트리의 독창성은 누벨바그 감독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고, 혹자는 그를 ‘모던 시네마의 아버지’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편, 그를 옹호하지 않는 자들로부터 단조로운 희극, 삼각관계 실내극 정도로 취급받는 기트리의 영화는 사실 반코미디의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더보기
루이 푀이야드의 <뱀파이어> - 프랑스 범죄 영화의 고전을 만나다 는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제작된 무성영화로, 프랑스 무성영화의 중요한 시네아스트 중 하나인 루이 푀이야드를 거장의 반열에 올린 결정적인 작품이다. 1915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총 400분이 넘는 상영시간에 10개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리즈물이다.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냈던 루이 푀이야드는 당시 유행했던 연속극 형식의 영화들을 제작하는데 특출한 재능을 보였고, 그가 연출한 영화들 중 상당수는 이후 만들어진 범죄영화들의 기반이 되었다. 푀이야드의 (1914)와 (1915), 그리고 (1916) 세 영화는 범죄물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며, 이 중 는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며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영화다. 는 ‘흡혈귀들’이라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