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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적연화·택동25』 花樣的年華·澤東廿五

In the Mood for Films - 25th Anniversary of Jet Tone Films 2016.香港國際電影節協會

비록 수집가는 아니지만 책이 불러오는 기억들에 의존하는 편이다. 종종 외국 여행 중에 당장의 쓸모와 상관없이 책을 구입하는 이유다. 얼마전 파리 생 미셀의 백 년이 넘는 서점 ‘지베르 죈느(Gibert Jeune)’가 코로나 여파로 내년 3월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생 미셀의 악시옹 크리스틴이나 에스파스 생 미셀 영화관을 갔다가 자주 들렸던 이 서점에서 샀던 책들이 책장 구석에 있는데, 꺼내보기 위해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기억이 밀려 든다. 그 책들은 이제는 사라질 어떤 장소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게 될 것이다.

연말에 왕가위 영화를 상영하면서 2016년 가을에 홍콩에서 구입한 책을 오래간만에 꺼내본다. 왕가위의 택동영화사 25주년을 기념해 홍콩국제영화제에서 기획 출간한 책이다. 홍콩의 브로드웨이 시네마테크를 방문했던 때에 맛난 스파게티를 먹고 큐브릭 서점에서 구입했다. 왕가위와 작업한 스태프들, 배우 들의 다양한 인터뷰가 실려있고 보기드문 포스터와 다양한 사진들이 페이지를 장식한다. 4년이 흘렀지만 중국어를 모르니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다. 그때 홍콩의 기억만을 간직한 영원히 침묵에 있는 책으로 남았다. (김성욱)

 

Poster

벽에 붙이고 싶은 포스터 고르기 5.

스와 노부히로 <듀오> & <퍼펙트 커플>

 

“<듀오>에서 함께 일했던 다무라 마사키 촬영감독은 프레임을 꽉 짜기 보다는 중심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틈새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퍼펙트 커플>의 카롤린 샹페티에 촬영감독은 여러 면에서 그와 대조된다. 그는 논리적이고, 납득을 하지 않으면 촬영을 하지 않는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 나의 연출 컨셉도 명확해진다. <퍼펙트 커플>에서는 미술을 비롯해 영화의 여러 부분을 함께 이야기했고 공동연출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 두 대를 사용하게 된 것도 그의 의견이었다.”(스와 노부히로)

오며 가며 종종 인사를 하던 사람이 있었다. 우연히 보내온 사진 속, 그녀의 집 벽에 붙어 있던 스와 노부히로 <듀오> 포스터가 눈에 띄었고 어쩌면 그 포스터 때문에 그 친구와 가까워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한강이 보이는 그녀의 집에서 <듀오>의 실물 포스터를 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와 게으르게 이불을 덮고 따뜻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 노트북으로 <듀오>를 틀어 보고 싶은, 2020년의 겨울이다. (예그림)

 

Lunch

극장 직원의 극장 일기 - 종로3가에서 밥 먹기 5.

할매국수

 

가끔씩 잔치국수, 또는 멸치국수를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주로 정신적으로 지치고 육체적으로 허기질 때, 거기에 입맛도 별로 없을 때 잔치국수가 먹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별 고민 없이 “할매국수” 로 간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할매국수는 좁은 골목에 있는 작고 허름한 가게다. 그러다보니 ‘외부 사람’이 일부러 여기를 찾을 것 같지는 않다. 큰 길만 걸어다니면 여기에 식당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테고, 그래서 그런지 주위 가게의 직원으로 보이는 분들과 식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환경미화원 아저씨들과 같이 밥을 먹은 적도 있었다). 영업 시간도 깔끔하게 오후 6시까지라 ‘점심 장사’ 전문임을 알 수 있다. 

이 가게의 특징은 양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 커다란 스텐인레스 그릇에 갓 끓인 소면을 가득 넣어주시는데 왠만큼 배가 고프지 않으면 국물까지 다 먹기가 어렵다. 고명은 김가루와 약간의 유부 뿐이지만 딱히 고명이 안 아쉬울 정도로 국수를 많이 주신다. 게다가 밥솥에 있는 보리밥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국수만으로도 배가 불러서 밥까지는 엄두도 못 내지만. 

메뉴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해물국수, 회국수, 떡국 등으로 은근히 다양한데 나는 잔치국수만 먹어서 다른 메뉴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잔치국수에 뭔가 놀랄 만한 개성이 있어도 이상할 것 같다. 그냥 반찬으로 나오는 시원한 신김치와 따뜻한 국수를 계속 먹고 있으면 이만한 음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추운 겨울이 찾아왔으니 한동안 더 자주 찾을 것 같다. (김보년)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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