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친구들이 들려준 영화 이야기

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는 모두 여덟 명의 친구들이 참여해 주었다. 친구들은 자신이 추천한 영화를 함께 본 뒤 관객들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이 들려준 영화와 극장 이야기들을 일부 옮겨보았다.

 

◆2월 17일(일), <마음의 저편> 상영 후 이해영 감독

이해영(감독) 이번 친구들 영화제의 컨셉이 극장과 영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옛날 동시상영관이 떠올랐다. 동시상영관에서는 개봉관에서 내린 영화 두 편을 연속으로 상영했는데, 가족 코미디와 더럽고 야한 영화를 붙인다거나 최첨단의 잘 만든 SF 영화에 터무니없는 B급 저예산 코믹 호러 영화를 붙인다거나 하는, 굉장히 다른 장르의 영화를 묶는 프로그래밍이 늘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번에 약간 다른 색깔의 장르 영화를 붙여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한 편은 호러 영화 <더 헌팅>을 추천했고, 다른 한 편은 <마음의 저편>을 추천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대부>(1972)와 <지옥의 묵시록>(1979)을 연달아 찍고 난 뒤 <마음의 저편>을 만들기로 선택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해봤다. <대부>나 <지옥의 묵시록>의 그 완벽한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 썼던 에너지와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를 써서 정말 재미있게 즐기며 영화를 찍고 싶었을 것 같다. 그래서 유행가의 후렴구 한 줄밖에 안 되는 아무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들고, 자기가 좋아하는 톰 웨이츠를 데려다가 ‘마음대로 하는’ 느낌의 음악을 마치 뮤지컬처럼 계속 사용한 게 아니었을까.

게다가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것처럼 이 영화의 모든 공간은 다 세트다. 행크와 프래니가 사는 집 저 뒤로 희미하게 자동차와 사람이 지나다니는 게 보이는데, 그게 전부 진짜다. 보통은 소스를 찍어놓고 후경을 합성으로 붙이는데 실제 자동차와 사람이 지나가게 했다. 또 행크와 돈이 대화를 하다가 방이 어두워지고 창 너머에 있는 프래니로 신이 넘어가는 경우도 합성과 같은 영화적 기술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데, 실제로 세트 두 개를 만들어 촬영했다고 한다. 즉 감독이 정말 마음껏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면서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대단한 감독이 영화 한 편에 자기가 갖고 있는 권력과 재능을 마구 ‘낭비’하는 게 느껴져 볼 때마다 굉장히 즐겁고 재밌다.

허남웅(영화평론가) 감독님 말씀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즐기면서 다 했는데, 그 후폭풍이 너무 심해서 이후 코폴라 감독이 재기하기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마음의 저편>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기록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고 한다. MGM에서 처음 이 영화를 제안했을 때는 제작비를 한국 돈으로 24억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코폴라 감독이 판권을 직접 사서 진행했고 결국 최종 제작비가 312억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사흘간 흥행수입이 35억이었고, 그 뒤로는 관객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총 흥행수입이 76억 정도에 그쳤다.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실패했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코폴라 감독의 전성기가 이 영화 때문에 좀 더 빨리 끝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해영 코폴라 감독이 정말 자기 마음의 소리만을 따라가면서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과하기도 하고 자기 절제력도 전혀 없다. 하지만 그만큼 영화에 대한 동경이 순수하게 드러나 보였다. 나는 오늘 이 영화를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다. 어떤 느낌일지 굉장히 설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프린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옛날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이런 느낌을 자주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무지 화면에 스크래치가 있고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영화사 로고나 영화 제목이 뜨면 영화가 시작하는구나, 하고 집중하던 그때 생각이 났다. LP로 음악을 들을 때 먼지 긁히는 지지직 하는 노이즈를 음악의 전주처럼 여겼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꼈다. 그런 느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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