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Book : 조르주 페렉 『공간의 종류들』(문학동네)

조르주 페렉 저/김호영 역 | 문학동네 (2019)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집에 있거나 주변을 산책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무료한 시간들은 늘고 평소라면 눈에 잘 들어지 않는 사물들에 눈길이 머물곤 한다. 무질서하게 놓인 책상위의 물건들, 책장 사이에 끼워둔 작은 엽서들, 혹은 집 앞의 이를모를 꽃들과 언덕으로 오르는 골목길들, 집 뒤의 서달산으로 향하는 산책로와 그곳 주변을 별일 없이 돌아다니는 일들. 이런 시간의 활용은 반복적이며 평범해서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개인의 삶에서 멈출 수 없을 정도의 본질적인 것이기도 하다. 덧없음과 근원성. 사람은 필수적인 것들만을 하지는 않고, 그런 식으로 삶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종종 말하지만, 영화(관람) 또한 우리 삶의 평범한 현실처럼 그런 양면성을 갖고 있다.  

조르주 페렉은 우리가 삶에서, 현실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특별히 우리 주변의 흔하고 평범한 것들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고, 말을 주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는 이를테면, 신문이 모든 것을 화제로 다루지만 매일 일어나는 일만은 다루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말 일어나고 있는 일,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일, 매일 일어났다가 반복하는 일, 평범한 일, 일상적인 것, 흔한 것, 보통 이하의 것, 주위의 웅성거림, 익숙한 것들,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설명하고 기술할 수 있을까? 혹은 우리에게 가능한 한 더 친밀한 공간들, 이를테면, 침대, 방, 거리, 집, 도시, 시골 등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1974년에 출간된 『공간의 종류들』 에서 페렉은 이 어려운 작업을 시도한다. 국내 번역출간된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페이지, 침대, 방, 아파트, 건물, 거리, 구역, 도시, 시골, 나라, 세계…등등, 나의 지리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친밀한 공간을 명상하게 한다고 한다. 책에 이끌린 독자라면 꼭 명상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우리 삶의 평범한 무언가를 이런 시대에도 살아남게 하기 위해 어떤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김성욱)

Poster : 벽에 붙이고 싶은 포스터 고르기 3.

프랑수아 트뤼포, 400번의 구타

“지겨워. 난 내 인생을 살고 싶어.”(앙트완)

문제아로 찍힌 열 네 살 소년 앙트완의 유일한 위안은 학교를 빼먹고 친구 르네와 영화관을 가는 것이다. 트뤼포의 암울했던 청소년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장편 데뷔작 <400번의 구타>(1959)의 제목을 지을 때 ‘아이는 400번을 때려 키워야 바르게 자란다’는 프랑스 속담을 인용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자전적 영화에서 트뤼포는 주인공의 아픔을 어느 성장 영화처럼 누구나 겪는 한 때의 방황으로 낭만화하지 않는다. 앙트완은 열 네 살이지만 쓸쓸하고 또 상처받는 한 명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신의 앙트완, 장 피에르 레오의 서늘한 얼굴은 트뤼포가 담아내고 싶었던 본인의 어린 시절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Lunch : 극장 직원의 극장 일기 - 종로3가에서 밥 먹기 3. 

GS25 서울극장점

우리 극장이 낙원상가에서 서울극장으로 이사온 게 2015년이다. 그때부터 극장 앞에 있는 GS25를 찾았으니 햇수로 6년째 꾸준히 방문 중인 편의점이다. 어쩌다보니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찾은 편의점이 되어버렸고, 아마 서울아트시네마의 관객이라면 최소 한 번은 이곳을 방문한 적 있을 것이다.

이 편의점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락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근처에 작은 상가들이 밀집해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마땅한 식당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점심 시간이 되면 진열대가 도시락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2시가 지나기 전에 이 도시락이 모두 팔린다. 만약 점심 시간에 이 편의점을 찾는다면 지금 GS25가 만드는 도시락 메뉴의 대부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러 굳이 여기를 찾을 사람은 없겠지만 “굿애프터눈 시네마테크”를 보기 전 도시락으로 간단히 한끼를 해결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도시락이 많은 것과 비슷한 이유인 것 같은데 과일 상품도 꽤 많이 들어온다. 바나나는 물론, 사과와 복숭아, 포도 등이 계절에 맞게 꾸준하게 진열대를 채운다. 고구마와 옥수수, 삶은 계란 같은 상품도 다양한 걸 보면 아마 다이어트를 하는 주변 직장인들을 위한 구성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나도 딱히 밥은 먹기 싫고 배는 고플 때 GS25를 즐겨 찾는다.

마지막으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파는 아메리카노가 의외로 나쁘지 않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가 한잔에 1,200원으로 소위 커피 전문점의 3,000원이 넘는 아메리카노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날카로운 산미나 풍성한 향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잠을 쫓으며 2시간 동안 영화를 보기엔 이 한잔으로도 충분하다. 흡연자 관객들은 담배까지 팔면 완벽한 편의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비흡연자인 나는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아니, 만족 정도가 아니라 이 편의점의 존재에 항상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김보년)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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