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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소식

[씨네21] 10년의 한국 시네마테크, 아직 풀어야할 숙제들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아트선재센터(왼쪽)로부터 임대 재계약 불허 통보를 받고 지금의 낙원상가 건물(오른쪽)로 이전했다.

1990년대 이래로 ‘새로운 영화보기’를 내세운 서울의 문화학교 서울, 서울시네마테크, 하이퍼텍나다, 일주아트하우스, 전주의 온고을 영화터, 광주의 영화로 세상보기, 청주의 씨네 오딧세이, 제주의 씨네 아일랜드 등 전국의 젊은 영화 애호가들이 주축이 된 시네클럽이 성장해 지금의 시네마테크가 됐다. 이미 한국의 시네마테크들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고, 1999년 부산은 처음으로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설립해 시네마테크가 상영관과 교육시설을 갖춘 모습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전까지 시네마테크는 상상의 영역이었다.



오랜 논의를 거친 끝에 2002년 전국적인 시네마테크네트워크 조직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설립됐고, 같은 해 서울에도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했다. 시네클럽의 활동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지난 뒤였다. 개관 이후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3천편이 넘는 영화가 상영됐고 40만명의 관객이 영화와 새롭게 만났다. 5주년을 맞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와 이제 10년의 시네마테크를 준비하는 즐거운 상상으로 축배를 들어야 하건만 10년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험난하며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주인 바뀌고, 가게는 매년 이사하고

첫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국내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처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안정적인 상영관 확보였다. 이 문제는 2002년 서울아트시네마를 개관하고 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1년 단위의 임대계약으로 공간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시네마테크 부산이 부산시에서 장기적인 임대공간을 제공받고 동일한 장소에서 10년간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것에 비하면, 서울아트시네마는 제법 안정적인 활동이 무르익어가던 2005년, 아트선재센터로부터 임대 재계약 불허 통보를 받고 지금의 낙원상가 건물로 이전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만 했다. 시네마테크는 일종의 단골 극장이다. 주인이 매번 바뀌고, 가게는 매년 이사하면서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둘째, 부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네마테크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화인들의 노력에 정치인들과 행정관료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영화를 문화와 예술로 이해하고, 영화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라도 아는 정치인과 행정관료가 있어야만 한다. 부산은 그런 협력으로 영화도시라는 브랜드를 얻었다. 아직 서울에는 그런 지원자들이 없는 듯하다.



독일 뒤셀도르프 영화박물관의 관장인 사비네 렝크는 “정치인들은 영화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들은 영화의 찬란한 가치에 눈이 멀어 있고, 단지 관람객 수와 방명록에 남겨진 숫자에만 감명을 받는다. 그들은 영화를 위한 공간이 돈과 노력의 낭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서울시가 이런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영화의 가치에 투자하라


셋째, 시네마테크에 대한 인식을 가진 진정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많아져야 한다. 프랑스
를 제외하자면 전세계 시네마테크 관계자들 대부분은 영화의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기에 시네마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자부심은 이 작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소진한 지난 10여년의 시간에 간직되어 있다.



시네마테크의 진정한 친구이자 든든한 후원자인 관객 또한 그럴 것이다. 영화 애호가들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지 못한 영화의 예외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최소한 동네 가게에 가서 백화점에나 있을 법한 물건을 찾으면서 그 부재를 탓하면서 불평하는 그런 사람들과는 격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고다르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열린 ‘루이 뤼미에르 회고전’에 보낸 헌사를, 앙드레 바쟁이 루이 푀이야드의 <뱀파이어>를 시네마테크에서 본 뒤에 쓴 글을 잊지 못한다. 그들은 지금의 서울아트시네마보다 작았던 시네마테크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한 사람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주위에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당신은 그런 시네마테크의 친구인가? (박경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차장)

(씨네21 기사에서 인용: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59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