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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2 음악, 뮤지컬 영화의 매력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11년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자 2012년을 여는 특별전으로 ‘노래하고 춤추자!’를 준비했다. 말 그대로 연말연시의 흥청망청(?)한 분위기에 동승해 한 번 즐겨보자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노래하고 춤추자!’는 음악과 뮤지컬영화를 한 데 모아 16편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이에 음악영화와 뮤지컬영화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지 약간의 팁을 드리기 위해 음악평론가 차우진이 관련한 글을 보내왔다.


뮤지컬 영화를 좋아한다. <토요명화>와 <명화극장> 세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말 밤마다 ‘어린이는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9시 정각 알림에도 꿋꿋하게 TV 앞에 앉아 브라운관을 지켜봤다. TV에서 방송하는 영화의 제목이 뜨고 파란 눈의 배우들이 나오는 순간이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오즈의 마법사>(1939) <파리의 미국인>(1951) <오클라호마>(1955) <사운드 오브 뮤직>(1965) <언제나 마음은 태양>(1967) <그리스>(1978) 등 그때 본 영화들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들이 뮤지컬 영화다. 그런데 뮤지컬 영화의 정의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음악’이 작품의 핵심이 되는, 요컨대 대사나 상황 묘사를 음악과 노래가 대체하는 영화일까. 그렇다면 음악을 빼면 이해하기 어려운 <원스>(2006) 같은 영화도 뮤지컬 영화가 될 수 있을까. 혹은 최근 개봉한 액션 스릴러 영화 <드라이브>(2011)처럼 스코어가 영화적 경험의 토대를 이루는 작품을 음악영화라고 부를 순 없는 것일까. 1990년대에 돌비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영화적 장치로서의 사운드가 점점 중요해지는 지금에 과연 고전적 의미의 음악영화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요컨대 음악영화를 장르라고 본다면 뮤지컬과 음악영화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그 기준에서 좋은 작품과 덜 좋은 작품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걸까!

뮤지컬영화, 영화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뮤지컬영화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연주·합창 등을 스크린에 재현·기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다큐멘터리 방식의 작품을 음악영화라 칭하는데 흔히 뮤지컬영화를 동의어로 취급하는 일도 많다. 그러나 뮤지컬영화는 주로 미국에서 발달하여 음악과 무용을 주요소로 하는 연출 양식의 영화로 여겨진다. 음악영화는 최초의 유성영화인 미국의 <재즈싱어>(1927)와 거의 동시에 생겨났다.’ 이때 흥미로운 건 음악영화와 무성영화가 탄생한 시기가 같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영화를 상영하던 극장은 연극을 공연하던 극장과 동일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매체인 영화를 연극의 연장이면서도 독특한 문화적 경험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 차이는 스크린과 사운드였다. 뮤지컬 영화에 대해 설명을 덧붙여보자.
‘1930년대 미국에서는 F.애스테어, G.로저스 공연의 <톱 햇>(1935)과 이와 유사한 작품들에 의하여 음악영화의 형식이 확립되었다. 또 유럽에서는 오페레타 형식의 독일영화 <회의는 춤춘다>(1931)와 대작곡가의 생애를 다룬 <미완성교향악>(1934) 등이 제작되어 음악영화의 장르를 풍성하게 하였다. 1940년대 이후 컬러영화와 화면의 대형화 등 영화기술의 진보는 음악영화를 더욱 다채롭게 하였다. 발레영화의 걸작 <분홍신>(1948)은 그 중요한 전기가 되었는데, 이 작품의 영향은 할리우드에 뚜렷이 나타났다. 아서 프리드가 <파리의 아메리카인>으로부터 <사랑의 교습>(1958)에 이르는 일련의 작품으로 뮤지컬영화의 형식을 거의 완성시켰으며 와이드스크린 영화가 등장한 이후에는 뮤지컬 작품의 제작이 더욱 활기를 띠었다.’
영화에서 사운드가 중요해진 건 기술의 발달 때문이었고 1930년대에 전성기를 거친 음악영화는 195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그 중에서도 MGM은 뮤지컬 영화의 대표적인 제작사였다. 1939년의 <오즈의 마법사>는 MGM 시대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규모의 세트와 엑스트라가 동원되고 주디 갈란드라는 소녀 스타를 탄생시켰으며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라는 형식을 확립시켰다. ‘대공황 시대 미국의 자화상’이라는 평가부터 ‘좌파 사회주의자들의 판타지’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평가가 제기되었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일단 가상 세계를 그 당시 가장 첨단적인 기술로 보여준 영화라는 의미가 클 것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건 메인 테마인 ‘Over The Rainbow’다. 뮤지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우가 직접 부른 노래다.

음악영화, 영화와 음악 산업의 ‘밀당’

한편 음악영화는 뮤지컬영화보다 훨씬 더 산업적이고 시대적이다. 애초에 TV스타로 성공한 엘비스 프레슬리는 음반 홍보를 위해 영화만을 활용했다. 비틀스조차도 <하드 데이 나이트>(1964)를 제작해 앨범 판매에 힘썼다. 1960년대 중반, 비틀스와 빌보드 종합차트 1위를 다투던 건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였고,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의 오프닝/엔딩에 헨리 멘시니의 ‘Moon River’가 사용된 것은 이후 많은 영화와 음악 제작자들에게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토요일 밤의 열기>(1977) <플래시댄스>(1983) <더티 댄싱>(1987)로 이어지는 댄스 음악의 영화화는 음악장르의 유행으로 이어졌으며 ‘토미’ ‘도어즈’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같은 뮤지션을 다룬 영화들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사실 음악영화의 전성기는 1980년대 MTV의 등장과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음악을 홍보하는 수단에 머물던 비디오 클립을 그 이상의 무엇으로 만든 MTV의 등장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Thriller‘처럼 초기에는 대규모의 세트와 인력과 특수효과를 통해 작품적 완성도를 지향하기도 했다. 비디오 영상의 파급력은 영화의 파급력과 맥을 같이 했고 비디오 시장의 확대와 함께 사운드트랙의 산업적 성숙도 보장할 수 있었다. 블록버스터의 효시가 된 <탑 건>(1986)은 수많은 아류작의 양산과 함께 하드 록의 전성기를 견인했으며 <타이타닉>(1997)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동시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든 동시에 셀린 디옹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아티스트로 만들었다. 특히 <타이타닉>의 성공 이후 소니나 EMI, BMG 같은 초국적 음반사들은 영화사와 손잡고 블록버스터를 직접 기획하거나 제작하면서 자사의 카탈로그를 사운드트랙에 끼워 넣는 마케팅 방식을 학습하기도 했다. 이전까지의 음악영화가 감독의 취향이나 시대적 사회상을 반영하는 일환으로 제작되었다면 <타이타닉> 이후에는 영화와 음악이 보다 직접적인 관계에서, 그러나 내밀하고 은밀하게 표현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뉴문>(2009)이나 <이클립스>(2010)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톰 요크와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신곡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디즈니의 작품들도 음악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애초에 화면에 들어가는 소리를 모두 만들어야 했던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사운드의 장르다. 그런 의미에서 <백설 공주>(1937)나 <신데렐라>(1950) <101마리 달마시안>(1961) 같은 디즈니의 초기작들이 뮤지컬을 차용했던 건 의미심장하다. 1990년대 다시 애니메이션 붐을 이끈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1989)와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 킹>(1994) 등은 드림웍스를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끌기도 했는데 당시 주제곡은 배우가 아닌 기성 가수에게 의뢰되기도 했다. 엘튼 존을 비롯해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이 대표적이다. 한편 <토이 스토리>(1995) <카>(2006) <월E>(2008) 같은 픽사의 애니메이션에 랜디 뉴먼의 노스탤지어가 가득한 팝이 흐르는 건 이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들을 보다 인간적으로, 혹은 아날로그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하이 스쿨 뮤지컬>(2006) 시리즈와 <한나 몬타나>(2006)를 통해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뒤흔든 디즈니는 21세기에도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다. 중요한 건 이때 디즈니가 제작한 뮤지컬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할리우드 레이블을 인수, 설립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힐러리 더프, 마일리 사일러스와 조나스 브라더스의 앨범을 제작하고 그들이 주연한 <한나 몬타나>와 <캠프 록>을 기획하고 배급하는 방식은 디즈니의 산업적 영향력이 TV와 스크린 뿐 아니라 오디오에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좋은 음악영화는 무엇인가?

좋은 영화는 좋은 음악으로 기억되고 소비되지만, 한편 영화와 음악의 관계는 단지 아름답거나 우아한 것만은 아니다. 거기엔 자본의 확장을 고려한 치밀한 마케팅도 있고 팬덤을 자극해 주머니를 털어가는 간악한 상술도 있다. 영화와 음악은 장르적으로 종속적이지도 않고, 산업적으로 평등하지도 않다. 이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잘 만들어진 작품을 취사선택하는 일일 것이다. <타이타닉>의 성공에 음악 산업과 신기술, 배급 시스템과 신자유주의가 기여했다고 해도 “My Heart Will Go On”의 아일랜드 휘슬과 “I am the king of the world!”란 대사의 빛이 바래는 건 아니다.
그러면 좋은 음악영화는 뭘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좋은 음악영화란 음악과 영상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작품들이다. 왜 아니겠는가.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음악만 남는 것도, 영상만 남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아임 낫 데어>(2007)를 보면 밥 딜런이 왜 팬들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전기기타를 들었는지 납득되어야 하고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2009)를 보면 음악과 신체가 어떻게 격렬하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고고 70>(2008)을 보면서 1970년대 클럽문화를 엿보는 것도, <삼거리 극장>(2006)을 보면서 한국어 뮤지컬이 왜 어색한지에 대해 재고해보는 것도 모두 의미 있을 것이다. <라스트 데이즈>(2005)처럼 자살한 커트 코베인의 미스터리를 풀어주지 못한다 해도, 음악영화는 스크린에 밀착된 음악이 객석으로 튀어나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게 <원스>는 뮤지컬이고 또한 <토이스토리>는 훌륭한 음악영화다. 알게 뭐람, <드라이브> 역시 음악영화라고 믿고 있는데.

글 / 차우진(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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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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