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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에 붙이는 각주』 (현대문학)

지난 연말에 밥 엡스타인(Bob Eckstein)의 ‘세계에서 가장 멋진 서점 일러스트 엽서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가 그림에 이끌려 ‘World’s Greatest Bookstores’라는 책을 원서로 샀는데, 나중에 보니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에 붙이는 각주’라는 제목으로 ‘현대문학’에서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을 알게 됐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늘 공간과 건축에 관심을 두게 되는데, 솔직히 도서관이나 서점이 늘 부럽다. 몇 년 전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들렀을 때 이를 실감했다. 다케오온센역에서 내려 산기슭까지 이십 여분 여유있게 걷다보면 나오는 작은 온천도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도서관이 있다. 20여만 권의 장서에 1층 왼편에는 수만 편의 CD와 DVD가 책장에 빼곡히 꽃혀있는 대여점도 있었다. 누구도 이런 시골 마을에 이런 큰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구 5만 명의 도시에는 작은 마을 도서관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도서관은 거대한 책의 규모로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알랭 레네의 영화에서처럼, 세상의 모든 기억 앞에서의 망연자실이라 해야 할까. 단순한 필요 이상의, 접근 가능한 것 이상의 책들 앞에서 우리는 책의 실체를 느낄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차이라면 영화관은 비어 있고 서점은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서점은 게다가 극장이나 도서관을 가는 것과는 달리 언제든 부담 없이 들릴 수 있어 좋다. 말하자면, 여행자에게도 열린 장소다. 그림을 뒤적거리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El Ateneo Grand Splendid) 서점의 엽서 한 장을 꺼내 본다. 그곳에서는 카페 콘 레체를 마시면서 아름다운 책의 전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김성욱)

 

Poster : 벽에 붙이고 싶은 포스터 고르기 7.

폴란드 그래픽 디자이너 Asia Pietrzyk (https://www.instagram.com/asiapietrzyk/)

안제이 바이다 <순진한 마법사> 삽화 시리즈

지난 해 12월, “2020 폴란드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안제이 바이다 <순진한 마법사>는 의사가 본업이지만 재즈 밴드에서 드러머로도 활동 중인 바실리가 어느 클럽에서 만난 펠라지아와 함께 도시를 걸어다니고, 신비한 기억을 쌓는 하루의 밤을 담아낸다. 

크리스토퍼 코메다의 황홀한 재즈와 펠라지아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티나 스티풀코브스카의 얼굴, 재즈가 멈춘 엔딩크레딧, 이어 황덕호 재즈 평론가가 들려준 코메다의 비극적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던 날. 며칠 전에는 당시 시네토크에서 추천 받았던 코메다의, 한국어로 번역하면 ‘난시’라는 앨범을 다시 듣기도 했다.(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는 당시 안제이 바이다의 친구들이었던 로만 폴란스키 그리고 크리스토퍼 코메다 등이 잠깐 출연하기도 한다. (예그림)

 

Lunch : 극장 직원의 극장 일기 - 종로3가에서 밥 먹기 7.

밀: 끼니

요즘은 워낙 맛있고 개성 넘치는 빵집이 동네마다 많아 웬만해서는 ‘빵 맛집’ 소리를 듣기 어렵다. 국일관 맞은 편에 있는 『밀: 끼니』도 이런 맥락에서는 특별한 주목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일단 가게 자체가 많이 낡아 눈을 끌기 어려우며 한눈에 예뻐 보이는 알록달록한 디저트를 팔지 않아 유행에 뒤쳐졌다는 느낌이 든다. 작업 공간과 판매 공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살짝 어수선하기도 하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싶으면 바로 옆의 『카페 뎀셀브즈』, 더 선명한 개성의 빵이 먹고 싶으면 조금 걸어서 안국쪽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밥보다 빵을 많이 먹는, 그리고 종로가 직장인 나 같은 사람에게 『밀: 끼니』는 정말 고마운 곳이다. 이곳의 빵은 다들 큼직큼직하고 속이 꽉 차 있어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다(간판에 적혀 있는 문구, “끼니는 챙기셨나요?”). 너무 달거나 짜지도 않아서 부담 없이 밥처럼 먹을 수 있고, 단팥빵에서 소세지낙엽빵, 스콘에서 앙버터, 샌드위치까지 종류도 은근히 다양하다. 게다가 요즘 다시 유행 중인 다쿠아즈 같은 디저트도 팔고 있다. 진열대에 가득한 빵을 보고 있으면 사장님이 하루 종일 열심히 빵을 굽는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충동 구매를 해도 별 부담이 없다. 편의점에서 파는 공장빵이나 『파리 바게뜨』의 익숙한 빵이 먹기 싫을 때 이곳을 찾으면 항상 신나는 기분으로 즐겁게 빵을 고를 수 있다. (김보년)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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