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친구들이 들려준 영화 이야기

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는 모두 여덟 명의 친구들이 참여해 주었다. 친구들은 자신이 추천한 영화를 함께 본 뒤 관객들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이 들려준 영화와 극장 이야기들을 일부 옮겨보았다.


◆2월 23일(토), <블루> 상영 후 조민석 건축가 시네토크

김보년(프로그래머) 상영본을 결정하는 데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DCP와 35mm 필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그 질감의 차이가 너무 클 것 같았다. 그러다 이 영화를 디지털로 극장에서 틀었을 때를 상상해 봤는데 90분 동안 디지털로 재현한 균일한 클라인 블루를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논의 끝에 35mm 필름으로 상영하기로 했다. 이 영화는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봤을 때는 파란색이 ‘고여 있는’ 느낌이었고, 오늘 본 버전에서는 스크래치 때문인지 파란색이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필름에 시간의 두께가 쌓인 건데, 어쩌면 데릭 저먼이 원래 의도한 버전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웃음).

조민석(건축가) <블루>는 내가 뉴욕에서 살고 있던 93년에 ‘개봉 영화’ 중 한 편으로 봤다. 그 후 굉장히 오래 기억에 남은 영화여서 이번에 추천했다. 그동안 시각 경험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변했다. 오늘 보면서 크게 느낀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막이다. 뉴욕에서는 자막 없이 봤는데 영국식 영어라서 다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이번에 자막과 함께 보니 자기 얘기를 심할 정도로 많이 했다는 걸 알았다(웃음). 데릭 저먼의 필모그래피에는 역사적인 인물을 다룬 작품이 많은데, 주로 이 인물들을 거쳐서 에둘러 자기 이야기를 했다면, <블루>는 이브 클라인에게 헌정은 하지만 결국 자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아무래도 죽음을 앞둔 상황이다 보니 할 얘기가 더 많았을 거고, 더 직접적으로 말한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상영본이다. 내가 예전에 본 영화와 굉장히 다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당연히 지금처럼 필름이 낡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완벽하게 파란 추상적인 ‘이브 클라인 블루’로 기억하고 있다. 이브 클라인은 34살에 요절해 커리어가 10년 정도밖에 안 되는 작가이다. 이 사람은 공간 전체, 심지어 지구의 하늘까지 자기의 매체라고 생각했고, 시간과 장소를 비롯해 물질성을 초월한 작업을 목표로 했던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죽음을 앞둔 데릭 저먼이 자기 몸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루>는 굉장히 순수한, 아주 개념적인 이브 클라인 블루로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동안 25년의 세월이 덧입혀지며 낡은 필름이 된 <블루>는 원래의 작품 위에 또 다른 층위의 이야기들이 생긴 것 같았다.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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