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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시네토크] “배우는 떠나도 영화는 영원히 남는다는 것” - 배우 임수정과 함께 본 <허공에의 질주>

“배우는 떠나도 영화는 영원히 남는다는 것”


올해 가장 추운 날씨였다는 1월 24일(토), 임수정 배우가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 리버 피닉스의 팬으로서 추천한 <허공에의 질주>를 함께 보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촉촉한 눈가로 무대에 오른 그녀는 차분하고 밝은 목소리로 영화와 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임수정(영화배우) 너무 추운 날이어서 많이 와 주실까 내심 걱정이 됐는데... 그래도 와 주실 것 같았다(웃음).

백은하(영화 저널리스트) <허공에의 질주>와 임수정 씨의 조합이 추위를 이길 만큼 강력했기 때문인 것 같다(웃음). 내가 듣기로 예매 경쟁이 몹시 치열했다고 한다.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은 거의 신의 손에 가까운 클릭으로 표를 구하신 거다.

임수정 나도 매진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나도 스크린에서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영화였고, 리버 피닉스에 대한 사심을 가득 담아 한 선택이기도 했다.

백은하 지금은 물론 DVD나 파일을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나를 비롯해 대부분 비디오를 통해 이 영화를 처음 접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골라주신 임수정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게 실은 88년도 영화이다.

임수정 말하자면 고전영화인 셈인데, 컬러 화면이어서 그런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백은하 영화가 끝나고 나서 임수정 씨의 눈이 촉촉해져 있는 걸 봤다. 토크 자리 때문에 마음껏 울지 못한 것 아닌가.

임수정 스크린으로 다시 봐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ost가 너무 좋다. 그리고 리버 피닉스라는 배우를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됐는데 더 이상 그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짠하다. 또한 가족의 이야기면서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복합적으로 감동이 느껴졌다.

백은하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엔딩을 참 좋아한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시에 야박하지 않은 느낌이다. 모든 감정을 다 전달하면서도 질척거리지 않게 마무리 짓는 결말에 의해 감동이 더욱 극대화되는 것 같다. 관객분들이 나가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시더라.

영화에서 반복 사용되는 동선 자체가 등장인물들의 삶의 방식과 영화적 태도를 통일성 있게 보여주는 것 같다. 관계에 있어 직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뒤로 살짝 돌아가서 서로를 묵묵히 지지해주는 듯 한 느낌?

임수정 가족이라는 공동체와 그 안의 개개인을 무척 쿨한 방식으로 보여주는데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더 와 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슬픈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다가도 웃게 만드는 연출의 디테일함이라든가 적절한 음악의 사용이라든가. 슬프지만 희망을 갖게 되는 묘한 이중적 감정을 느끼게 되더라.

리버 피닉스라는 배우를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나고 ‘아니 이럴 수가’했다. 눈빛, 얼굴, 목소리, 표현력, 심지어 머릿결까지(웃음). 보면 볼수록 점점 더 빠져들게 됐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작년(2015) 가을에 처음 봤다.

백은하 정말 행운이다. 이 영화를 그만큼 신선하게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임수정 나는 어릴 때 누군가를 그런 식으로 동경했던 적이 없다. ‘팬심이라는 게 이렇구나’ 라는 걸 뒤늦게 실감하고 있다(웃음). 주변 영화인들에게 ‘제가 요즘 빠져있는 배우예요’하며 스마트폰 배경 화면도 보여드리고 그런다.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면 피에서부터 흐르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족력을 찾아봤더니 독특하더라. 히피 부모님 아래 자란 5형제가 모두 아티스트이고, <그녀 Her>(스파이크 존즈, 2013)의 호아킨 피닉스가 동생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같은 배우로서 그런 삶의 배경이 리버 피닉스의 자유로운 영혼과 에너지에 끼쳤을 영향이 부러웠다.

백은하 기술로서의 연기나 직업으로서의 배우라는 차원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영화와 바로 만나서 그 배역 자체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임수정 나에게는 <장화, 홍련>이라는 영화가 그런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인지를 못했지만 내가 그대로 담겼고,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봐 주셨던 것 같다.

백은하 기술적으로는 미숙할 수 있지만 그 시절에만 가능한 그런 연기라는 것이 배우들마다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리버 피닉스가 70년생이니까 살아 있었으면 올해 마흔 여섯이다.

임수정 어마어마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백은하 <레버넌트>를 디카프리오가 찍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웃음).

임수정 맞다. 찾아보니까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더라. 디카프리오의 초기작 배역 상당수가 원래는 리버 피닉스에게 돌아갈 뻔 했던 영화들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두 배우는 얼핏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백은하 젊은 시절로 비교하면 디카프리오는 어린 맹수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리버는 자연물의 일부 내지, 높은 곳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어린 새 같은 느낌이다. 나이 들어서도 서로 굉장히 다른 연기 커리어를 보여줬을 것 같다.

임수정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


백은하 안타까운 동시에 어쩌면 리버 피닉스는 이 시기의 아름다움 그대로 박제되었기 때문에 전설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에서 리버 피닉스의 어떤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듣고 싶다.

임수정 나는 그냥 그 자체로 다...(웃음). 팬심에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 배우로서 필요한 모든 걸 다 갖췄다고 생각한다. 외모, 눈빛, 목소리, 표현력, 작품에 몰입하는 태도와 감독에게 굴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고집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 치열한 면모까지. 배우로서 반성하기도 했다. 앞으로 현장에서 나도 조금 더 싸워야겠다(웃음). 영화에 나온 모든 연주를 직접 다 배워서 했다는 것도 감동적이었다.

백은하 어떤 배우들한테는 자기 인생 모든 것이 그대로 담길 수밖에 없는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속 배역과 마찬가지로 리버 피닉스도 가족과 함께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며 리듬이나 법칙 같은 것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남들과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 외롭게 혼자 독주해야 했던 캐릭터다.

관객 1 냉전이 끝난 후 부모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몇몇 장면들에서 많은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의도된 유머 코드인지, 아니면 그런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아이러니라서 웃음이 나는 것인지 궁금하다.

백은하 영화의 원제가 ‘Running on empty’다. 이 말 자체가 연료가 다 떨어져가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어쩌면 부모 세대들일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고수했던 신념이나 싸워 지키려 했던 시대를 계속 추구할 연료가 떨어져가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분명 최선을 다해 그 시절을 살아왔지만 과거에 저지른 실수의 결과를 자식 세대에까지 짊어지게 할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하려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말과 행동이 실소를 불러일으키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감독의 전면적인 조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임수정 꼭 그 시대를 직접 겪지 않았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차원의 웃음이 아닐까 한다. 부모 세대의 실패도 아주 무거운 방식으로 다룬다기보다는 가볍게 쓱 접근을 했는데, 그럼에도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본다.

백은하 이 작품에서 가족은 가족 이상의 정치적 신념을 가진 조직체에 가깝게 그려지는데, 두 아이들이 자기가 어떤 군대의 일원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 채 민첩하고 일사분란하게 행동하는 모습들이 흥미롭다.

임수정 굉장히 응집력이 뛰어난 훌륭한 조직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백은하 남동생은 그 당시 홍콩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상한 아시아권 언어를 내뱉으면서 가라데 촙을 날린다든가(웃음). 그 시기의 문화적 현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어떤 삶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천진함은 퇴색하지 않는다는 낙관 같기도 하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아이들 내면의 정수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이 가족을 통해서 본 것 같다.

관객 2 극 중 리버 피닉스와 비슷한 또래일 때 임수정 씨가 좋아했던 영화가 궁금하다.

임수정 사실 그 시절보다 지금 더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본다. 생각나는 작품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꼽자면 홍콩영화? 장만옥을 참 좋아했다. 초기작들도 좋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출연한 <클린>(올리비에 아사야스) 같은 작품이 정말 좋았다.

백은하 열여덟 살의 임수정은 무엇에 가장 빠져 있었을까?

임수정 글쎄, 한창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몇몇 연극들을 우연히 친구들과 보면서 무대라는 것, 연기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꿈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였다. 와중에 방황도 많이 했다(웃음).

백은하 요즘 본인의 영화를 다시 보면 어떤가? 예를 들어 아까 언급했던 <장화, 홍련> 같은 영화를 다시 봤을 때 내가 봐도 참 좋다 싶은 장면이 있다면.

임수정 내가 무서운 걸 잘 못 보는데 몇 년 전에 혼자 집에서 다시 본 적이 있다(웃음). 당시 그 캐릭터로 임했을 때의 내 얼굴을 보면서 ‘저 때는 진짜 폐쇄적이었구나, 어두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슬픔, 죄책감 들을 나도 실제로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오디션에서 그 배역을 따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그 감정들을 갖고 있는 과거의 나를 본다는 게 되게 이상한 느낌이었다.

백은하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닌데, 그 당시 수정 씨는 옆에서 보기에도 그 캐릭터 자체 같은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만나면 너무 다정하고 발랄하다. 이런 변화라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는 훨씬 즐거운 변화가 아닐까.



임수정 조금 더 사회에 적응하기 시작했다(웃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주로 집에 있는 편이고, 좋아하는 일들만 조금씩 한다. 생활 자체가 별로 활동적인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감정은 확실히 여유로워졌다. 경험도 많아졌고. 나도 지금이 좋은 것 같다. 그때 그 모습으로 계속 있었으면 진짜 살아나가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백은하 생존을 위한 진화?(웃음) 아무튼 배우는 좋은 것 같다. 그 시기 자신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땠는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남겨 둘 수 있으니 말이다.

임수정 그 점이 참 큰 행운이고, 내가 복 받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시간이 갈수록 더 느낀다. 사실 나는 ‘시네마테크 영화’라는 것을 2007~8년쯤 처음 접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작업을 하고 나서 박찬욱 감독님이 친구들 영화제를 소개해 주신 거다. 내가 배우인데도 그때 고전영화라는 걸 처음 봤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너무 많은 공부가 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겠구나 싶었다.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저 배우들은 이미 세상에 없기도 하고, 이제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영화는 영원히 남는다는 것, 세대를 건너서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기억에 남을 거라는 사실이 참 크게 다가왔다.

관객 3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임수정 여배우다운, ‘여성스러운’ 역할들을 좀 더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여태까지는 소녀성이 강조되는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었기 때문에(웃음), 조금 더 여자다운 면이 드러나는 역할들을 해보고 싶다.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고, 엄마 역할일 수도 있겠다. 그런 캐릭터들을 앞으로는 만나 더 깊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백은하 배우라는 직업이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누군가 역할을 맡겨주지 않으면 절대 그 역할을 연기할 수 없다는 수동성이 강한 일이기도 하다.

임수정 직접 제작하거나 만들지 않는 이상 어렵다. 그래서 할리우드 배우들이 제작이나 연출에 많이 도전을 하는 것 같다.

백은하 그러다 망하기도 하고(웃음).

임수정 나야 그런 자금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웃음). 기회가 된다면 시나리오를 개발한다든지 아이디어를 나눈다든지 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물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배우로서 완성도 있는 연기를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다. 좀 더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게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백은하 리버 피닉스든 디카프리오든 임수정 씨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는 그 타고난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청춘의 시간이라는 것이 있는 듯하다. 디카프리오의 경우는 그 시간들을 아주 힘겹게 ‘몸고생’으로 통과해 이제는 다른 스타일의 배우가 되었다. 리버 피닉스도 살아 있었다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어려운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임수정 씨도 비슷하지 않을까. 특히 일정한 나이의 여배우들에게는 일종의 시험대처럼 다가오는 시기가 있을 것 같은데.

임수정 그때 내가 욕심이 많았다. 나도 이제 ‘여배우’다운 역할을 맡고 싶은데 왜 들어오는 작품은 다 이렇게 ‘소녀소녀’하지? 교복도 계속 입어야 했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실제로 있었다. 그런데 결국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더라. 그래서 그냥 지금 있는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연기를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에게 좀 더 성숙한 것이 보이겠지, 라고 다독이면서 기다렸다.

관객 4 임수정씨의 출연작 가운데 <...ing>(이언희, 2003)를 가장 좋아하는데 촬영 당시 힘들었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리버 피닉스의 다른 출연작도 추천해 주시면 좋겠다.

임수정 <...ing>는... 참 오래된 영화다(웃음). 소녀의 성장 이야기, 사랑 이야기인데 영화의 전체적인 결이랄까, 정서가 좋았던 것 같다. (침묵) 어떡하나, 정말 기억이 안 난다(웃음). 아무리 말을 하면서 떠올려 보려고 해도 기억이 안 나서 죄송하다.

백은하 김래원 씨가 참 풋풋하게 나왔었다. 요즘 남자 배우들은 거친 남성 역할 아니면 별로 할 일이 없는 느낌도 든다. 멜로 장르의 실종이랄까? 배우들이 굉장히 아름다운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들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

임수정 아쉬운 측면이 확실히 있다. 언젠가는 그런 멜로의 흐름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리버 피닉스의 다른 출연작들은 저도 몇 편 더 추천을 받아놓긴 했는데 아직 못 본 상태다.

백은하 임수정씨 눈 내가 갖고 싶다(웃음). <아이다호>(구스 반 산트) 같은 경우는 블루레이로도 나와 있어서 리버 피닉스의 솜털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스탠 바이 미>(롭 라이너)라는 1986년도 작품이 있다. <허공에의 질주>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영화기 때문에 몇 년 사이에 리버 피닉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 수 있다. 이 시기가 소년과 청년 중간 단계의 아름다움이라면, <아이다호>에서는 청년만이 가질 수 있는 우울한 퇴폐미까지 보여준다.

임수정 아, 정말 너무 기대가 된다.

백은하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고 연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영화의 탄생 속도를 개인이 따라가기란 굉장히 힘들다. 모든 영화를 섭렵한다는 게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니 여러분도 부담감을 갖지 않으시면 좋겠다.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영화에 대해서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시네마테크라는 공간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참 귀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좋아하고 추천한 영화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했던 오늘 시간이 어땠는지 마지막으로 듣고 싶다.

임수정 무척 즐거웠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같이 앉아서 영화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꼭 보고 싶었던 영화를 스크린에서 만나는 기회가 된 것도 참 감사하다. 그러나 역시 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에 존재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배우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게 더 좋은 영화들로 더 자주 만나 뵐 수 있도록 하겠다.

정리 장윤정 자원활동가

사진 장혜진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