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상영작 소개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서부극

[영화 읽기] 존 포드의 <말 위의 두사람>


존 포드의 <말 위의 두 사람>은 텍사스의 어느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보안관 맥케이브(제임스 스튜어트)는 그랜트 요새의 사령관으로부터 코만치 족에 납치된 백인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백인 한 명을 구해올 때마다 500달러의 대가를 받기로 한다. 계약을 맺고 돈을 받고 일한다는 점에서 맥케이브는 기존 존 포드의 서부극 영웅들과 다르다. 분명 어딘가 포드의 영화답지 않은 구석이 있다. 평론가 짐 키이츠는 이 영화를 두고 “존 포드의 서부극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일축한 바 있고 실제로 피터 보그다노비치와의 인터뷰에서 포드 자신도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제작자와의 친분 때문에, 또 당대 서부극 스타였던 리차드 위드마크와 제임스 스튜어트가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였기에 연출을 수락했던 것. 원치 않는 시나리오 때문인지, 결과적으로 짐 키이츠가 말 한대로 “사실상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서부극”이 탄생했다.


영화에는 여러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 영화 안에는 존 포드 여러 서부극이 스쳐 지나간다. 인디언에게 납치된 백인을 구출한다는 이야기는 분명 <수색자>와 닮았다. 맥케이브와 짐 게리(리처드 위드마크)의 우정은 <황야의 결투>에서 와이어트 어프와 닥 할러데이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두 남녀의 모습을 담은 결말 부분은 <역마차>의 결말과 겹친다. 또한 태그 갤러거의 말처럼, 이 작품에서 존 포드의 실험성은 절정에 이르고 있다. 기존의 서부극에서 긍정적으로 묘사했던 기병대 문화, 가부장제, 백인우월주의를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색자>와 <상사 럿리지>에 이어 반인종주의를 다룬 서부극이라는 점에서 감독의 세계관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존 포드는 회의주의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의 변화는 맥케이브라는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맥케이브 역의 제임스 스튜어트는 이 영화로 존 포드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당시 주로 스쿠루볼 코미디에서 도덕적인 캐릭터나 안소니 만의 서부극에서 내면 심리가 복잡한 히스테릭한 인물을 연기하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실용주의와 시장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자본주의형 영웅을 연기한다. 이후 제임스 스튜어트는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에서 존 웨인의 대를 잇는 서부극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말 위의 두 사람>은 분명 포드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영화지만, 감독 특유의 스타일만큼은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와 그 사이에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을 다큐멘터리처럼 스케치하는 연출력은 포드의 인장과 같다. 많은 평자가 지적하는 대표적인 장면은 맥케이브와 짐 게리가 강가에 앉아 시가를 태우는 씬이다. 4분여에 이르는 긴 대화가 진행되는 동한 한 번의 커트도 없다. 짐 키이츠는 이 장면을 “간결하고 경제적인 쇼트로 그 표현력이 최고조에 다다른 순간”이라고 평했다. 한편 하스미 시게히코는 호숫가에 앉아 마티(셜리 존슨)와 이야기를 나누던 짐 게리가 돌을 던지는 모습을 두고, “고요한 호수에 일어나는 잔물결이 두 사람의 사랑을 암시하는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말 위의 두 사람>에는 포드의 전작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포드 특유의 연출력이 장면 마다 살아 숨 쉬는 영화다. 포드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필견의 작품인 것이다. (이도훈)


  * 카르트 블랑슈: 시네필 크리스 후지와라의 선택
  말 위의 두 사람//Two Rode Together
  1956|109min|미국|Color|35mm|12세 관람가

  * 상영일정
  1/16 (토) 19:00
  1/21 (목) 16:00
  2/27 (토) 14:00 상영후 존 포드 강연 - 크리스 후지와라